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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서훈, '北어민 귀순의사' 보고에도 '그냥 돌려보내면 안되나'"

등록 2023.03.09 11:31:22

검찰,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공소장서 적시

"서훈, '흉악범인데 그냥 돌려보면 안되나' 물어"

"동료 16명 죽인 애들이 귀순하고 싶어 왔겠나'"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정원장. 2018.09.05. mangusta@newsis.com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정원장. 2018.09.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검찰이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 당시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강제북송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취지의 실무진 보고를 무시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이 사건으로 지난달 28일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을 대거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9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서 전 원장은 2019년 11월 동료 선원들을 살해한 북한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다는 보고를 받고 "흉악범인데 그냥 돌려보내면 안 되나"라고 말했다. 이후 청와대 대책회의에서 북송 방침이 결정돼 11월7일 판문점을 통해 어민들을 북측으로 추방했다는 것이다.

서 전 원장은 북한 어민들을 나포하기 하루 전인 2019년 11월1일 "동료 선원을 다수 살해한 흉악범이 남하를 시도하고 있다"며 북한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지 법적 검토를 지시했다. 대공수사국이 '북한 선원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다'는 보고서를 3일 제출하자 서 전 원장은 "흉악범인데 그냥 돌려보내면 안 되나"라고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1월2일 북한 어민들은 나포된 직후 중앙합동정보조사팀 조사에서 '동료선원 16명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중앙합동정보조사팀장이 "정식으로 수사를 해야 한다"며 "사실 규명을 위해 강제수사가 필요하고, 사법기관 요청 시 합동조사팀이 정보를 지원하겠다"고 국정원에 보고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이때 합동조사팀장은 '혈흔이 있을 것', '선박 자체가 증거가 된다'고도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서 전 원장은 11월4일 새벽 국정원 3차장에게 "16명이나 죽인 애들이 귀순하고 싶어서 온 것이겠냐, 귀순의 진정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라며 "북송하는 방향으로 조치의견을 넣어서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조사했다. 이 조사 내용에 따르면, 살인 혐의에 대한 국내에서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실무진 보고를 묵살하고 '강제 북송'을 결정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또 서 전 원장 지시를 받은 3차장은 보고서 내용의 상당 부분을 'X자' 표시하며 "송환을 전제로 하는 보고서인데, 이걸 넣을 필요가 있습니까"라며 보고서 수정을 지시한 것으로 공소장에 나타난다. 이에 강제수사, 혈흔감정 같은 귀순을 전제로 한 단어들이 빠졌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11월4일 청와대 대책회의에 수정된 보고서가 제출됐고,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남북한 간의 특수관계를 감안할 때 북송이 가능하다'며 강제 북송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지난해 7월12일 통일부가 북한 어민 강제북송 관련 판문점 송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통일부 제공) 2022.07.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지난해 7월12일 통일부가 북한 어민 강제북송 관련 판문점 송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통일부 제공) 2022.07.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11월5일에도 합동조사팀장이 국정원 대공수사국 직원으로부터 "합동조사 조서에 귀순이라는 용어가 있으면 곤란합니다"란 말을 듣고 보고서를 수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합동정보조사팀이 매뉴얼에 따라 대공혐의점을 조사한 뒤 북송 또는 귀순자 처리를 했어야 하는데, 윗선의 강제북송 결정에 따라 조사 결과를 마무리할 수 밖에 없었다고 봤다. 보고서상 '귀순의사 표명'이나 '귀순' 표현이 삭제되고 '나포' '월선'으로 대체돼 귀순의사가 없었던 것처럼 조작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조작이 이뤄진 이유로 '남북관계'를 들었다. 공소장에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하고자 노력을 기울이던 상황에서, 탈북어민 문제까지 불거질 경우 남북관계가 경색될 것을 우려했다"며 "충분한 법률 검토나 NSC 논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탈북 어민을 강제북송하기로 결정했다"고 적시됐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지난달 28일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 전 원장, 노 전 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인한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정 전 실장 등은 탈북어민들이 우리 해군을 피해 사흘간 도주하다 나포된 점, 살인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귀순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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