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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트럼프, 러시아에 '힐러리 해킹' 부탁…대선판에 불 질러

등록 2016.07.28 08:33:45수정 2016.12.28 17: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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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랜턴=AP/뉴시스】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2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2016.7.28.

【스크랜턴=AP/뉴시스】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2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2016.7.28.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2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민주당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을 해킹했으면 좋겠다는 발언으로 대선판에 또 불을 질렀다.

 클린턴 전 장관을 후보로 공식 추대하기 위한 민주당 전당대회가 한창이지만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등 미국 언론들은 물론 BBC, 가디언 등 해외 매체들까지 트럼프의 발언을 모두 톱기사로 다뤘다.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주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이메일 해킹 의혹과 관련해 "그들은 아마 클린턴의 이메일 3만3000개도 갖고 있을 거다. 그렇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러시아여, 듣고 있다면 당신들이 (클린턴의) 사라진 이메일 3만 개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아마 우리 언론들로부터 엄청난 보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이날 발언은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걸고 넘어진 것이다. 클린턴은 국무장관 재임 시절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공무를 본 일이 드러나면서 국가안보를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클린턴이 당시 개인 이메일로 주고받은 이메일 일부는 법원 명령에 따라 대중에 공개됐지만 이메일 약 3만3000건은 이미 서버에서 삭제돼 복구가 어렵다고 알려졌다.

 트럼프는 지난 22일 폭로전문웹 위키리크스가 DNC의 경선 펀파 관리 정황을 담은 이메일을 공개해 클린턴이 또 다른 이메일 스캔들에 휘말리자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트럼프가 전당대회를 한창 진행 중인 민주당으로부터 세간의 관심을 가로채고 있다"며 "이번 발언이 그의 캠페인에게 도움이 될지 피해를 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클린턴 진영은 즉각 반발했다. 정책 고문 제이크 설리번은 성명을 내고 "주요 대선 후보가 외세에 정치적 경쟁자에 대한 간첩 행위를 해 달라고 적극 부추긴 일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비난했다.

 클린턴 선거캠프의 브라이언 팰론 대변인은 MSNBC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이젠 공개적으로 러시아에 미국에 대한 사이버공격에 가담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팰론 대변인은 트럼프 후보가 그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우호적인 발언을 종종 내놓긴 했지만 이번에는 도를 넘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파격 발언에 공화당 지도부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위스콘신)은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라이언 의장의 대변인 브렌든 벅은 "러시아는 기만적인 폭력배가 이끄는 전 세계적 위협"이라며 "푸틴은 이번 대선에 대해 상관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축했다. 당 지도부가 트럼프와 또 엇박자를 낸 셈이다.

 트럼프는 논란이 커지자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나 다른 어떤 국가나 개인이 불법적으로 삭제된 클린턴의 이메일 3만3000개를 갖고 있다면 연방수사국(FBI)와 공유해야 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마이크 펜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러시아의 해킹이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민주당이 사실 관계를 무시한 채 사건의 배후가 러시아라고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NBC뉴스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민주당 이메일을 해킹했을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답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아는 사실은 러시아가 우리 시스템을 해킹한다는 것"이라며 "정부 시스템 뿐만 아니라 민간 시스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이번 발언이 민주당 해킹 사태와 맛물려 나왔다는 데 주목하면서 "트럼프의 주장은 러시아가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시점에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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