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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종합]"단원고 학생들 제발 가만히 좀 있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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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4-07-28 19:07:13  |  수정 2016-12-28 1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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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이 28일 오후 경기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사고 당시 상황을 증언한 뒤 귀가하고 있다. 2014.07.28.   ppkjm@newsis.com
"탈출하라 방송 했으면 더 많이 살았을 것"  단원고생들 심리불안 인형 안은 채 증언도

【안산=뉴시스】김도란 기자 = "처음에는 위험할 수 있으니 가만히 있으라고 했어요. 그다음에는 해경이랑 헬기가 오고 있다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어요. 제발 단원고 학생들 가만히 좀 있으라고…."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 살아 돌아온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A양은 28일 오전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이날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A양 등 단원고 학생 6명과 일반인 탑승객 등 9명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가운데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와 승무원 등 15명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원에는 세월호 선실(SP1)에 있었던 학생들이 나왔다. 대부분 탈출과정에서 승무원이나 해경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세월호를 버리고 먼저 탈출한 승무원들에 대한 엄벌을 요구했다.

 A양은 "배 안에 물이 차오르면서 엎어진 캐비닛에 갇히기도 했지만, 친구와 발버둥 치다 보니 다시 물에 뜰 수 있게 됐다"며 "친구와 함께 끌어올리고 밀어주면서 복도로 나와 줄 서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비상구 밖으로 해경이 보여 잠깐 안도하기도 했다"며 "손잡으면 닿을 거리였지만, 해경은 들어오지 않았고 2~3분 있다가 파도가 와서 친구들이 휩쓸려 들어갔다. 그 친구들은 다시 못 나왔다"고 증언했다.

 B양도 "어떤 아저씨들이 헬기가 왔다면서 호스와 커튼을 내려보내 줘 그걸 잡고 나왔다. 방안에 7명이 묵고 있었는데 물이 차서 2명밖에 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학생들은 배에 탔을 당시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안전교육을 받았느냐는 검사의 신문에 대부분 "받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A양은 "배에 타자마자 밥 먹고 바로 쉬는 시간이어서 내내 3층을 돌아다녔다"며 "만약 안전교육이나 방송이 있었다면 돌아다니는 동안 봤을 텐데 전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C양은 "선원들의 행동은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초반에 탈출하라는 방송이 나왔다면 더 많이 살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사고로 받은 심리적 충격을 지우지 못한 학생들은 친구 또는 선생님 등과 함께 법정에 나와 떨리는 목소리로 침몰 당시 배 안에서 벌어진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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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28일 오전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안산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법정증언을 마친 후 경기도 안산시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을 나서고 있다.  재판부는 학생들이 미성년자이고 안산지역에 살고 있어 광주까지 장거리 이동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 안산에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2014.07.28.  photo@newsis.com
 재판부는 학생들의 심리상태를 고려해 증인석에 친구 등이 동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 학생은 한 손은 선생님의 손을 잡고 한 손에는 인형을 안은 채 법정에 섰다.

 학생들은 재판부가 마련한 화상 중계 장치를 이용해 법정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증언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 법정 진술을 선택했다. 이날 출석한 학생 6명 중 1명만 화상 중계 방식으로 증언했다.

 이날 오후엔 다치고 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4.5t 화물차 기사 최모씨도 휠체어를 타고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씨는 사고 당시 매점에서 떡국을 먹기 위해 뜨거운 물을 붓던 도중 배가 기울어져 물통이 쓰러지는 바람에 다리에 화상을 입었다.

 최씨는 "갑자기 오른쪽으로 배가 기울면서 아래쪽에서 '꽝꽝꽝'하는 소리가 들렸다"며 "배 밑 쪽인 것 같았는데 화물이 쏠리는 소리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탈출 당시 상황에 대해 "옆에 있던 여학생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줘 구명조끼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배가 금방 침몰할 것 같아 바다로 뛰어들었다"며 "그런데 내가 구명조끼를 벗어준 여학생은 무서웠는지 두 손을 떨면서 뛰어내리지 못했다. 그때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고 회상했다.

 5층 객실에 머물다 구조된 필리핀 가수 부부는 "조타실로 가면 안전한 출구가 있다는 생각에 배가 기울자 조타실로 갔다"며 "선원 1명과 함께 라이프보트를 펼치려고 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날 증인신문에는 광주지법에서 상경한 재판부와 검사, 피고인 측 변호인단 등이 참석했다. 이준석 씨 등 피고인은 참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증인신문을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학부모와 취재진 대표의 방청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재판부는 이날 학생 6명과 일반인 탑승객 최씨, 필리핀 부부에 대한 증인신문을 했다. 29일에는 생존학생 17명을 부를 예정이다.

 doran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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