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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르포]신촌숲 아이파크 당첨일, 떴다방 '장사진'...정부, 단속도 안나와

등록 2016.10.27 07:44:19수정 2016.12.28 17: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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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신촌숲 아이파크' 분양상담 접수대 앞에는 상담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14일 첫날기준 내방객은 1만3000여명으로 집계됐다. 2016.10.15. joo4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신촌숲 아이파크' 분양상담 접수대 앞에는 상담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14일 첫날기준 내방객은 1만3000여명으로 집계됐다. 2016.10.15. [email protected]

"걸려도 벌금 300만원…단속의지도 없어요" 84㎡ 웃돈 5000만~6000만원 붙어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신촌숲 아이파크'는 올해 서울 강북에서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라는 명성이 무색하지 않았다. 당첨자 발표날인 26일 오후 모델하우스가 있는 마포구 신수동 93-102번지 일대엔 이미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수십명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진을 치고 있었다.

 대부분 인기 동과 층을 공유하며 얼마의 웃돈이 붙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일부는 휴대전화 너머로 분양권을 팔거나 사라는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모델하우스 인근을 서성이자 삽시간에 떴다방이 붙었다. "당첨됐어요?""팔려고? 아니면 사려고?""투자할건지, 실거주할지에 따라 달라요. 일단 전화번호 줘봐요."

 넌지시 '간'을 보는가 하면, 한꺼번에 여러 명이 에워싸 꼼짝달싹 못하게 하기도 했다. 손엔 순식간에 명함 여러 장이 들렸다.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야지, 그러려면 정보가 있어야겠죠? 전화번호부터 불러봐요. 정보 보내줄게요." 망설이는 기자에게 수첩과 펜을 들이밀며 집요하게 연락처를 물었다.

 우선 좀 둘러보고 오겠다며 숨을 돌렸다. 모델하우스 안은 청약이 끝났는데도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책가방을 멘 남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머리가 희끗한 어떤 노부부는 확장을 할 경우 추가 비용이 드는지 문의하기도 했다.

 모델하우스를 나오자 아까 만났던 떴다방 아주머니들이 웃으며 다가왔다. "마음에 드는 곳 있었어요? 우리가 정보가 많으니 전화번호 줘봐요. 우리 다 부동산에서 나왔어요." 또 다시 동시에 수첩을 든다. 계속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자 "우린 전화번호 받는 역할이고 대표는 따로 있다. 상담을 한 번 받아보라"며 이미 자리를 잡고 있던 간이 테이블로 데려갔다.

 그 곳에 있던 남성은 "우리가 그라시움도 했어요. 강동구 고덕동 아시죠? 여기만 하는게 아니예요. 다해요, 다" 본인들이 '베테랑'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이렇게 운을 뗐다. 그리고는 옆자리에서 상담을 해주고 있던 일행에게 "그거 6000(만원), 조금 빼 줄 수는 있는데 한강이 보이는데라…전망이 좋은 곳이에요"라고 참견을 했다.  

 실거주할지, 투자할지 결정하지 않았고 상황 봐서 하겠다고 했더니 우선 절차를 안내했다. "매수자는 계약금이랑 피(fee, 웃돈)를 내야 해요. 명의변경이 6개월 후(전매제한 금지기간)니까 일단 채권, 채무로 해서 어음을 받고, 압류 서류를 만들어서 6개월 동안 갖고 있다가 그 후에 정식계약을 하면 돼요."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냐고 물으니 금새 답변이 돌아왔다. "물론 걸릴 순 있죠. 근데 벌금만 나와요. 300만원. 그 정도면 큰 돈은 아니잖아요. 취소되고 그런건 없어요." 말을 잇는다. "그리고 (정부도) 단속 의지가 없어요. 지금까지 많이 했는데 문제된 적이 없었어요. 강남도 취소가 안돼요. 이번에 세곡하고 내곡 조사했는데 취소가 하나도 안되더라구요."

 옆에서 "몇 동, 몇 호야? 어 거기 괜찮지"라며 전화통화를 하던 일행인 여성도 거든다. "그건 우리가 다 알아서 해 드려요. 걱정하지 마세요. 우선 거래만 하고 그 때 가서 한 것처럼 다시 하면 돼요."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마포구 신수1주택재건축정비사업지구인 신수동 93-102번지에 들어서는 신촌숲 아이파크 1순위 청약 총 395가구 모집에 2만9545명이 몰리며 평균 74.8대1의 경쟁률로 강북권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사진은 20일 재건축 현장과 견본주택. 2016.10.20.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마포구 신수1주택재건축정비사업지구인 신수동 93-102번지에 들어서는 신촌숲 아이파크 1순위 청약 총 395가구 모집에 2만9545명이 몰리며 평균 74.8대1의 경쟁률로 강북권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사진은 20일 재건축 현장과 견본주택. 2016.10.20.  [email protected]

 문득 전날 국토교통부, 마포구와의 통화 내용이 스쳤다. '핫'한 단지였던 만큼 불법전매가 횡행할 것으로 예상돼 단속할 예정인지 물었다. 대답은 같았다. "계획이 없다." 점점 음성화돼 가뜩이나 적발하기 힘들다는데 아예 단속도 안한다니 의아했다. 떴다방들이 정부를 두고 단속 의지가 없다고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긴 어때요?" 동과 호수를 찍어두며 훅 들어왔다. "84㎡고, 피는 5000(만원)이에요. 남동향. 위치도 좋아요." 상담을 받는 사람인 양 행세했던 또 다른 남성이 부채질을 했다. "위치도 좋은데 5000(만원)? 괜찮네."

 웃돈이 조금 붙은 곳은 어디냐고 묻자 "2층. 2500(만원)에서 3000(만원)"이라 말했다. 그랬더니 옆의 여성이 "지금 그런게 어딨어. 큰일날 소리 하네. 없어요 물건이. 다 4000(만원) 이상이지. 2500(만원)짜리 있으면 나 줘. 내가 살게"라고 했다.

 가족과 상의 좀 해보고 다시 오겠다고 했더니 "계약일에 임박해서 하면 안되니 2~3일 전엔 해야 해요. 다음달 1일부터 3일까지 계약이니 이번주 금요일(28일) 정도까지는 결정을 하세요"라고 조바심을 냈다. 거듭 연락처를 묻는데도 조심스러워 하자 명함에 별표를 그리는 것을 보고서야 "그럼 연락달라"고 했다.

 그러고도 "물건이 딱 나왔을 때 연락을 받아야지. 가격도 맞아야 하고. 생각만 하다가는 늦어요. 귀찮게 안한다니까." 뒷통수가 따갑다. 다행히 다음 '타자'가 있어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마포구 신수1구역을 재건축한 신촌숲 아이파크는 395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만9545명이 몰려 평균 74.8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했다. 올해 강북권에서 공급된 아파트 중엔 최고 기록이다. 59㎡, 84㎡, 111㎡, 137㎡ 등으로 구성됐는데 이 중 59㎡A형이 198.0대 1로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 전국 청약경쟁률도 평균 13.91대 1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미 분양시장 과열현상은 비정상적으로 달아올랐다.

 더욱이 정부가 투기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강남 재건축 단지 위주의 수요억제 시그널을 보내자 비(非)강남권으로 옮겨붙고 있다. 마포 아파트값은 일주일 새 호가가 3000만원 정도 상승했다. 당장 신촌숲 아이파트 인근 아파트 매매가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마포와 서대문 재개발이 본격화하면서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정부의 규제 시그널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투기 과열에 처방도 필요하겠지만 불법전매 등 현재 시행 중인 규제와 단속을 먼저 내실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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