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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칼럼]달라이 라마 귀환 프로세스

등록 2013.05.31 08:01:00수정 2016.12.28 07: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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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여의봉, 히말라야 이야기’ <6>  5월 9일 롭상 상가이 티베트 망명정부 총리는 “티베트 망명정부는 중국의 통치를 받아들이고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라이라마의 하야와 급진주의적 반중국 티베트독립을 추진했던 티베트인 최대 독립운동 단체인 ‘티베트 청년 의회’(TYC) 등과도 무관하지 않은 사람이다. 이 총리가 기존의 달라이 라마가 이끌었던 망명 정부안에 대외적으로 처음으로 동의를 표명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5월 27일 그동안 비방을 해왔던 TYC가 달라이라마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 것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dogyeom.ha@gmail.com

【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여의봉, 히말라야 이야기’ <6>

 5월 9일 롭상 상가이 티베트 망명정부 총리는 “티베트 망명정부는 중국의 통치를 받아들이고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라이라마의 하야와 급진주의적 반중국 티베트독립을 추진했던 티베트인 최대 독립운동 단체인 ‘티베트 청년 의회’(TYC) 등과도 무관하지 않은 사람이다. 이 총리가 기존의 달라이 라마가 이끌었던 망명 정부안에 대외적으로 처음으로 동의를 표명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5월 27일 그동안 비방을 해왔던 TYC가 달라이라마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 것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달라이라마는 1987년 9월 미국 하원에서 촉구한 5개 항, 그리고 1988년 6월 15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 의회에서 연설한 것은 티베트의 독립이 아닌 “중도적 접근(Middle Way)”이다. 달라이라마는 1997년 미국 의회 연설에서는 “이제 티베트의 독립은 필요 없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은 티베트인들이 진정한 자치를 누림으로써 우리들의 풍속과 독특한 문화, 종교, 언어, 생활방식을 보존하고 계승해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이 지나면서 어쩔 수 없이 입장의 변화가 있게 된 것이다.

 중국의 통치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곧 완전한 자치는 아니다. 따라서 중국의 통치를 받아들이겠다는 총리의 발언은 ‘프리 티베트(Free Tibet)’를 외치는 전 세계에 퍼져있는 망명 티베트인들에게 5월 17일 국제 티베트 연대의 날에 대한 자숙을 부탁한 메시지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당일 행사에 미국을 방문 중인 달라이라마와 북유럽국가 순방에 나선 롭상상가이 총리는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참석한 사람은 빼마 친조르 문화종교부 장관이었다. 또 3월 10일 ‘티베트 민중 봉기 54주년’ 기념식에도 달라이라마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가장 정치적인 행사를 문화·종교적 행사로 대체한 것이다. 실제로 5월 17일 티베트자치구의 라싸에서도 별다른 동요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티베트 망명정부가 중국 내 티베트인들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면서 중국 정부에 실력행사를 한 것이다. 얼마 전 고령의 달라이라마가 2, 3년 이내에 꼭 귀향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한 티베트 망명정부의 대답으로 중국에 던진 유화 행동이면서 한편으로는 커다란 위협을 한 것이기도 하다.

 TYC가 제15차 전체 회의 개회식에서 달라이라마에게 사과한 다음 날인 5월 28일 오랜만에 중국정부는 입을 연다. 분리 독립을 추진한 TYC 역시 달라이라마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것은 앞으로 적어도 조직적인 활동은 자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어떤 조건에 달라이 라마의 귀환을 허용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티베트가 중국에서 분리할 수 없는 일부분이고 중화인민공화국이 전 중국의 유일 합법 정부라는 점을 인정하는 기초 위에서 우리는 달라이라마 개인의 앞날 문제와 관련한 접촉과 토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달라이라마가 자기 정치적 주장을 근본적으로 반성하고 시짱 독립을 추구하는 일체의 활동을 중단해야만 그의 앞날 문제에 도움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달라이라마가 진정으로 조국 분열 활동을 중지하고 이를 공개 선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여의봉, 히말라야 이야기’ <6>  5월 9일 롭상 상가이 티베트 망명정부 총리는 “티베트 망명정부는 중국의 통치를 받아들이고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라이라마의 하야와 급진주의적 반중국 티베트독립을 추진했던 티베트인 최대 독립운동 단체인 ‘티베트 청년 의회’(TYC) 등과도 무관하지 않은 사람이다. 이 총리가 기존의 달라이 라마가 이끌었던 망명 정부안에 대외적으로 처음으로 동의를 표명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5월 27일 그동안 비방을 해왔던 TYC가 달라이라마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 것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dogyeom.ha@gmail.com

 2008년 6월 4일 앞으로 티베트 독립을 추구하지 않고 베이징 올림픽을 지지하겠다는 샴동린포체 명의의 공식 확약서가 중국 지도부에 전달됐다. 최근 일련의 양국정부의 발언들은 아마도 두 정부 간에 모종의 문서가 오고 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5월 9일 총리가 미국 방문 중에 발언한 것을 염두에 둔다면 미국의 입김이나 중재도 있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티베트망명정부는 물론 영국에 대해 ‘달라이라마 리스크’로 압박함으로써 부담을 느낀 중국정부도 마지못해 티베트자치, 아니 달라이라마 귀환 프로세스에 동의하는 행동이라도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5월 27일 중국의 탄압에 맞서 달라이라마 귀환 등을 요구하는 승려가 티베트 암도에서 118째로 분신했다. 또 5월 24일부터 시짱 자치구 나취(那曲)지구 비루(比如)현의 나글하의 티베트 불교의 성지인 드잠브하산을 중국정부가 광산으로 개발하려고 하자 이 산기슭 다탕(達塘)향에는 전국에서 집결한 티베트인 4500여 명과 차량 1000여 대가 군경과 대치하며 대규모시위를 벌이고 있다. 어느 한 쪽이 섣부른 행동을 취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대참사가 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이러한 사건들이 중국정부의 입장에 영향을 끼쳤겠지만, 달라이라마 귀환의 전제조건을 거는 것으로 정리되면서 일단락됐다. 결국, 공은 다시 티베트망명정부에 넘어갔다. 티베트망명정부의 대응이 주목되는 순간이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아니 달라이라마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중국정부에 협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수행하는 종교인 특히, 티베트의 불교인들은 명상과 신탁을 통해 참으로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아마 달라이라마도 수많은 문제가 있는 중국의 가까운 미래를 보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귀환을 서두르는 것으로 안다. 아울러 중국 정부치하에서 분신으로 저항하고 있는 티베트 국민의 아픔을 더는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정부가 어떠한 조건을 내걸든 간에 고령의 달라이라마는 혼자서라도 귀환을 할 것이다. 그 길만이 가까운 미래를 오래된 미래로 바꾸면서 티베트 국민의 안녕과 평화를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 최고의 문화유산 가운데 하나인 불교 특히 밀교를 포함한 티베트전통 문화의 계승에도 이바지할 수 있기에 더 그렇다. 라싸 포탈라 궁에 안치된 성자 밀라레파의 부촉(付囑)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달라이라마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불교 지도자로 방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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