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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단독]이스타항공, 신입 조종사들에 '교육비' 명목 8000만원 요구…조종사들 집단소송

등록 2016.05.25 16:30:48수정 2016.12.28 17: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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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LCC(저비용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의 전(前) 부기장 9명이 회사를 상대로 '교육훈련비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오는 27일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 첫 재판이 열리는 이번 소송은 회사가 신입 조종사들에게 입사를 조건으로 요구한 거액의 '선(先)지급' 돈에 대한 반환 요구라는 점, 이 돈에 대해 회사의 '착복 의혹'이 제기되며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16.5.25 afero@newsis.com

2013~2014년 신입 조종사들에 OT서 1인당 8000만원 '선지급' 요구  조종사 9명 "1인당 실제 교육비 많아야 2827만원, 갑질·착복 의혹" 소송 제기  신입 조종사 44명, 총 35억2000만원 회사에 납부  이스타항공 "정확한 산출 내역 준비 중…입장은 재판에서 얘기할 것"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07년 설립, 경영 일선 물러났다 최근 복귀설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저가항공사(LCC)로 유명한 이스타항공이 신입 조종사들에게 입사 조건에 해당하는 '교육비' 명목으로 1인당 8000만원씩을 요구해 해당 조종사들이 집단 소송에 나선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이스타항공의 전(前) 조종사 9명은 "입사 후 이스타항공에 지급한 1인당 교육비 8000만원 중 5000여만원은 부당이득"이라며 최근 법원에 '교육훈련비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첫 재판은 오는 27일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소송인 9명을 포함해 이스타항공이 1인당 8000만원씩을 받은 신입 조종사는 2013~2014년에 걸쳐 총 44명이며 금액은 22억원 8000여만원에 달한다. 뉴시스 취재 결과 다른 항공사에는 이런 거액의 교육비 관행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격자들 오리엔테이션에서 "8000만원 선지급해야 입사할 수 있다" 통보

 소송을 낸 9명의 조종사는 지난 2013년 10월에 이스타항공 신입 부기장으로 입사한 이들이다. 당시 입사 인원은 이들 9명을 포함해 총 14명이었다.

 조종사들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한 오리엔테이션에서 '부기장 자격 취득(기종교육) 및 비행 1000시간 경험 획득'에 소요되는 비용을 합격자들이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면서 8000만원을 선지급(3회 분할)해야 입사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항공사 측은 8000만원 산출의 근거가 되는 예상 내역서 등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조종사들은 "채용 과정에서 조종사 준비생들이 몰리는 인터넷 카페 등에 '이스타항공이 교육비 선지급을 요구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래서 응시자들이 사전에 인사팀에 문의했지만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이 없다'는 등 구체적인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항공사 부기장이 되기 위한 과정은 크게 조종사 면장 교육과 조종사 면장 취득 후 기종 교육으로 이뤄진다.

 국내 대형 항공사들의 경우 면장 미(未)소지자들을 조종사로 채용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때 면장 교육에 대한 비용은 자비로 부담토록 한다. 하지만 면장 소지자가 자사의 항공기 기종교육을 받을 때 비용 선지급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

 일례로 이스타항공과 같은 저가항공사인 제주항공와 티웨이항공은 5년, 에어부산은 4년 근속을 조건으로 기종교육 비용을 회사가 부담한다. 대한항공은 10년 근속 조건이며, 아시아나항공은 아예 근속 조건이 없다.

 당시 이스타항공 입사자들은 면장 미(未)소지는커녕 모두 외부 교육기관 등에서 조종사 자격을 취득한 면장 소지자들로 최소 250~1300시간의 비행시간을 보유한 이들이었다. 당시 이스타항공 지원 자격 자체가 면장 소지자였다.

 조종사 L씨는 "8000만원을 분할해서 낸다고 해도 평소에 현금을 그렇게 많이 갖고 있는 일반인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실제로 오리엔테이션 후 입사를 포기한 이들도 있다. 나 같은 경우 제2금융권 대출을 받아서 겨우 냈다"고 말했다.

 조종사 P씨는 "이전 직장생활 7년의 퇴직금에 더해, 어렵게 모은 돈으로 마련한 지방의 아파트까지 팔아서 교육비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다른 항공사들은 선지급 요구 자체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내 한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막 입사해서 소득도 없고 그런 큰 돈을 낼 여력이 없을 게 뻔한데다, 조종사 면장 따느라고 이미 수천만원씩 쓴 사람들한테 또 선지급을 요구한 건 너무 가혹하다"면서 "설마 그럴 리가 있느냐"고 기자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 "회사 지출 품의서 등 확인해보니 석연치 않은 내역 수두룩…영수증 요구도 묵살"

 입사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내고 교육을 받으면서 그냥 넘어가는 듯했던 8000만원 문제는 이스타항공을 떠나 타 항공사로 이직한 조종사들이 최근 몇 가지 석연치 않은 점들을 자체 발견하면서 반환 소송으로 이어지게 됐다.

이스타항공

 이들에 따르면 2013년 10월에 입사한 14명의 교육 소요 비용은 지상교육 105만4930원, 가상비행장치 훈련(FTD: Fixed Training Device) 및 비행컴퓨터 장비훈련(FMST: Flight Management System Training) 117만5000원 등 1인당 총 2827만1324원이다.

 C씨는 "회사 전산시스템 내 그룹웨어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지출 품의서들을 근거로 계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회사가 내놓은 근거와는 차이가 크다.

 이스타항공은 법원에 '수습부기장 교육훈련 등 비용 내역(기수별 최초 훈련입과생 기준)'이라는 이름으로 입사자 1인당 총 2억1665만9907원이 든다고 제출했다.

 그런데 이 내역엔 입사부터 교육 완료후 부기장 근무 기간까지의 연봉·초과비행수당 등 전체 계약기간(2년) 동안의 급여 개념 비용까지 포함돼 있다. 이런 부분을 제외하고 순수 교육훈련 비용만 모두 더하면 총 6800여만원이다.   

 일례로 이스타항공은 FTD 및 FMST 비용이 이용비, 교관비용 등을 포함해 778만9236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종사들이 계산한 것보다 660만원 이상 많다.

 조종사들은 OE(Operation Experience) 관숙 훈련의 경우 훈련용 항공기를 따로 가동한 게 아니라 승객을 태우고 원래 일정대로 영업 운송을 하는 항공기의 조종실 뒷자리에 앉아서 본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들어가는 비용이 없다고 보지만, 이스타항공 측은 OE 훈련 '운임비용'으로만 1인당 424만4400원을 잡아놨다.

 조종사들은 이스타항공 측이 소송이 제기되자 단순 워드 작업으로 내역을 부랴부랴 만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교육비 중 1인당 5000만원이 넘는 돈을 기존 직원의 급여 등 회사 운영비에 썼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이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시설을 이용하며 훈련을 받은 다른 신입 조종사들의 교육비가 4분의 1도 안 됐다는 점에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L씨는 "우리보다 약 6개월 먼저 입사한 조종사들에겐 회사가 선지급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들 중 훈련을 수료하고 퇴사한 부기장에게 회사가 교육비 명목으로 청구한 금액은 1398만6653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군에서 장기복무를 했기 때문에 전역 후 취업에 드는 교육 비용의 일부를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금을 신청해볼까 하고 회사에 영수증 발급을 요청했는데 그냥 '(영수증 발행을) 안 하는 걸로 됐다'면서 해주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그는 "회사가 정상적으로 교육 비용을 책정하고 적법하게 세금 신고를 했다면 영수증을 발행하는 건 당연하지 않느냐. 지급 증빙 조차 불가능하다는 건 결국 교육비 정산과 처리에 불법성이 존재한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C씨는 "동일한 훈련을 받은 후 최종 부기장 임명 심사에서 탈락한 동기가 1명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에게 5100만원이 환급된 걸 확인했다"며 "상식적으로 봐도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가 임명 심사에 탈락한 근로자를 위해 실제로 줘야하는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반환해주겠느냐. 이는 결국 1인당 실질 교육비가 많아도 2900만원이 안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2013년 10월(2차) 및 2014년(1·2·3차) 입사자들 총 44명을 대상으로 교육비 선지급을 요구했다. 44명이 낸 금액은 총 35억2000만원이다.

 소송을 제기한 조종사들 주장대로라면 회사의 부당이득은 2013년 2차 입사자 14명의 교육비로 7억2560만1464원(5182만8676원×14), 44명의 교육비로는 22억8046만1744원에 달한다.

 만일 소송에서 부당이득이 인정된다면 회사가 '을(乙)'일 수 밖에 없는 신입사원들을 상대로 갑질을 넘어 거액의 '착복'을 한 셈이 된다.

 이스타항공 측은 8000만원에 대한 정확한 산출 내역 등을 묻는 질문에 "재판에 제출하기 위해 내부에서 준비하고 있다. 소송이 제기된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이나 주장의 근거 등은 재판에서 얘기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펀드매니저 출신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07년 설립했다.

 2012년 19대 총선(전북 전주시완산구을)에 당선돼 경영 일선에 물러났던 이 의원은 올해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에서 탈락해 최근에는 이스타항공 복귀설이 나오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여사가 지난해 8월 전격 방북할 당시 18명의 수행단과 함께 이 회사의 전세기를 이용해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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