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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마약 경험 연예인의 고백…"자신과의 외로운 싸움"

등록 2016.06.27 00:23:11수정 2016.12.28 17: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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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24일 부부싸움 후 자살을 기도해 뇌사 판정을 받고 장기기증을 한 뒤 세상을 떠난 배우 故 김성민의 빈소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2016.06.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신중현·이장희·윤형주·김추자·조용필·김세환·김도향·하남석·이동원·채은옥·주병진·김현식·전인권(들국화)·이승철·김태원·신해철·김부선·신성우·이현우·현진영·조덕배·심신·박중훈·김범룡·신동엽·조정현·황수정·싸이·정찬·성현아·김지훈·계은숙·박선주·오광록·주지훈·크라운제이·지드래곤·박봄·김성민….

 지난 수십 년간 마약과 접촉해 논란을 일으킨 연예인들이다. 이들 외에도 수십 명의 연예인이 마약 흡입·복용 사건에 연루돼 사회적 비판을 받으며 국민의 반감을 샀다. 그런데도 연예인들은 끊임없이 마약에 손을 대고 있다. ‘중독성’의 위험을 알면서도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약에 손을 대 정상의 자리에서 추락을 경험한 연예인 A씨는 “연예인들이 마약을 하게 된 이유는 주위의 권유가 100%다. 개인적으로 찾아서 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그는 “연예인들은 끼가 많은 탓 혹은 덕에 다른 누구보다 호기심이 많다. 나쁜 것인 줄은 알지만, 주로 같이 활동하거나 지인들이 권유로 마약에 손을 댄다”며 “모르는 사람이 아니어서 ‘한번 해 볼까’라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외국에 나가면 마약에 대한 경계심이 자연스럽게 풀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약을 한 연예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대인기피증’, 즉 정신과적 질환에 시달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약으로 추락한 이후 자살로 생을 마감한 동갑내기인 가수 김지훈(1973~2013)과 탤런트 김성민을 예로 들었다.

 김지훈과 김성민이 죽기 얼마 전 만났다는 그는 “나 역시도 그랬지만, 그들의 공통적인 모습은 기가 많이 죽어있다는 점이다. 김지훈이나 김성민을 봤을 때 삶에 희망이 없는 듯했다. 즐거운 대화를 해도 즐겁지 않아 했다.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주위의 시선에만 의식한다”고 했다.

 “연예인들은 마약으로 감옥생활을 한 뒤 우울증이 생긴다. TV 등에 나오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힘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현상이다. 무엇보다 대중의 불편한 시선은 삶의 의욕을 꺾게 한다. 자신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다 그렇게 보인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심지어 동료 연예인들이 바라보는 시선까지도 피하게 된다. 아무리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해도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이겨내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못 하는 데서 오는 불안감과 초조함이 때문이다. 할 줄 아는 게 연기하고 노래하는 것들인데…, 재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지나야 하고 다시 예전처럼 조명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심리적 압박이 상당하다”고 했다.

 그는 마약에 손댄 사람들을 범죄자로 취급하기보다는 환자로 봐달라고 부탁하면서 국내 마약 극복을 위한 치료재활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마약 치료감호소가 있지만, 상당히 부족하다. 본인이 원한다고 갈 수 있는 곳도 아니다. 일반인도 그렇지만 보통 마약을 한 연예인들은 처음이라고 선처를 바란다. 중독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재활프로그램 자체는 없다시피 하다. 범죄 예방 차원의 보호관찰만 있다. 그는 “보호관찰은 치료목적이 아닌 감시시스템에 불과하다. 한 달에 한 번씩 또 마약에 손을 댔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감시보다는 확실한 치료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약 재범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는 “한 번 마약을 하게 되면 또 찾게 된다.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다시 걸려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찾게 된다. 김성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그들에게 한 번쯤은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와 함께 마약 연예인들에 대한 주위의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부탁했다. “김지훈이나 김성민이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범죄자로 취급하는 주위의 불편한 시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도 스스로 이겨내고 싶어 발버둥 쳤을 것이다. 자신을 비하하고, 자책하고, 분노하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겨웠을지 나는 알 수 있다. 나 역시도 자살까지 생각한 적이 있기에 그들의 죽음이 더욱더 안타깝다.”

 김성민은 지난 24일 자살 기도로 의식 불명에 빠진 뒤 이틀 만에 뇌사판정을 받고 눈을 감았다. 2002년 MBC TV 드라마 ‘인어아가씨’로 화려하게 데뷔하며 활발하게 활동했으나 마약 사건 이후 재기하지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났다. 그는 가족의 동의로 콩팥과 간장, 각막을 난치병 환자 5명에게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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