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고덕 아파트 측, 택배기사 주거침입 고발…"갑질 끝판"(종합)

등록 2021.04.28 14:22:30수정 2021.05.03 09:25:37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아파트 측, 주거침입죄 혐의로 13일 고발장 제출

"아파트 측 처벌 원한다는 신고…절차대로 조사"

택배노조, 오후 규탄 기자회견…"참으로 너무해"

"광고 얼마나 붙어있나…전단지로 고발이라니"

택배노조, 1일 대의원회의서 총파업 여부 결정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9일 오전 배달차량 지상 진입을 전면 금지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아파트 단지 앞에 천막을 설치해 농성 시위를 하고 있다. 2021.04.19.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9일 오전 배달차량 지상 진입을 전면 금지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아파트 단지 앞에 천막을 설치해 농성 시위를 하고 있다. 2021.04.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지상출입 금지를 둘러싸고 택배기사들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간 갈등이 한 달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아파트 측이 택배기사 2명을 주거침입 혐의로 고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서울 강동경찰서와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측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3일 아파트 측으로부터 112 신고를 접수했다. 고발인은 아파트 측 보안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택배기사 2명이 집 앞에 인쇄물을 붙인다는 이유로 처벌을 원한다며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택배기사들은 노동 현실을 입주민에게 알리는 호소문을 작성해 집집마다 부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발인과 피고발인 택배기사 2명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파트 측에서 처벌을 원한다는 신고가 들어와 절차대로 조사할 방침"이라며 "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택배노조 측은 이날 오후 1시 강동경찰서 앞에서 아파트 입주민과 경찰을 향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단지 입구에 택배물품을 내린 후 아파트 단지 앞 배송 실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총 5000세대 규모로 알려진 해당 아파트는 주민 안전 등을 이유로 지난 1일부터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지상도로 진입을 막았다. 이 아파트는 안전 사고 및 시설물 훼손 우려를 이유로 지난 1일부터 모든 차량이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동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부분 택배차량은 지하주차장 진입제한 높이(2.3m)보다 차체가 높아 진입이 불가능하다. 2021.04.14.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단지 입구에 택배물품을 내린 후 아파트 단지 앞 배송 실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총 5000세대 규모로 알려진 해당 아파트는 주민 안전 등을 이유로 지난 1일부터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지상도로 진입을 막았다. 이 아파트는 안전 사고 및 시설물 훼손 우려를 이유로 지난 1일부터 모든 차량이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동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부분 택배차량은 지하주차장 진입제한 높이(2.3m)보다 차체가 높아 진입이 불가능하다. 2021.04.14. [email protected]

택배노조 측은 "참으로 해도 해도 너무한 처사"라며 "택배노동자들은 노동환경이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후퇴되는 현실을 감내해야만 하고 이에 대한 문제점을 알린 것이다. 이런 것을 이렇게 고발을 당하고 경찰 소환을 당해야 하는지 억울하고 분노스러울 뿐"이라고 토로했다.

진경호 택배노조위원장은 "이번 고발은 보편적·사회적 상식을 완전히 무시하고 정말 갑질의 끝판을 보여주는 의미로 규정하고 싶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전단지를 붙이고 있고, 그 전단지를 붙인 모든 분들이 주거침입이라는 어마어마한 범법행위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며 "이제 택배노동자들의 분노를 모아서 전면적인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고발을 당한 택배기사도 마이크를 잡았다.

정창만 택배노조 조직국장은 "어떻게든 한 분이라도 저희의 호소를 들어줬으면 하는 절절한 마음에 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유인물 한 장 건네는 것이었다"며 "주민분들 나올 때 맞춰서 아파트에 들어가 옥상부터 집집마다 하나씩 꽂으며 내려왔다"고 떠올렸다.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단지 입구에 택배물품을 내리고 있다. 총 5000세대 규모로 알려진 해당 아파트는 안전 사고 및 시설물 훼손 우려를 이유로 지난 1일부터 모든 차량이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동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부분 택배차량은 지하주차장 진입제한 높이(2.3m)보다 차체가 높아 진입이 불가능하다. 2021.04.14.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단지 입구에 택배물품을 내리고 있다. 총 5000세대 규모로 알려진 해당 아파트는 안전 사고 및 시설물 훼손 우려를 이유로 지난 1일부터 모든 차량이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동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부분 택배차량은 지하주차장 진입제한 높이(2.3m)보다 차체가 높아 진입이 불가능하다. 2021.04.14. [email protected]

이어 "저희들은 다른 것 없다"며 "입주자대표회의와 대화하고 싶다는 유인물 한 장을 건네고 싶었던 것뿐인데 어떻게 주거침입이 되고, 주거침입해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토로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아파트 살면 알겠지만 우편함과 집 앞에 얼마나 많은 상업 광고들이 붙어있나"라며 "심지어는 대출하겠다는 광고도 엄청 붙여져 있다"고 했다.

이어 "상업 광고보다 훨씬 절박하고 공익적인 전단지 하나 붙였다고 고발하는 게 어디 있느냐"며, 경찰을 향해서도 "(피고발인을) 소환할 것이 아니라 충분히 (경찰) 직권으로 조사 가치도 없으니 무혐의 처리하면 될 것을 택배기사들까지 신속하게 소환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되물었다.

택배노조는 다음 달 1일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을 포함한 찬반 투표를 통해 최종 투쟁 방향을 확정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아파트 단지 내로 택배 물품이 손수레에 실려 들어가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 1일부터 단지 내 지상도로로 차량이 다니지 못하도록 전면 통제 됐으며, 지하 주차장 높이가 택배 차량의 높이보다 낮게 지어져 차량 출입이 불가능하다. 2021.04.15.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아파트 단지 내로 택배 물품이 손수레에 실려 들어가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 1일부터 단지 내 지상도로로 차량이 다니지 못하도록 전면 통제 됐으며, 지하 주차장 높이가 택배 차량의 높이보다 낮게 지어져 차량 출입이 불가능하다. 2021.04.15. [email protected]

총 5000세대 규모로 알려진 해당 아파트는 주민 안전 등을 이유로 지난 1일부터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지상도로 진입을 막았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 지하 주차장 입구 높이가 2.3m라 진입하지 못하는 택배차량이 있어 논란이 불거졌다. 일반 택배차량의 높이는 2.5~2.7m다. 이 때문에 택배기사들은 단지 지상도로에서 손수레를 이용해 배송하거나,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려면 사비로 저탑차량으로 바꿔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택배노조는 이같은 행동을 '갑질'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아파트가 일방적으로 진행한 조치와 요구사항이며 결정 과정에서 택배기사들의 의견은 배제됐다는 것이다.

아파트 측에서는 1년 전부터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 금지를 알리며 충분한 계도 기간을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지난 1일과 14일 이 아파트 후문 입구에 물품 1000여개가 쌓이는 '택배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