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박원오 "최순실, 마사회 부회장 등 선임에 관여"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비선실세' 최순실이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05.31.  [email protected]

"최순실, 마사회 부회장 후보 3명 이름 거론"
"이력서 갖고 와라. 발설하지 말라했다" 증언
"최순실, 비서관들 손아귀에 넣고 컨트롤해"

【서울=뉴시스】나운채 이혜원 기자 = 최순실(61)씨가 한국마사회 임원 선임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법정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 뇌물공여 등 혐의 21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정황을 밝혔다.

 박 전 전무는 승마 국가대표팀 감독 출신으로, 최씨 측근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박 전 전무는 "2015년 초 이상영 전 마사회 부회장이 제게 '정 실장(정윤회)을 좀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며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으니, 이 전 부회장은 '연임을 좀 하고 싶어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 정씨와 연락이 전혀 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최씨에게 이를 전했다"라며 "그러자 최씨가 이 전 부회장에 대해 '능력이 없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씨는 이후 2015년 5월경 마사회 말산업 본부장 겸 부회장 후보라면서 김영규씨 등 3명의 이름을 거론하고, 이들을 아느냐고 물어봤다"며 "김영규씨가 능력이 있다고 말해주니 '이력서를 갖고 와 달라'고 말해 갖다 줬다"고 증언했다.

 박 전 전무에 따르면 당시 승마계는 이 전 마사회 부회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후임자가 누구일지 관심이 높던 상황이었다. 마사회 내부에서는 김 부회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 부회장으로 올 것이라는 소문도 돌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전무는 "최씨에게 소문에 대해 묻자, 최씨는 '김영규가 갈 테니 발설하지 마라'고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 부회장은 2015년 8월 마사회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이어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비춰볼 때 '김 부회장 선임은 그들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다"며 "현명관 회장 선임도 최씨가 개입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05.31.  [email protected]

 박 전 전무는 또 김 부회장의 전임인 이 전 부회장 선임 과정에도 최씨가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했다.

 박 전 전무는 "2013년 5월 최씨가 '정윤회씨와 함께 저녁을 같이 하라'고 해 강남의 한 한식당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며 "그 자리에서 이 전 부회장을 처음 봤다. 정씨는 당시 '앞으로 마사회로 갈 사람'이라며 이 전 부회장을 소개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전무에 따르면 당시 마사회는 부회장 겸 말산업육성본부장을 발표하기 전이었다. 특검팀은 박 전 전무에게 "정씨가 하는 말이 믿겨지지 않았는가. 얼마 후 정말로 이 전 부회장이 임명됐는가"라고 묻자, 박 전 전무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한편 최씨 딸 정유라(21)씨 등 승마선수 지원을 위해 독일로 갔다가 귀국한 박재홍 전 마사회 감독의 사표 수리 과정에서 최씨의 영향이 있었다는 정황도 박 전 전무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박 전 감독은 지난 2016년 2월 마사회로부터 사표를 내라는 말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박 전 전무에게 "박 전 감독이 재계약을 맺은 지 얼마 안 됐는데, 이유도 없이 사표를 내라는 말 들어서 최씨가 현 회장에게 직간접적으로 말해 박 전 감독을 내쫓으려고 하는구나 생각했는가"라고 묻자, 박 전 전무는 "그렇다"고 답했다.

 박 전 감독이 독일에서 최씨와 갈등을 빚었고, 이에 대해 최씨가 불만을 표했냐는 점에 대해서는 "복합적으로 생각했다"고 말을 아꼈다.

 이후 박 전 전무는 김 부회장에게 연락해 "최씨가 현 회장에게 연락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부회장이 "우리는 이재만 비서관에게만 연락 받는다"라고 답했다는 게 박 전 전무 증언이다.

 박 전 전무는 "최씨가 각 비서관들을 자기 손아귀에 놓고 컨트롤한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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