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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영란법 한달]몸 사리는 공직사회…"부서회식도 없다"

등록 2016.10.27 15:37:50수정 2016.12.28 17: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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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뉴시스】 신정철 기자 = 경남 통영시의 통영적십자병원은 김영란법 시행에 발맞춰 '환자나 환자가족들로부터 감사의 선물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표지판을 내 걸었다. 2016.10.27. sin@newsis.com

【통영=뉴시스】 신정철 기자 = 경남 통영시의 통영적십자병원은 김영란법 시행에 발맞춰 '환자나 환자가족들로부터 감사의 선물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표지판을 내 걸었다. 2016.10.27. [email protected]

【경남=뉴시스】 김성찬 기자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 시행이 28일로 한달째를 맞는다.

 경남도내 공직자들은 확연히 바뀐 일상이 대체로 혼란스럽다. 반면 만족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무엇보다 '원치 않던 술자리'가 확 줄었다는 이유다.

 경남도청에 근무하는 50대 고위공무원은 한 달 전과는 상당히 다른 일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계나 산하기관과의 식사는 자제하고 있다. 웬만하면 점심은 직원들과 함께 구내식당을 이용하려 한다. 저녁약속도 줄였다. 애매한 성격의 모임이나 약속은 대체로 피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 캔커피를 준 게 신고됐다는 뉴스를 보고선 놀랐다. 불똥이 어떻게 튈지 모른다. 공직사회는 '일단 조심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내가 튈 필요는 없다는 데 다들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부담스러운 약속이 줄어든 것은 분명히 반길만하다. 문제는 연말이다. 미루고 자제한 약속들이 많은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난감한게 사실이다. 만남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잡아야할지 솔직히 난망하다"고 말했다.

 경남 교육계 역시 반응은 비슷하다. 도교육청 간부공무원은 "부서회식 자체도 없다"고 했다.

 이 간부는 "예전에는 일과 후 한 잔 하자는 연락이 종종 왔었는데 지금은 점심시간 조차도 외부로 나가는 경우가 드물다. 외식을 하더라도 더치페이 하자는 분위기"라고 했다.

 특히 "학교 시설물 공사 발주 등 관련 부서 직원들의 경우 외부인사와의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굳이 상담이 필요하면 청내 사무실로 오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법 시행 한 달 밖에 안돼 혹시라도 구설에 오를까봐 몸조심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공직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3~4달은 지나야 안정이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창원의 고등학교 교사 A씨 역시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아무것도 받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학부모가 온다고 하면 무슨 일인가 긴장부터 한다. 교사들 사이에 학생 지도는 어떻게 하나는 것이냐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고 했다.

 중학교 교사 B씨도 "예전에는 퇴근 후 동료들끼리 회식도 더러 했지만 이제는 아예 없다. 교육계 친구들을 만나도 오해를 살까봐 말도 조심하고 음식값은 당연히 더치페이로 해결한다"고 했다.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 역시 기자를 포함한 외부와의 식사나 술자리 약속 대부분을 꺼리고 있다. 덕분에 '저녁시간'이 생겼다며 반기는 분위기도 생겼다.

 일선 시·군에 홍보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C씨는 "지난 한 달 동안 공식적인 저녁약속은 부서회식 한 번이 전부다. 한 달 평균 4~5번의 술자리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뜸해진 저녁약속은 나보다 아내나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고 했다.

 공무원 D씨 역시 사라진 술자리가 반갑기만 하다. 그는 "술도 잘 못마시는데 이곳저곳 회식자리에 불려나가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김영란 법이 내 건강까지 챙겨줄 줄은 몰랐다"고 했다.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 든 병원들 역시 바뀐 분위기가 역력하다.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통영시 명정동 통영적십자병원과 경남도립 통영요양병원은 이 법 시행 이후 외부에서 건네는 감사 표시마저 꺼리고 있다.

 보호자없는 병동을 운영하는 이 병원들은 아예 '환자나 환자 가족들로부터 제공되는 감사의 선물도 받을수 없다'는 표지판을 병원에 비치했다.

 이 병원에 어머니가 입원하고 있다는 E씨는 최근 요양보호사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치킨 한세트를 선물했다가 거절당했다. 그는 "가족들 대신 환자를 돌봐줘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작은 선물을 전달했는데 거절당했다. 김영란법이 감사인사도 못하게 막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영란법 시행이 식당이나 꽃집 같은 일부 자영업자들에게는 달갑지 않다. 전반적인 사회분위기가 '조심' 쪽으로 흐르는 탓에 매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볼멘소리가 높다.

 관공서 주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F씨는 "공무원은 공무원끼리, 업체들은 업체들끼리 각자 알아서 먹는 분위기라 점심예약이 없다. 고급음식점이 위축되면 우리같은 중·소규모 식당들이 반사이익이을 좀 볼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고 했다.

 학교 근처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G씨 역시 "이전에는 행사때마다 축하난이나 꽃바구니 매출이 꽤 됐었는데 이조차 안된다고 하니 걱정이 많다. 소소한 정성으로 선물하는 꽃이 법에 저촉된다니 너무 각박하다"고 했다.

 인근 수퍼마켓 주인도 "학교 인근이라 가끔 학부모들이 음료수 한 상자 정도는 사서 학교에 들어갔는데 전혀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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