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줄줄이 휴강…대학가, '보강 쓰나미' 골치
교수들도 답답 "보강 안하면 재임용·승진 불이익"…강사들은 더해
한 학기 수업 짤 때 공휴일 체크, 학내 '보강 주간' 설계도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최장 11일에 달하는 황금연휴를 맞아 대학생들과 교수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5월3일 석가탄신일, 5일 어린이날, 9일 대통령 선거일 등 법정 공휴일과 임시 공휴일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수업을 다른 날로 대체하느라 분주하기 때문이다.
일부 교수들이 5월1일 근로자의 날과 휴일 사이에 낀 5월4일 및 8일에도 휴강을 결정하면서 학생들의 보강 스케줄은 더욱 복잡해졌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황금연휴 후 몰아닥칠 '보강 후폭풍'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차라리 공휴일에 수업하고 보강 부담을 줄이고 싶다는 학생들도 보인다.
서울교대에 재학 중인 김모(21)씨는 "4일부터 9일까지 전체 휴강을 하면서 보강해야 할 수업이 총 9개나 된다"며 "다른 수업과 겹치지 않게 보강 수업을 잡다 보니 1, 2교시(오전 7~9시)에 수업을 듣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미리 휴강을 공지하지 않았던 8일은 차라리 수업하기를 바랐다"면서 "이번 보강은 출결점수가 그대로 반영돼 내 스케줄을 포기하고 참석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연세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정모(23·여)씨는 "학기 말 졸업전시회를 준비하느라 일분일초가 모자라는데 황금연휴로 인해 보강수업까지 잡혔다"며 "보강할 시간도 마땅치 않아 기말고사 날까지 수업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구대 2학년 이모(21·여)씨는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대통령 선거일에 휴강한 수업을 보강하기 위해 교수님이 기말고사 일정까지 뒤로 미뤘다"고 푸념했다.
연세대 A교수(강사)는 "정부가 임시공휴일을 대폭 만들었지만 학교에서는 '휴강하면 반드시 보강하라'는 지침이 있다"며 "나 같은 강사들은 전임교수와 달리 휴강이 더 자유롭지 못하다. (재임용 등) 꼬투리가 잡힐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A교수는 "매수업 앞뒤로 30분씩 보강을 하기로 했다"면서 "다른 수업이 있는 학생들은 불가피하게 수업을 못 듣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학생들은 황금연휴 때 수업하는 걸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앙대 B교수는 "옛날에는 교수 사정으로 휴강을 많이 했지만 최근 교육부 방침이 강화되면서 휴강할 경우 보강 일정을 학교에 알려줘야 한다"며 "보강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접수되면 교수들도 평가에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몇몇 교수들은 강의를 짤 때 한 학기 공휴일을 미리 체크하고 수업을 잡는 경우도 있다. 현행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은 1학점당 15시간의 수업을 해야 한다. 3학점짜리 과목이라면 한주에 3시간을 수업하거나 아니면 이틀에 거쳐 1시간30분씩 수업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서울대 C교수는 "교양 과목의 경우는 150명까지 수업을 듣기 때문에 보강 일정을 잡는 게 쉽지가 않아서 공휴일에 안 걸리도록 수업 요일을 짜는 편"이라며 "미리 한 학기(3~6월) 달력을 보고 공휴일이 화요일이나 목요일에 밀집될 경우 수업을 수요일 3시간으로 잡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 차원에서 보강 대안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기말고사 한 주 전에 '보강 주간' 또는 '자율학습기간'을 둬 학기 중에 빠진 수업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학사 일정을 설계하는 것이다. 학사 시스템으로 수업 손실을 보충하는 차원이다.
안동대에 재학 중인 조모(21·여)씨는 "매 학기 16주 차에 공휴일을 매울 수 있는 보강을 시행한다"며 "올해 16주차는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현충일, 대선일 등 4일의 보강 날짜가 정해졌다. 이후 기말고사 시험이 치러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염모(25)씨는 "공휴일에만 휴강하고 4일과 8일에는 수업을 그대로 진행한다"며 "공휴일 보강은 기말고사 일주일 전인 자율학습 기간에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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