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로 조상찾기' 가능…허용항목 12→56개 확대
국가생명윤리심의委, 유전자 검사서비스 심의
배아·태아 대상 유전자 검사 항목도 165→189종
[알링턴(미 버지니아주)=AP/뉴시스]대통령 소속 제5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소비자 직접 의뢰(DTC)' 유전자 검사가 가능한 항목을 종전 12개에서 56개로 늘리기로 했다.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국가 생명윤리 및 안전 정책의 최고 심의기구인 대통령 소속 제5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18일 오후 4시 서울 켄싱턴호텔에서 제3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위원회는 '소비자 직접 의뢰(DTC, Direct To Consumer)' 유전자 검사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 결과보고 및 관리강화방안 등 2건을 심의하고 배아·태아 유전자 검사 제도개선 경과 등 4건을 보고받았다.
◇4개 민간 유전자 검사기관에 56개 항목 검사 허용
지난해 12월 제2차 회의에서 DTC 유전자 검사서비스의 질 관리와 점검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한 데 따라 보건복지부가 올해 2월부터 11월까지 시행한 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 평가·인증 결과를 보고받았다.
시범사업에는 정식 참여기관 7개와 기준에 미달한 5개 기관 등 12개 기관이 질병이 아닌 개인 특성이나 건강과 관련(웰니스)된 57개 항목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수행했다.
이 중 현장평가를 통과하고 100%에 가까운 검사 정확도를 보여 인증 수준의 검사역량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 곳은 랩지노믹스, 마크로젠, 이원다이애그노믹스, 테라젠이텍스 등 4개 기관이다.
결과 해석 일치도 평가도 진행했다. 일치도는 동일인이 12개 기관에 동시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고 업체 간 해석 일치도를 살펴보는 암맹평가 방식으로 조사했다.
하지만 그 결과 57개 항목 가운데 통계적 유의성이 있는 결과 해석 일치도를 보인 항목은 단 한 항목도 없었다.
55개 항목은 결과해석 일치율이 75% 미만에 그쳤고 조상 찾기 항목은 1개 검사기관만 분석했으며 새치 항목은 한국인에게 위험인자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원회는 업체 간 공통 분석 근거인 데이터베이스 및 표준화된 해석방법의 부재 항목의 특성과 관련된 유전자 및 SNP(단일 핵산염기 다형성)는 다수 존재하는데 각 업체가 검사를 위해 선택하는 유전자와 SNP가 서로 다를 수 있는 점 등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업체의 역량보다는 기술 자체의 한계 때문으로 이러한 유전자 검사의 특징은 해외에도 보고돼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위원회는 전했다.
결국 결과 해석이 제각각이었는데도 위원회 산하 유전자전문위원회는 위험인자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새치 경향성을 제외한 56개 항목에 대해 조건부로 2년간 유전자 제한 없이 임시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대신 ▲시범사업에서 질 관리 인증을 받은 4개 검사기관에 한해 ▲국민들에게 유전자 검사의 해석상 기술의 불완전성을 충분히 알리고 ▲국민의 알권리 등을 보장하는 검사결과의 해석·전달 방안 확보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개정 고시안 시행 2년 후 검사항목 예측정확도를 재검토하고 주기적인 암맹평가·소비자 만족도 조사, 개인정보 보호 방안 마련 등도 시행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검사기관 인증제도 도입 시범사업 시행 결과를 바탕으로 제한적인 검사항목의 확대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안전과 알권리 보장을 위해 유전자 검사역량을 인정받은 검사기관에 한해 검사결과 해석의 정확성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권고 사항은 ▲충분한 정보의 제공 ▲서비스 전달 가이드라인 마련 ▲검사기관의 질 관리 ▲조건부 허용 등이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는 DTC 유전자 검사를 해외에서 수행하고 국내소비자들에 결과전달을 대행하거나 생명윤리법 상 금지된 보험가입·마케팅 등에 유전자 검사결과를 활용하는 등 시장의 혼탁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강력한 관리 필요성도 권고했다.
확대 대상은 혈통(조상 찾기), 영양소, 운동 적합성 및 회복능력, 피부·모발(새치 제외), 식습관, 개인특성(알코올 대사·의존성·홍조, 와인 선호도, 니코틴 대사·의존성, 카페인 대사·의존성, 불면증, 수면습관 등), 건강관리(퇴행성 관절염증 감수성, 비만, 혈압, 콜레스테롤 등) 등이다.
◇배아·태아 대상 유전자 검사 항목 189종으로 확대
출산과 인공 임신 중절 등을 고려해 165종 질병을 법령으로 규정해 왔던 배아·태아 대상 유전자 검사 항목도 189종으로 늘어난다.
복지부는 제도개선 연구용역, 전문가 자문위원회,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산하 배아·유전자전문위원회 합동회의 등을 통해 항목 추가 요구를 받은 28종 중 위중도가 낮은 4종을 제외하고 검사 확대가 필요한 24종에 대해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위원회에 보고했다.
허용되는 질환은 가부키증후군, 포이츠제거스 증후군, 갑상선수질암, X-연관 림프증식성질환, X-연관 근세관성 근육병증, 코넬리아 드랑에 증후군, 유전감각신경병 4형, 화버증후군, VICI증후군, 급성 괴사성 뇌증, 피르빈산키나아제 결핍증, 부분백색증, MELAS증후군, 선천성 부신저형성증, 바터증후군, 옥살산뇨증, 주버트증후군, 싱글턴머튼증후군 등이다.
위원회는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기를 원하는 심각한 유전병을 가진 가족의 출산권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기존 허용된 165종 질환 외에 추가적으로24개 질환에 대하여 검사가 가능하도록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회는 생명윤리 및 안전 정책에 대한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특별전문위원회를 구성, 향후 1년간 기본계획 수립의 방향 제시와 관련 정책 제안을 담당하도록 했다.
향후 논의 주제로는 ▲교육 등 시민과 과학자의 생명윤리 역량강화 ▲생명윤리 관련 시민참여 강화 및 공론화 추진을 위한 제도화 ▲생명윤리에 대한 인권적 접근 및 법 제도 정비 ▲생명안전에 대한 원칙 논의 및 정립 ▲국가위원회 및 기관생명윤리위원회 등 제도와 ELSI(윤리적·법적·사회적 함의) 연구 등을 추진할 것을 보고했다.
생명윤리 기본계획 특별전문위원회는 앞으로 논의결과를 정리해 일반 국민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친 후 2020년 말 국가위원회에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기본계획 권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 밖에 복지부는 올해 개정된 생명윤리법의 잔여검체 활용 시 동의간소화 제도 관련 하위법령 개정 결과를 보고했고 위원회는 위원회 운영세칙 개정안을 심의했다.
이윤성 위원장은 "DTC 유전자 검사 제도에 관해 국민을 보호하며 검사역량이 확보된 기관에 한하여 질 관리 가능한 유전자 검사 시행의 기초가 마련되는 계기가 됐다"며 "향후 생명윤리분야에서 유사하게 각계의 의견대립이 첨예한 사안에 대해서도 위원회가 적극적으로 공론화 방안을 모색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우리나라 생명윤리에 있어서 나침반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