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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너무 억울해서…" 법원에 불 지르려 한 80대 노인 '집유' 선처

등록 2016.07.01 11:08:12수정 2016.12.28 17: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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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9일 오후 3시41분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서울중앙지법 제4별관 1층 집행관실에서 80대 남성이 불을 내려다가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진은 불이 꺼진 뒤 집행관실의 접수대 모습.(사진제공 = 서울중앙지법)

"엄한 처벌 마땅하지만…" 범행 동기, 연령, 건강 등 참작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자신의 건물을 둘러싼 소유권 분쟁에서 져 강제로 빼앗길 처지에 놓이자 불만을 품고 법원에 불을 지르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0대 남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남성민)는 1일 공용건조물방화 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83)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원 집행관실은 다수의 사람들이 왕래하는 곳으로 김씨의 범행으로 인해 하마터면 큰 피해가 날 수 있었다"며 "다행히 초기에 진화돼 미수에 그쳤고, 물적·인적 피해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당시 극도로 절망감을 느낀 상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의도 등으로 불을 지르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고 거동도 불편한 김씨 스스로도 범행으로 인해 가볍지 않은 화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씨는 재판이 끝날 때 뒤늦게나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며 "범행의 위험성에 비춰봤을 때 엄한 처벌이 마땅하지만 이번에 한해서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로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김씨의 보호관찰 기간 동안 분쟁의 원인이 됐던 부동산으로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고, 외출 시 흉기 또는 시너 등 인화성·폭발성 물건을 소지하지 말 것을 특별 준수사항으로 정했다.

 재판부는 끝으로 "김씨 본인과 부인을 생각해서라도 소송 과정에서 일어난 분노와 집착을 내려놓으시고 여생을 편히 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해 11월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제4별관 1층 집행관실에서 부동산 명도집행에 대해 항의한 후 가방에서 시너 통을 꺼내 바닥에 뿌리는 등 불을 지르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김씨는 소유권말소등기 재판을 하던 중 집행관에 의해 부동산이 명도집행되자 이에 불만을 품고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불은 10여분만에 꺼졌고 김씨는 인화물질을 뿌리는 과정에서 몸에 튄 기름에 불이 옮겨붙어 다리와 손, 목 등에 2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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