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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면동 복지허브화 2년차][르포]"'가가호호' 찾아가는 복지허브화로 웃음 되찾았어요"

등록 2017.04.23 16: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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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복지허브화 사업 시행 2년차 현장 가보니
 수혜자 만족도 높지만…도움 손길 거부도
 "현장에서 발로 뛰는 게 복지공무원의 숙명"

【세종=뉴시스】이인준 기자 = "처음에는 기대도 안 했어요. 그런데…."

 지난 20일 경기 광명시 소하1동행정복지센터에서 만난 유모(84) 씨는 동사무소 복지 공무원과 첫 만남 이후 달라진 것들을 떠올리자 심경이 복잡한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유씨는 올해로 시행 2년차를 맞은 읍면동 복지허브화 사업을 통해 살아갈 희망을 다시 얻었다고 말했다.

 아들의 사업실패, 곧이은 며느리의 가출.

 유 씨 부부의 기초연금과 일자리사업으로 손자 3명을 키우며 근근이 생계를 꾸려왔다. 아들은 택시영업을 꾸준히 해왔지만 지난 10여년간 생계비를 벌어다 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며느리는 간혹 자녀들의 학비를 보내왔지만 일정치 않고 충분치도 않았다.

 지난 10년간 그의 단 하나의 꿈은 손자에게 용돈 주는 것일 정도로 고단하기만 했다.

 하지만 상황은 더 나빠지기만 했다. 임대아파트에서 살며 근근히 버티는 일상. 관리비와 임대료는 나날이 연체되고 있었다. 과묵한 아들은 큰 빚을 지고 왔지만 대책없이 묵묵부답이었다. 길거리에 나앉기 직전.

 동사무소에서 유씨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것은 계약기간이 끝나 유씨 가족이 막바지에 몰렸을 때다.

 유씨 가족의 관리비 체납 문제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광명시 일대 임대아파트를 상대로 실시한 복지사각지대 발굴 일제조사에서 확인돼 소하1동 행정복지센터로 전달됐다.

 현장에 나가 유씨와 만나 대화를 나눈 소하1동 사례관리팀은 유씨 부부가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아들을 설득해 별도가구로 분리함으로서 수급을 받을 수 있게 조치했다.

 유씨 부부는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돼 그동안 받아오던 기초연금의 배가 넘는 54만원의 생계·주거비 지원을 받게 됐다. 교육급여를 받을 수 없었던 손자들도 민간의 후원으로 교복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유씨는 울먹이며 "우선 마음이 편해지고 다시 웃을 수 있게 됐다는 게 제일 크다. 내게 햇살을 주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씨도 처음부터 동사무소의 방문을 달가워했던 것은 아니다.

 길은정 사례관리팀장에 따르면 복지 공무원들은 매일 평균 가정내 경제적·정신적 위기가 감지된 5가구에 대해 초기 상담에 들어갔지만 대부분 허탕치기 일쑤다.

 낮 시간대는 자신의 처지가 이웃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 방문 약속을 잡으려고 해도 오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많고 젊은 사람일수록 도움을 꺼리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국가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을 받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사회안전망에서 멀어지는 경우도 많다.

 길 팀장이 이날 오전 초기 상담에 나선 광명시 가리대길에 거주하는 허모(63) 씨 부부도 마찬가지다. 허씨의 경우 기초생활수급 가구였으나 사업을 시작하려고 덜컥 3000㏄이상 봉고차를 구입해 내달부터 수급 대상에서 탈락됐다.

 현행법상 차량가액이 60만원 이상인 비영업용 차량인 경우 승용차로 100% 소득환산율을 적용해 월 60만원의 소득으로 산정한다. 허씨는 곧장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내달부터 탈락된다.

 길 팀장은 "차를 사실 때 공무원들과 상의만 하셨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정신적 문제 같은 경우 수년간 방치해 복잡하고 되돌리기 힘든 지경에 이르는 사례가 되기도 한다.

 이날 복지·보건·심리·지원·고용·주거·법률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대상에 대한 개입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하는 '통합사례관리'에 안건으로 올라온 권모(53)씨 가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권씨는 아내에 대해 상습적인 가정폭력을 가하고 있고 부인의 경우도 어린시절 겪은 정신적·물리적 아픔이 있었다. 하지만 결혼 이후에도 가정내에서 안정과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타인에 대한 의심·불신이 커져 도움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복지 공무원들로서는 꾸준히 발로 뛰는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속내를 털어놓는 사람은 당연히 없다. 유씨처럼 복지공무원과 직접 만나면서 변화가 나타날 때 현장에서 뛰는 사례 관리사들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미 전산시스템은 다양한 방식으로 복지사각지대를 감지하고 있지만 막상 대상자와 접촉이 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라며 "복지 공무원이 현장에 나가 직접 뛰는 것이 읍면동 복지허브화의 큰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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