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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청년 해외취업의 민낯④]귀국비 제공 논란…"화내는 사람만 줬다"

등록 2016.12.08 06:00:00수정 2016.12.28 18: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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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차례 해외출장에도 현지 사정 파악 못 해
 출장에 딸까지 데려간 고위 관계자도 구설

【수원=뉴시스】김동식 김지호 기자 = 7억원이나 들인 '경기 청년 해외진출 지원사업'의 부실한 진행 속에 참다못한 참가 청년들은 출신 대학교에 현지 사정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에 놀란 대학교 측은 곧바로 경기도와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경경련)를 찾아 항의하며 해결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캐나다가 아닌 국내에서 문제가 벌어지자 경경련은 뒤늦게 캐나다 현지 운영기관을 통해 사태 파악에 나섰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귀국 희망자에게는 비용까지 대주기로 했다.

 당장 문제를 덮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눈 가리고 아웅 식'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와 경경련은 수차례의 현지 출장을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어떤 관계자는 캐나다 출장에 가족을 데려가기도 했다. 이러면서도 '취업률 100%'라고 사업 성공을 포장하고 있었다.


 ◇ 강력한 항의에 스스로 귀국경비까지 대납

 경경련은 지난해 4월 해외진출 사업 참가자를 모집하면서 캐나다 취업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취업 기간은 12개월 전후로 급여도 시간당 12 캐나다 달러 안팎이라고 했다.

 경경련은 출국 전 오리엔테이션을 통해서도 참가자들에게 현지 교육 시작부터 취업까지 5개월여가 걸린다고 설명했다. 11~12월에는 취업할 수 있고 1년 전후로 근무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현지 사정은 달랐다. 참가 청년들은 취업에 앞서 현지 어학 교육을 받던 중 의문점도 생겼다.

 이들의 비자는 학생비자(Study Permit)에 연계된 코업비자(Co-Op)였다. 6개월 교육받으면 6개월 취업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비자에는 몬트리올 교육청(EMSB)의 교육기관에서만 취업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6개월 교육과정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는 EMSB에서 3~4시간의 아르바이트만 가능했다.

 더욱이 EMSB코리아의 교육프로그램은 EMSB와 무관한 'Bouchereau Langua International(BLI)'에서 이뤄졌지만 BLI는 사설 어학원으로 EMSB 2015~2016년 학기의 운영 기관도 아니었다.

 이런 이유에서 참가 청년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EMSB코리아 관계자에게 비자 성격 등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이들은 "취업을 해도 비자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고, EMSB코리아측은 "어학연수가 아니어서 비자와 관계없이 취업은 가능하다"고 반박하면서 몇 달간 갈등을 계속했다.

 이와 관련, 경경련과 EMSB코리아 측은 뉴시스에 "수십 개의 일자리를 구해 소개했으나 본인들이 거부하고 취업 지원서도 내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참가 청년들의 주장은 다르다.

 현지 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채용 공고를 전달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취업을 기다리면서 생활비가 바닥난 청년들은 한식당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게 됐다. 사무직 아르바이트는 돈을 벌기가 어려워 육체노동을 한 탓에 취업 활동에 신경 쓸 여력도 없었다고 한다.

 취업을 기다리며 식당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는 악순환은 계속 반복됐고 참다못한 참가 청년들은 지난 5월부터 프로그램을 소개한 출신 대학교에 사정을 알리기에 이르렀다. 귀국하고 싶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대학교 취업 부서 관계자는 이런 소식에 화들짝 놀랐다.

 "학생들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 소개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몰랐다. 곧바로 도와 경경련을 찾아 귀국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경경련에 직접 항의했지만 별다른 답변이 없자 경기도 담당 부서를 찾기도 했다.

 도 담당 부서에까지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경경련은 뒤늦게 현지 사정을 파악하는 한편 '문제가 될 것'을 우려, 희망자에게 귀국 비용을 대주기로 했다.

 경경련은 별도의 예산이 없다는 이유에서 1인당 귀국비용 100여만원씩을 EMSB코리아에 부담시켰다.

 하지만 경경련은 애초 공고를 통해 천재지변, 질병 및 부상 등 별도의 사유 없이 일정 기간(취업 후 6개월) 이내 귀국하면 지원비용의 50%를 참가자에게 회수한다고 했었다.

 이런 이유에서 부실한 프로그램 진행에 취업을 포기한 다른 대학의 학생은 자비로 귀국하기도 했다.

 이런 원칙을 경경련 스스로 깬 셈이다. 귀국을 원하는 참가 청년의 항공료를 대주면서 잘못을 덮는 데만 골몰했기 때문이다.

 참가 학생들이나 대학교를 통해 이런 일들이 알려져 경기도의회 등에서 문제를 삼을 것을 걱정하기도 했다.

 "캐나다 현지에는 팁 문화가 있어 참가자들이 사무직이 아닌 식당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기를 원했다. 벌이가 더 좋기 때문이다"

 경경련 관계자의 답변이었다.

 하지만 식당에서 일하기를 원했다는 참가자들이 '왜 그렇게 돌아오고 싶어 했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반면 캐나다로 떠난 청년들은 갖은 수모를 겪는 동안, 미국과 중국은 사정이 달랐다.

 미국은 참가 청년 15명이 100% 취업을 했다. 한국 기업의 지사가 대다수였지만, 음식점에 취업한 캐나다와는 달랐다.

 중국 역시 출국한 지 10개월여가 흐른 지난 6월 30일 기준 1명만 귀국했고, 6명은 물류업체, 전자상거래, 호텔 등에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 눈 뜬 봉사였다. 수차례의 해외출장에서

 해외 취업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도와 경경련은 나라별로 직접 현지 출장을 통해 취업프로그램 운영, 기관 방문, 현지센터 확인뿐 아니라 연수생의 숙소까지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도와 경경련 관계자들은 지난해 3월 8~17일까지 8박 10일간 캐나다와 미국을 방문했다.

 사업 추진을 위한 현지 교육기관과의 업무협약 체결, 교육시설 및 프로그램 점검, 취업처 확인, 현지 지원센터 구축(협력관 채용) 등을 위해서였다.

 이들은 연수보고서를 통해 한국 연수생에 대한 적극적인 취업 지원 약속을 받았고 교육시설 견학도 했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또 경경련 관계자들은 지난해 8월 12~21일 한 차례 더 캐나다 몬트리올 등을 찾았다. 캐나다 연수생 21명을 인솔, 교육기관과 숙소 수속, 참가자 취업 예상 기업 관계자 면담 등을 위해서였다.

  뉴시스 취재 결과, 말뿐인 출장이었다. 현지 상황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보는 데 그쳤다.

 교육기관을 확인했다는 연수보고서와는 달리 참가 청년들이 교육받았던 기관은 애초 약속한 곳이 아니었다.

 취업예정기업 관계자를 만났다고 했지만, 학생들은 대부분 식당 아르바이트로 일했다. 숙소도 점검했지만, 참가자들은 비싼 기숙사비를 감당하지 못해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도와 경경련이 출장에 사용한 비용만도 6000여만원에 달한다. 출장비만 날린 셈이다.

 더욱이 경경련 고위 관계자는 출장에 자신의 가족(딸)까지 동행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경경련에서 그만둔 뒤 현재 도의 산하 공공기관 임원으로 근무 중이다.

 여러 명의 참가 청년들은 "함께 출국할 때 경경련 고위 관계자가 딸을 동행했다"면서 "우리와의 일정에도 딸을 데리고 다녔고, 마치 놀러 온 듯한 모습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또 "가족을 데리고 오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꿈, 희망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경경련 관계자는 "해당 관계자의 딸이 평소 해외취업에 관심이 커서 사업에 참여시키려고 했지만, 특혜 시비가 생길 수 있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딸이) 해외 취업의 현장을 보고 싶어 한다고 해서 비용을 별도로 부담하고 동행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딸이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고 해 통역도 할 수 있겠다는 판단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가족이 출장에 동행한 점에 대해선 '잘못한 결정'이었다."고 부적절했음을 인정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도와 경경련을 취업 성과를 포장, '자화자찬'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경경련은 올해 4월 일본의 자치제 국제화 협회 포럼의 기관지에 경기 청년 해외진출 지원사업이 우수사례로 꼽혔다고 도에 보고했다.

 이를 그대로 받은 도 담당 부서는 경기도지사와 고위 간부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취업률 100%'라며 사업비를 늘리고 고용노동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확대 추진하겠다는 보고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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