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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닭 40마리 물어 뜯은 개…발품 판 경찰에 덜미]

등록 2015.02.13 13:28:11수정 2016.12.28 14: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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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80대 노인이 애지중지 키우던 닭 40여마리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에게 물어 뜯겨 죽었다. 목격자도, 흔한 폐쇄회로(CC)TV조차 없는 마을에서 경찰은 끈질긴 탐문 수사 끝에 이웃 동네 개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노인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13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6시13분께 도산파출소에 "동네 빈 집에서 키우던 닭 40마리가 물어 뜯겨 죽었다"는 A(82·여)씨의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지난해 봄, 병아리 50마리를 사서 키웠다. 달걀을 낳으면 시장에 나가 파는 재미로 살았는데 허망하다"고 눈물을 흘리며 경찰에 도움을 호소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본 현장은 죽은 닭들의 붉은 피가 흥건했으며 날카로운 이빨에 물어 뜯긴 흔적만 남아 있었다.

 또 도심 외곽에 위치한 시골 마을, 빈 집에서 벌어진 일이라 당시 상황을 목격한 사람도, 단서를 남겼을 만한 CCTV도 없었다.

 경찰은 동네 곳곳을 돌며 발품을 팔았다. 그러던 중 한 주민으로부터 "개 한 마리가 입가에 피를 묻인 채 무언가를 물고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인에게 버려진 들개의 짓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지만 경찰은 인근 마을까지 발품 팔며 개를 키우는 집을 탐문했다.

 탐문을 한 지 하루가 지난 11일 오후, 경찰은 인근 동네 이모씨의 집에서 주민이 증언한 특징과 꼭 닮은 개를 찾았다. 집 주변에서는 닭 뼈도 발견됐다.

 경찰은 주인 이씨에게 사정을 설명했고 이씨는 잘못을 인정하고 A씨에게 40만원을 보상했다.

 
 A씨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경찰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거듭 전했다.

 도산파출소 노황규 경위는 "눈물을 흘리며 낙담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어머니가 생각났다"며 "그 모습이 자꾸 밟혀 포기할 수 없었다. 웃음을 찾아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마당에서 키우는 개는 반드시 밧줄을 묶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범죄 등으로 처벌 받을 수 있으니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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