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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성차별·뉴로 섹시즘일뿐…코델리아 파인 '젠더, 만들어진 성'

등록 2014.07.04 07:01:00수정 2016.12.28 13: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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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우리에게는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한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그 선택지는 분홍과 파랑이다. 여자아이를 낳을 친구에게 하늘색 딸랑이를 선물하거나, 남자아이를 낳을 산모가 분홍색 배냇저고리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분홍, 파랑의 성 구분이 자리 잡은 것은 20세기 중반에 지나지 않는다. 한때 분홍색은 '확고하고 더 강하며, 열의와 용기'를 상징하는 빨강에 가까운 색상이기 때문에 남자아이에게 선호됐다. '보다 예민하고 얌전하며, 믿음과 지속성의 상징'인 파랑은 여자아이의 것이었다.  jb@newsis.com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우리에게는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한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그 선택지는 분홍과 파랑이다. 여자아이를 낳을 친구에게 하늘색 딸랑이를 선물하거나, 남자아이를 낳을 산모가 분홍색 배냇저고리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분홍, 파랑의 성 구분이 자리 잡은 것은 20세기 중반에 지나지 않는다. 한때 분홍색은 '확고하고 더 강하며, 열의와 용기'를 상징하는 빨강에 가까운 색상이기 때문에 남자아이에게 선호됐다. '보다 예민하고 얌전하며, 믿음과 지속성의 상징'인 파랑은 여자아이의 것이었다.

 이렇게 태어나는 순간부터 남녀의 차이를 주입받은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객관적으로 자신의 성별을 인식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이 다른 행동과 사고를 보이는 이유는 그저 뇌 탓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을까.

 현대사회에서 남녀차별이라는 말은 점차 멸종의 위기로 향하고 있는 단어가 되었다.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사회의 인식이 바뀌면서 성별에 따른 차별 없이 동등한 지위를 논하는 것이 다양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흐름과 반대로 "남성의 뇌는 세계를 이해하고, 여성의 뇌는 사람을 이해한다"와 같은 주장 또한 낯설지 않다.

 감정적이고 세심한 여성, 분석적이고 수학적 능력이 뛰어난 이성적 남성은 사회적 맥락과는 또 다른, 과학이라는 강력한 이름의 증거를 얻어 대중에게 더욱 당연하게 인식되었다. 수많은 심리학·뇌과학 책의 저자들은 남녀의 뇌가 다르게 태어났다는 생물학적 근거를 들며 자신의 이론을 주장한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생각에 납득할 만한 과학적 증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코델리아 파인의 두 번째 책 '젠더, 만들어진 성'은 남성과 여성의 뇌가 태생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하는 이론을 도마 위에 올려 놓는다. 출간 당시 미국과 영국, 호주 등지에서 화제가 된 이 책은 루안 브리젠딘, 사이먼 배런코언, 마이클 거리안 등의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이성적이거나 감정적인 남녀의 뇌 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차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아니다. 연구자의 시선이 반영된 결과물이자 사회·문화적 편견이 낳은 결과물에 불과하다.

 파인은 인터뷰에서 남녀 뇌의 차이를 잘못된 관점으로 해석하고 그 결과를 선호하는 이유를 "사람은 사회에 퍼져있는 성적 불평등을 설명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 이유를 우리 사회에 아주 불공평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남성과 여성의 타고난 차이 탓으로 돌리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감정적이고 문학을 잘 이해하는 여성, 이성적이고 수학을 잘 푸는 남성과 같은 고정적으로 타고난 남녀의 뇌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21세기 과학이 만들어 낸 새로운 신경 성차별 혹은 뇌 성차별이라고 부르는 '뉴로 섹시즘'에 불과하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과대 포장돼 온 그것은 파란색 체육복과 분홍색 원피스 같은 편견과 우리의 마음과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이지 절대적이거나 불변하는 믿음이 아니다. 언제든지 유연하고 새롭게 바뀔 수 있는 차이일 뿐이다. 이지윤 옮김, 448쪽, 2만3000원, 휴먼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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