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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방역완화 가속 페달…非코로나 취약환자 '위험'

등록 2022.03.25 15:37:30수정 2022.03.25 15: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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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서울=뉴시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사진= 대한의사협회 제공) 2022.03.25

[서울=뉴시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사진= 대한의사협회 제공) 2022.03.25

[서울=뉴시스]  오미크론은 이전 변이들과 달리 독성이 다소 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주변을 봐도 심한 인후통과 고열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며칠 앓고 나면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망자 수는 왜 날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일까? 코로나19 감염 이후 쇠약해지고 몸을 회복하지 못해 숨진 이들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사망자 수는 알려진 사망자 수보다 많을 것이다. 질환마다 발병자 수 대비 사망자 수가 나와 있다. 흔한 감기나 독감도 고령이나 심한 기저질환자, 아주 어린 소아의 경우 치명적일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연일 코로나19 확진자 진료와 수술이 늦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진다. 이런 환자들을 위한 호흡기전담클리닉, 안심진료소, 전화진료 등 여러 가지 방침들도 잇따르고 있지만, 치료가 시급해 애태우는 비코로나 환자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한 예로 100일 미만 영아들의 경우 코로나19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열이 나면 영아 패혈증일 가능성이 있어 뇌척수액 검사를 포함한 여러 가지 검사를 받고 항생제 주사를 맞으면서 입원해야 한다.

코로나19 진단을 받아 병원 진입이 어렵거나 입원이 안 되는 아기들을 보면 무척 안쓰럽다. 실제 진료했던 100일이 채 되지 않은 한 아기의 어머니는 아기가 어려서 집 밖에 한 번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었는데 어떻게 코로나에 걸렸는지 모르겠다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병원을 한 번 찾은 것이 외출의 전부였다고 한다. 아기가 어디에서, 어떻게 코로나19에 걸렸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요즘 이렇듯 어린 아기들의 보호자들이 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전혀 없는 아기의 예방접종이나 영유아 검진을 위해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코로나19 환자들이 찾지 않는 소아과를 맘카페에서 애타게 찾고 공유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든 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를 차별 없이 진료해야 한다는 방침 속에서 감염에 취약한 비코로나 환자들이 오히려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독성이 약하니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도 ‘걸려도 괜찮다’, ‘다 걸려 버려라’는 발상은 옳지 않다.

게다가 음압(바이러스 확산 차단)이 되지 않는 일반 수술실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수술하라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런 지침이 제대로 된 전문가들과 논의가 됐고, 준비 과정이 있었느냐는 점이다. 그동안 코로나19 환자를 수술하려면 별도의 환기시스템(공조장치)이 있어야 했다. 만일 수술실 여러 개가 환기시스템을 공동으로 사용하면 다른 방에서 수술받는 비코로나 환자들이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있어서다.

병원에서 수술 받는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감염 등에 취약하다. 수술 이후 폐렴은 가장 흔한 합병증이다. 이런 환자들이 감염에 노출되는 것에 대해 환자의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방역 완화 지침을 정착시키려면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많은 국민들이 코로나19를 겪었고 코로나19에 걸려 있지만, 내 가족 중 고령이거나 아주 어린아이와 같은 취약한 환자들이 코로나19에 노출돼도 괜찮다는 사회적 인식이 있는지, 국가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했고 이해를 구했는지 생각해볼 때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천만 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방역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점에 대체적으로 동의하지만 방역 완화 액셀만 계속 밟고 있는 것에 대해 심히 우려하고 있다. 감기약이 동나고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길게 서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현장에서는 의료 자원에 한계가 오고 있는데, 무조건 유행의 정점을 찍고 내려가면 된다며 급가속 액셀을 밟아 정점까지 간다는 것은 그 사이 희생될 누군가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2년이 넘는 긴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우리 모두 지치긴 했지만, 큰 희생 없이 일상을 회복하는 그 날까지 방역을 푸는 속도를 조금만 천천히 올리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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