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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왜 근절되지 않나?

등록 2013.11.12 11:36:49수정 2016.12.28 08: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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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5일 프로농구 현직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에 소환될 예정인 가운데 지난해 11월 한 프로 스포츠 경기장에서 브로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고 있다.  photo@newsis.com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기승'…정부는 뒷짐만  전문가 "감시·단속 일원화된 전담 조직 필요"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불법 스포츠도박 시장규모가 해를 거듭 할수록 점점 커지고 있지만 단속은 제자리 걸음이다.

 지난해 국내 4대 프로 스포츠 승부조작 파문 이후 승부조작의 진원지로 지목된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들이 철퇴를 맞았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접속이 가능하고, 성인인증도 요구하지 않은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들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성행하고 있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와 달리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들은 베팅액수와 횟수, 종목 등에 대한 별다른 제약이 없어 청소년들까지 손쉽게 이용할 수 있을 정도다. 

 별다른 성인인증 요구도 없이 운영되는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들까지 등장했지만 정부의 대책은 부실하고,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베팅액수·횟수·연령 제한 없어 이용자 '급증'…한해 판돈만 11조원

 국내에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관리·감독하고 합법적으로 발행되는 '스포츠토토'의 경우 지나친 사행성을 차단하기 위해 경기 전에만 베팅을 허용하고 있다. 베팅 가능한 연령을 19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베팅액수도 한 번에 최대 1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야구와 축구, 농구 등 제한된 종목에만 베팅할 수 있는 스포츠토토와 달리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들은 해외 축구리그부터 골프, e-스포츠 등 종목 제한이 없다. 또 경기 중에도 베팅을 할 수 있고, 베팅액수와 횟수도 자신이 원하는 만큼 무제한으로 할 수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들은 별다른 인증절차가 없고, 접근이 쉬워 이용자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불법 스포츠토토를 이용하다 적발된 사람이 160여명에 달한다. 이는 불법 스포츠토토 신고센터가 설치된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간 검거된 47명보다 3.4배나 증가한 수치다.

 이용자가 늘다 보니 시장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사행성감독통합위원회 등에 따르면 현재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가 1000여개가 운영되고 연간 거래 규모도 최고 13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개인방송으로 실시간 중계까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개설과 폐쇄를 반복하는 것은 이젠 예삿일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 통해서도 누구나 실시간으로 접속이 가능하도록 하고, 심지어 인터넷 개인방송 등을 통해 '중계방'까지 만들어 실시간으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여 베팅을 유도하고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이용한 연예인들의 대한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현재도 인터넷에서는 관련검색어를 입력하면 누구나 쉽게 접속할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일부 사이트들은 합법적인 사이트처럼 광고까지 하고 있다.

 특히 나이제한이 없는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들이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최근 경찰 단속에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에 수차례 접속해 판돈 수십만원을 잃은 고등학생이 적발되기도 했다.

일부 사이트들은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하며 신규 회원을 끌어들인 회원에게는 현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또 트위터 등을 통해 홍보에 나선 한 도박 사이트는 실제 공식 스포츠 토토로 착각할 정도로 유사하게 만들어놓고, 무료 포인트 충전 등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나는' 불법 스포츠도박에 '기는' 정부 단속

 경기당 수천만원이 오가는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들이 성행하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은 필리핀이나 중국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고 있어 단속도 쉽지 않고, 적발되더라도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인 벌금형으로 끝난다.  

 특히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은 다른사람 명의의 통장과 휴대전화를 이용하고,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거나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할 상황이 되면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해버린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서버를 해외에 두고 개설과 폐쇄를 반복하고, 운영형태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며 "유해사이트로 지정돼 폐쇄되더라도 순식간에 새로운 불법 사이트를 또 개설하다보니 근절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들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24시간 감시체계 구축과 단속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관계자는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 대한 단속과 감시가 여러 곳으로 분산돼 있다"며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금융거래와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 전담조직을 만들어 일원화된 감시·단속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불법 도박사이트들에 비해 단속은 제자리 걸음 수준"이라며 "일원화된 단속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범죄 수익금을 모두 몰수하거나 징역형 이상의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행법에 따라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자에게 7년 이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베팅만 해도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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