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공은 국회로
기간·임금보전 등 논란예고

노사정이 사회적 대화를 통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장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했지만, 임금보전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비롯해 6개월이 적정한 기간인지, 노동자 건강권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등 논란이 될만한 쟁점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회 입법 과정에서 이 논란들이 가중될 경우 노사정이 극적으로 합의한 원안이 그대로 지켜지기 쉽지 않을 수 있어 주목된다. ◇제조업·건설업·IT·스타트업 등에 영향 20일 노동계와 경영계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19일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를 통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고 노동자 건강권·임금보전 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몰릴 때 더 일하고 일이 없을 때는 덜 일하는 방식으로 일정 기간 안에 주당 평균 법정노동시간을 맞추는 제도다. 노사정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어떤 업종에 적용할지에 대해선 합의문에 명시하지 않았다. 이는 업종과 상관없이 탄력근로제 확대가 적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근무 패턴 등을 감안하면 집중근로가 필요한 산업 노동자들의 근무 유연성을 확대해 주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주로 제조업과 건설업 등에서 탄력근로제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납품기일이나 공사기일에 맞춰 근로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계절성이 있는 산업도 탄력근로제 수요가 높은 편이다. 여름철 판매가 급증하는 빙과류 제조업이나 휴가철 등에 수요가 몰리는 숙박·서비스업 등이 대표적이다. 창업 초기 자발적 집중근로가 많은 IT·스타트업 등에도 탄력근로제 활용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 적정한가 다만 노사가 합의한 6개월 기간을 두고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여전히 입장차가 큰 상황이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자유한국당은 6개월로 충분하지 못하다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단위기간 1년을 요구해 온 경영계 입장이 반영되지 못하는 등 반쪽짜리 탄력 근로제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의당과 일부 노동계 출신 여당 의원들은 6개월 확대에 대해 비판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탄력근로제 확대는 노동정책의 명백한 퇴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연구원 노민선 연구위원은 "탄력근로제 문제를 놓고 노사 간 대립이 심했는데 6개월로 단위 기간이 확대된 것은 굉장히 중요한 타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금보전 어떻게 되나 합의안에 포함된 임금 보전 부분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 현재 법정 근로시간은 연장근로를 포함해 주 52시간이다. 예컨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이 6개월이면 3개월 동안은 주 64시간을 근무해도 나머지 3개월은 주 40시간만 일하면 문제가 없다. 즉 3개월 연속 주 64시간 근무를 하는게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1주 법정 노동시간 한도가 늘어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로 인정되는 노동시간이 줄고 이는 결국 가산 수당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단위기간 내에서 주 평균 노동시간만 지킨다면 노동자의 연장노동수당(통상임금의 150%)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합의안에는 노동자 임금 감소를 막기 위한 장치를 포함시켰다. 사용자가 임금저하 방지를 위한 보전수당, 할증 등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해 이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했다. 신고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민주노총은 임금보전 방안이 분명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에 임금보전 방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회사에 따라 인상률이 변하기 때문에 임금보전분을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임금에 여러가지 규제를 추가하는 것은 향후 있을 임금체계 개편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에서도 촘촘한 임금 규제를 덜어내고 노사 자율로 풀어가도록 하는 추세"라며 "과태료 정도로 신고하도록 하는게 절충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임금보전 문제와 관련해 "합의안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해설서를 만들고 여기에 임금보전 부분도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가피한 사정' 범위 어디까지 인가 쟁점은 또 있다. 합의안에는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천재지변이나 기계고장, 업무량 급증 등 불가피한 사정이 생길 경우 근로자대표와 '협의'만 거치면 주별 근로시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어떤 사안을 불가피한 사정이 생긴 경우로 볼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급한 상황에서 노사 합의가 아니라 협의만 하도록 한국노총이 수용을 해준 것은 바람직하다"며 "다만 무엇이 갑작스런 사유에 해당하는 것인지, 또 추후 합의가 필요한지 등을 입법 과정에서 디자인 하는게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 건강권 어떻게 보장하나 합의안에는 노동자의 과로를 방지하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함을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이에 따르도록 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취약한 대다수 미조직 노동자는 사용자의 탄력근로제 악용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사정은 과로사 방지기준 등의 후속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보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오는 26일 과로방지 기준의 노사합의가 나올 것"이라며 "경사노위 의제별 위원회 중 산업안전위원회에서 노사정 간사 논의 결과 과로사방지법을 새로 만들기로 논의해 26일 의결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내용은 산업안전보호법을 개정해 과로사방지 내용을 넣자는 안과 과로사방지법 특별법을 만들자는 안이 발의돼 있는데 노사정 간사회의에서 논의한 결과는 과로사방지법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며 "4주 연속 평균 64시간을 초과하지 못하고, 12주 연속 평균 60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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