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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수원역 PC방 칼부림 피해자 가족 "정신 온전치 못해도 용서못해"

등록 2016.05.25 16:27:12수정 2016.12.28 17: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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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이준석 기자 = 20일 오후 5시 19분께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인근의 한 PC방에서 30대 남성이 주변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 경찰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이 남성은 게임을 하던 중 품 속에 있던 흉기 2개를 꺼내 뒤편에 앉아있던 일행을 찔러 4명 중 3명에게 가벼운 상처를 입혔으나 1명은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11.20. ljs@newsis.com

【수원=뉴시스】이준석 기자 = "병으로 아파 죽었다면 이별할 시간이라도 있었겠지만 내 아들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칼에 맞아 숨져 이별의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지난해 11월20일 오후 5시 10분께 경기 수원시 한 PC방에서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았던 이모(40)씨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한 임모(당시 24세)씨의 아버지는 눈시울을 붉혔다.

 당시 이씨의 흉기에 임씨 외에도 오모(25)씨 등 3명이 크게 다쳤다.

 24일 오후 수원지법에서 열린 살인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씨에 대한 3차 공판에 임씨의 아버지와 당시 피해자인 임씨의 친구 2명이 참석했다.

 공판이 시작되기 전 임씨의 아버지는 뉴시스 기자에게 "아들이 죽은 후 우리 가족의 삶은 풍비박산이 났다"며 "아들이 죽은 이후 아내는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힘들어했고 나는 신경안정제와 수면제가 없으면 잠도 못 자는 신세가 됐다"고 힘든 과정을 토로했다.

 이어 "내 아들을 죽인 놈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싶은 마음에 이씨의 재판이 있을 때마다 출근도 하지 않고 재판을 보러 온다"며 "제정신인 놈이 흉기 2개를 들고 그 난리를 피우지 않았을 테지만 정신이 온전치 않다고 해서 죄를 용서할 마음은 없다"고 했다.

 공판이 시작되자 임씨의 아버지는 방청석에 앉아 조용히 재판을 지켜봤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 오씨는 사건 당시 이씨와 언쟁이 있었냐는 검사의 질문에 "아무런 언쟁도 없었으며 나와 내 친구들을 찌른 이후에도 이씨는 아무 말도 없었다"고 대답했다.

 이어 오씨는 "취업준비생인 나는 얼굴에 생긴 상처 때문에 면접을 볼 용기를 잃었다"며 "죽은 내 친구도 취업준비생으로 그 누구보다 자기의 꿈을 위해 열심히 사는 친구였지만 이젠 그 모습을 볼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증언을 마치고 증인석에서 나오는 오씨의 오른쪽 뺨에는 15cm 가량의 흉터가 선명히 남아있었다.

 또 다른 증인이자 피해자인 김모(25)씨는 사건 당일 어떤 상황인지 기억이 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리고 베여 밖으로 빠져나왔을 때 '죽진 않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그 이후에 '내가 왜 흉기에 찔린 거지?'라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가 뒤에서 공격해 온 것이 트라우마가 됐는지 누군가 내 뒤에 서면 아무 이유 없이 못 견디게 두려웠다. 또 처음 보는 사람이 다가오면 두려움부터 느끼게 됐다"고 했다.

 오씨와 김씨의 연이은 증언에도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피고인 이씨는 재판부가 피고인 측에 질문의 기회를 주자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씨는 "내가 흉기를 꺼내 휘두른 것은 맞지만 흉기에 맞은 사람은 없었다"고 주장해 방청객들을 당황케 했다.

 또 이씨는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사건 당시 PC방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 영상과 피해자의 진단서는 모두 조작된 것이라 주장했다.

 이에 김씨는 "당신이 휘두른 칼에 아무도 맞지 않았다면 내 친구는 왜 죽었고 나머지 친구들은 왜 다쳤냐"며 따져 물었다.

 한편 이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6월 20일 수원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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