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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또다른 30년 기약하자"···한열동산서 열린 이한열 추모제

등록 2017.06.09 20: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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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씨가 9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 한열동산에서 열린 제30주기 이한열 열사 추도식에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7.06.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씨가 9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 한열동산에서 열린 제30주기 이한열 열사 추도식에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7.06.09.  [email protected]

母 배은심 여사, 우상호 의원 등 내빈 300여 명 참석
우 의원 "내가 '물러서지 말자' 외치지 않았다면···"
배 여사 "부축했던 종창이, 우 의원 이제 다 내려놓길"
저녁 서울광장서 추모문화제 열려···이한열합창단 등 공연

【서울=뉴시스】 박준호 김현섭 기자 =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 고(故) 이한열(사망 당시 22세·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씨 30주기 추모제가 9일 오후 연세대 신촌캠퍼스 '한열동산'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씨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 더불어민주당 우상호·표창원·송영길·원혜영·문희상 의원 등 내빈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씨가 최루탄에 맞고 사망한 1987년,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우 의원은 추모사에서 "지난 30년은 떨쳐버릴 수 없는 6월9일의 기억으로 고통스런 시간의 연속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날 내가 도서관 앞 민주광장에서 '결코 물러서지 말자'는 얘기를 안 했다면, '생명이 다하도록 전두환과 싸우자'고 선동하지 않았으면 한열이가 물러서지 않았을까"라며 "저 같은 많은 학생들이 한열이가 쓰러지고 나서야 울면서 후회했고 '내일 시청 앞에 가면 경찰이 다가와도 그냥 그 자리에 앉자'고 결의했다. 그렇게 시작된 게 6월 항쟁"이라고 떠올렸다.

 이어 "지금도 생각한다. 그때 학생회장인 나까지도 안쪽으로 후퇴했는데 한열이는 왜 남아있었을까. 민주화에 대한 열망 때문에, 지금 물러서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에 거기 서 있는 것이 설사 자신을 다치게 하고 생명을 잃을 수 있어도 물러서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6·10 고문살인 은폐조작규탄 및 호헌철폐 민주헌법쟁취 국민대회’를 앞두고 열린 연세대 집회에서 머리에 최루탄을 맞아 피를 흘리는 이한열. 6·10 민주항쟁의 상징이다.이한열기념사업회, 정태원

【서울=뉴시스】 ‘6·10 고문살인 은폐조작규탄 및 호헌철폐 민주헌법쟁취 국민대회’를  앞두고 열린 연세대 집회에서 머리에 최루탄을 맞아 피를 흘리는 이한열. 6·10 민주항쟁의 상징이다.이한열기념사업회, 정태원

우 의원이 묘사한 당시의 상황은 최근 공개된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기자 네이선 벤(당시 36세)의 사진에서 생생히 드러난다.

 시위에 참가한 모든 학생들이 이미 연세대 정문 안쪽으로 피해 들어간 상황에서 쓰러진 이씨와 그를 부축하려는 이종창(당시 연대 도서관학과 2학년)씨만이 뿌연 최루탄 연기 속에서 외롭게 남아있다. 마치 두 사람만이 허허벌판에 있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배 여사는 유족대표 인사에서 "오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우리 한열이를 부축했던 종창이와 총학생회장이었던 우 의원은 이제 무거운 마음 다 털어버리고 세상 살 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 여사는 "많은 언론에서 우상호하면 이한열이다. 그게 몹시 괴로웠다"며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우리가 바라는 것이지 추모제 같은 것은 부속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배 여사는 "추모제를 한열동산에서 하니까 마음이 편하다. 예전에 도서관 앞 광장에서 할 때는 마이크 소리 때문에 학생들 공부하는데 방해될까봐 마음이 무거웠다"고 밝혔다.

 한열동산(2015년 완공)이 자리 잡은 연세대 학생회관과 100주년기념관 사이는 이씨 삶과 죽음의 '접점'과도 같은 곳이다.

 한열동산 건너편에는 이씨가 1987년 6월9일 오후 2시께 '6·10 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 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나왔던 중앙도서관이 있다.

 이씨는 연대 정문 앞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을 후두부에 맞아 쓰러져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당시 중환자실이 있던 건물 바로 앞에 한열동산이 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6.10민주항쟁 30주년 전야제 '2017이 1987에게'가 열린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연세대 동문 이한열합창단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2017.06.09.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6.10민주항쟁 30주년 전야제 '2017이 1987에게'가 열린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연세대 동문 이한열합창단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2017.06.09. [email protected]

우 의원은 "이제 또다른 30년을 기약해야 한다"며 "한열이의 60주기 추모제가 열릴 쯤엔 한반도에 화해와 통합의 기운이 넘쳐나고 서민과 중산층이 행복하고 젊은 층이 일자리 걱정없이 사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추모제 진행 도중 바람이 거세게 불고 비가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중간에 자리를 뜨는 이는 없었다.

 한편 이날 오후 7시30분 서울광장에서는 6·10민주항쟁 30주년 전야제를 겸해 고 이한열 열사 추모 문화제가 개최됐다.

 문화제에서는 이한열 열사의 넋을 되새기고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가수 전인권, 안치환씨를 비롯해 세월호 유가족으로 구성된 4·16 합창단, 연세대 동문이 결성한 '이한열 합창단' 등이 무대에 올라 이한열 열사를 추모하는 공연을 펼쳤다.

 또 문화제 시작 전 추모제 참석자들은 이한열 열사의 운구차를 앞세운 장례행렬을 재연하며 태평로 일대에서 시가행진을 벌였다. 일부 시민은 이한열 열사의 영정을 뒤따르며 고인의 희생을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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