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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검사 성추행' 그날 장례식장에선 무슨 일 있었나

등록 2018.01.30 1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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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여성-엄마민주당 당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0년 당시 여성 검사를 성추행한 안태근 전 검사를 규탄하고 있다. 주최 측은 피해 당사자 서지현 검사의 폭로와 관련해 검찰 조직의 공식 사과와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검사, 당시 사건을 은폐한 것으로 지목된 최교일 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주장했다. 2018.01.30.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여성-엄마민주당 당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0년 당시 여성 검사를 성추행한 안태근 전 검사를 규탄하고 있다. 주최 측은 피해 당사자 서지현 검사의 폭로와 관련해 검찰 조직의 공식 사과와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검사, 당시 사건을 은폐한 것으로 지목된 최교일 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주장했다. 2018.01.30. [email protected]


2010년 장례식장에서 성추행 피해 주장
"환상인 것 같았다"고 내부망 글서 회상
"허리와 엉덩이를 감싸안고 수차례 만져"
사무감사·통영 발령 등 인사 불이익 주장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가 8년 전 당시 안태근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검찰 안팎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서 검사는 지난 29일 검찰 내부게시판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당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던 안 단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30일 서 검사 본인의 글과 언론 인터뷰 내용들을 종합하면 2010년 10월30일 서울북부지검 소속이었던 서 검사는 한 장례식장에서 이 법무부장관을 수행했던 안 단장을 만났다. 안 단장이 자신의 신체 특정 부위를 수차례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게 서 검사 주장이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장례식장에서 안 단장은 서 검사의 팔꿈치를 밀며 장관 옆에 앉혔다. 그리고 술에 취한 안 단장이 서 검사에 자꾸 몸을 기댔는데 이 모습을 본 이 장관은 "내가 이 놈을 수행하고 다니는지, 이놈이 나를 수행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고 한다. 이 장관도 안 단장의 행위가 부적절했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뜻이다.

 이후 서 검사는 장관이 빨리 일어서기만을 기다리며 참았지만 안 단장의 손은 어느새 자신의 신체를 더듬고 있었다.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허리와 엉덩이를 감싸안고 수차례 만지는 상당히 심한 추행이었다는 것이다. 서 검사는 바로 옆에 장관이 앉아 있는데,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서 검사는 이를 두고 '자신의 머릿속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환상인 것만 같았다'고 적었다. 

 서 검사는 큰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꼈지만 검찰 분위기 탓에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특히 성추행 사실이 언론에 보도될 경우 검찰 조직 이미지가 실추되고, 오히려 피해자인 자신이 인사 불이익 받을 수 있어 고민에 휩싸였다.

 약 두 달이 지난 같은 해 12월께 서 검사는 당시 법무부에서 근무하던 임은정 검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임 검사는 서 검사에게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단장이 모 여검사를 추행하였다는 제보가 있으니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서 검사는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소속청인 북부지검 간부 등과 상의한 결과 안 단장의 사과를 받기로 하고 모른 척 한 것이다.

 그러나 안 단장은 아무런 연락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고, 임 검사가 당시 최교일 검찰국장에게 불려가 "당사자가 문제삼지 않겠다는데 네가 왜 들쑤시고 다니냐"는 질책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이후 2014년 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여주지청장으로 근무할 때 서 검사는 윤 지청장과 함께 근무하면서 상당한 불이익을 당했다. 윤 지정창이 국정원 댓글 수사와 관련해 고검 발령으로 자리를 떠난 뒤 정기 사무감사에서 많은 사건을 지적당한 것이다. 당시 지적사항은 틀린 부분이 많고 매우 불합리했지만, 서 검사는 윤 지청장에 대한 보복이라고 해 불똥을 맞는구나 하고 이를 감수한 채 넘겼다.

 서 검사는 부당하다고 생각한 사무감사에 대한 소명서를 작성한 뒤 이의제기를 준비했으나 '더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기다려보라'는 대검찰청 담당 검사의 말을 듣고 뜻을 접었다.

 이후 서 검사에게 날라 온 것은 검찰총장 명의의 경고장이었다. 나중에 주변을 통해 서 검사는 고검 사무감사를 담당한 모 검사가 강력히 주장해 검찰총장이 경고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서 검사는 이후 2015년 8월 여주지청에서 통영지청으로 발령됐다. 당시 여주지청장과 서 검사 본인이 여주지청에서 계속 일할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서 검사는 경력 검사 다수 배치 등의 이유로 통영지청 발령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 인사에 당시 승진한 안태근 검찰국장이 개입했다는 전언을 듣기도 했다.

 서 검사는 이프로스에 이런 글을 적으면서 "미래의 범죄에 용기는 주어서는 안되겠다는 간절함으로, 이렇게 힘겹게 글을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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