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눌러야 하지"…무인계산대 시대, 당황하는 노인들
패스트푸드점 찾은 노인들 무인계산대 '쩔쩔'
원치 않는 메뉴 선택되자 "이거 어떡하지"
"무인화, 막을 수 없지만 과도기 인력 필요"
"앞서나간다는 것보다 공동체 인식 있어야"
【서울=뉴시스】김제이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패스트푸드 종각역점에서 한 노인이 무인계산대(키오스크)를 이용하고 있다. 2018.11.14. [email protected]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패스트푸드 종각역점에서 만난 이모(64)씨는 찌푸린 얼굴로 무인계산대와 번호판을 쳐다보며 말했다.
'셀프오더'(Self Order)가 한창 운영 중인 점심시간대 매장은 노인 손님들도 많았지만 무인계산대를 능숙하게 이용하는 노인은 드물었다. 한참 기계 앞에서 망설이다가 결국 계산대로 가 직원을 불러 도움을 요청하는 노인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이 매장은 무인계산대 5대를 설치해 비대면 서비스를 기본으로 매장 인력을 구성했다.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엔 주문부터 결제까지 무인계산대로 진행하는 셀프오더를 운영한다.
박모(80)씨는 "자주 와서 이제 사용할 줄은 알지만 불편하다"며 "당연히 사람한테 주문하는 게 훨씬 낫다. 이제 사람이 주문을 안 받으니 어쩔 수 없이 기계를 쓸 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무인계산대 앞에서 실눈으로 작은 글자를 주시하던 장모(63)씨는 이내 기자를 향해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같은 노인들은 여기서 뭘 눌러야 할지 모르겠다. 이거 너무 복잡해"라고 중얼거리며 화면을 응시했다. '주문하기'를 눌러 메뉴가 보이는 화면을 띄워주자 장씨는 그제야 이리저리 화면을 넘기며 메뉴를 골랐다.
하지만 문제는 계속됐다. 예상보다 큰 총액을 본 장씨의 얼굴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화면을 넘기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메뉴들이 눌러져 사이다, 우유 등이 추가된 것이다.
메뉴 삭제 방법을 모르는 장씨는 "이거 어떡해야 하지"를 연발하며 당황했다. 기자가 삭제 버튼을 눌러주자 장씨는 "이래서 힘든 거다. 젊은 사람이야 쉽지만 노인에겐 그렇지 않다"며 자리로 돌아갔다.
【서울=뉴시스】김제이 기자 = 패스트푸드점의 무인계산대(키오스크). 2018.11.14. [email protected]
인건비 절감과 젊은 세대의 편리함을 고려할 때 무인계산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의 주요 패스트푸드점들은 이미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무인계산대를 도입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비대면 서비스가 추세가 된 지 오래다. 요즘 젊은 고객들은 편안하게 혼자 주문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정보기술(IT) 발전에 따라서 롯데리아 역시 매장에 이런 추세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리아는 전국 매장 825곳에서 무인계산대 1201대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람이 제공하던 서비스를 받기 위해 기계를 이용해야 하는 변화의 과정에서 노인 세대를 배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무인화는 막을 수 없는 추세지만 노인들이 적응할 때까지 과도기 인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노인들의 특성을 고려해서 무인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어르신과 젊은 세대가 상생공존을 하기 위해서는 앞서나가는 것보다 공동체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