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사회

[에이즈의 날]두 번 우는 에이즈 감염자들… "인식 변화와 정책 마련" 호소

등록 2011.12.01 06:19:24수정 2016.12.27 23:07:2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대구=뉴시스】박광일 기자 = 대구지역 에이즈(AIDS) 감염자 자조모임 회원들이 30일 대구 동구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사무실에서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pgi0215@newsis.com

【대구=뉴시스】박광일 기자 = 대구지역 에이즈(AIDS) 감염자 자조모임 회원들이 30일 대구 동구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사무실에서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대구=뉴시스】박광일 기자 = "병 자체의 고통보다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따른 마음의 상처가 더 아픕니다."

 10여 년 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양성 판정을 받은 A(43)씨는 이 같이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UN이 정한 '에이즈의 날(12월1일)'을 하루 앞둔 30일,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사무실에서 에이즈 감염자 4명을 만났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에 따르면 국내 에이즈 감염자 및 HIV 보균자는 8000여 명으로, 대구경북에는 5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감염자들은 가족과 친지, 친구, 직장, 의료기관 등에서 겪는 차별과 편견 섞인 시선, 사회적 단절에서 오는 마음의 상처를 호소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차별 여전…"어느 한 곳 기댈 데 없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차별과 모욕감이다.

 A씨는 "에이즈 감염자들은 면역력이 약해 몸이 아픈 경우가 많은데 병원이나 응급실을 찾으면 격리시키거나 대놓고 '나가라'고 하는 등 노골적인 차별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성토했다.

 이어 "의료기관에서 이 같은 차별과 모욕감을 겪은 에이즈 감염자들은 병원을 찾길 꺼려하게 된다"며 "결국 몸이 다 망가진 다음 병원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진들에게 혐오감을 주기 위해 에이즈 감염 사실을 밝히는 게 아니라 주의를 기울여 달라는 뜻에서 미리 말하는 것"이라며 "의료기관에서 에이즈 감염자들을 편견의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가족과 친지, 친구들의 편견과 시선도 이들을 두 번 울린다.

 B(59)씨는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리자마자 이혼을 강요받거나 내놓은 자식 취급을 받는 등 가족에게 버림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에이즈 감염자들은 가정과 사회 어느 한 곳도 기댈 데가 없다"고 말했다.

 A씨는 "힘든 마음에 가장 친한 친구에게 감염 사실을 알렸더니 그 후로 연락이 끊겼다"며 "당시 받은 모욕감과 상처는 이루어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고통…심지어 '자살'에 이르기도

 실업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과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도 호소했다.

 C(47)씨는 "감염 사실이 알려지면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 날 수밖에 없는데다 흔한 아르바이트마저 구하기도 어렵다"며 "감염자 대부분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겨우 혼자 쓸쓸히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D(34)씨는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따른 차별과 편견, 사회적 단절에서 오는 외로움이 겹쳐져 우울증 등 마음의 병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심할 경우 자살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정책적 대안 필요성을 강조했다.

 A씨는 "피부접촉이나 가벼운 스퀸십, 식사 등 일상생활로는 감염되지 않는다"며 "감염자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에이즈에 대해 잘못 알려진 인식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D씨는 "전국 7곳이던 에이즈 감염자 쉼터가 재정난 때문에 현재 부산과 대구 2곳만 남았다"며 "그마저도 정부의 지원이 줄게 돼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과 사회에서 모두 버림받아 기댈 곳이 없는 에이즈 감염자들에게는 한 곳에 모여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지원을 통해 쉼터를 늘리고 함께 자립생활을 할 수 있는 그룹홈을 마련해 줄 것"을 호소했다.

 ◇ 일상생활로는 감염 안 돼…"잘못된 인식 전환과 정책 마련을"

 다행히 이들은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의 도움으로 올해 초 '에이즈 감염자 자조모임'을 전국 최초로 만들어 삶의 활력소를 찾고 있다.

 현재 자조모임에 참여하는 감염자는 모두 9명이며 복지기관 봉사활동, 합창, 연극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스스로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기업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김지영 사무국장은 "에이즈가 처음 발견됐을 당시 일상생활에서도 감염될 수 있다고 잘못 알려지게 됐다"며 "감염자들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이 지금도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익광고나 언론보도를 통해 에이즈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널리 알려져야 한다"며 "감염자들도 스스로 용기를 내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에이즈 감염자들이 한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들의 자립을 위한 그룹홈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

구독
구독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