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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바꾼다] ① 뿌리깊은 부패, 침묵하는 관료사회

김지훈 기자  |  jikim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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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1-02 08:56:31  |  수정 2017-01-16 1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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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국정을 농단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사무실로 공개소환되고 있다. 2016.12.24. photo@newsis.com


정유년(丁酉年)이 밝았지만 새해 '대한민국호'가 순항할지 확신하는 이는 많지 않다. 병신년(丙申年) 말 전국을 강타한 최순실게이트가 현재 진행형이고 대통령 탄핵 심리에 따른 조기 대선이 예정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각계의 적지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여기에다 각종 경제지표는 환란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예측기관들의 경제전망도 온통 우울한 수준이다. 국민의 마음 속에는 새해에 대한 기대보다 정국 불안과 장기 불황에 대한 두려움만 가득하다.

병신년(丙申年)을 거치며 드러난 우리의 자화상은 너무나 일그러져 있다. 대통령 지인에 의한 국정농단이 가능했던 공직사회의 폐쇄적 시스템이 여전하고, 경제계 고질병인 정경유착 폐해도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 공정 경쟁을 해치는 사회의 갑질 행태와 부정입학 등 특혜 문화도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새해에는 19대 대선을 통해 새로운 정부 탄생이 예정돼 있다. 새 정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산적한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사회적 대립과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뉴시스는 정유년 새해에 희망을 기원하는 간절함을 담아 지난해 촛불민심이 우리에게 안겨준 주요 이슈별 과제를 시리즈로 진단,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관료사회의 민낯이 다시 한번 우리 사회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침묵하는 관료들. 뿌리깊은 부패사슬.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일부 공직자들은 가담했고, 일부 공직자들은 방조했다. 적지 않은 공직자들은 국정농단의 실체적 진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으면서도 애써 침묵했다.

이는 '국민과 국가를 위한 공공의 임무'라는 관료 본연의 가치를 외면한 것이고, 나아가 국정혼란의 폐해에 주목하기 보다 '조직구성원의 덕목'에 우선순위를 매긴 왜곡된 가치의 결과물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되짚어 보면 관료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규정한 '영혼없는 직업인'이라는 자조적 표현을 다시 한번 확인해줬다.

나아가 우리 사회가 정상 작동할 수 있는지, 비정상 작동을 할 수 밖에 없는지는 관료집단의 '침묵 카르텔'이 깨져야만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알려줬다.

문화체육관광부. 이번 최순실 국정논단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주요 등장인물들을 꼽아보자.

차은택(문화창조융합본부장 겸 창조경제추진단장을 맡았던 CF감독·최순실 추천), 김종(전 문체부 2차관·최순실 추천의혹), 김종덕(전 문체부 장관·차은택 추천), 김상률(청와대 교육문화수석·차은택 추천), 송성각(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차은택 추천) 등등.

정부 한 당국자는 "문체부 내에서 문화예술, 콘텐츠, 스포츠체육 등 한두 군데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서가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며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 가운데 최순실 또는 최순실 주변사람들의 행각을 전혀 몰랐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명이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비상식적인 정책, 검증안된 인사가 일사천리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적어도 해당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어느 누구에게서도 "국가정책을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은 결과라는 지적이다.

조롱거리로 전락한 늘품체조, 보조금 부당수령 의혹을 조사받고 있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마구잡이식 지원으로 국고가 줄줄 샜다고 지적받는 뮤지컬 지원사업 등등.

현장에서 쉽게 파악될 특혜 또는 비리였지만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까지 공직사회에선 '집단 침묵'으로 일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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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재소환되고 있다. 2016.12.26.

photo@newsis.com
문화체육관광부 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았다.

교육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청담고 졸업과 이화여대 입학에 대해 뒤늦게 감사에 착수, 정씨의 고교졸업과 대학 입학을 취소케하는 결정을 내리는 등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뿐이었다.

누가 정씨의 입학을 위해 이대 측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정씨 이대 입학의 교환 선물로 의심되는 정부 프로젝트 수주 커넥션 등등 불법적 요소에 대해서는 아직도 입을 꽉 다물고 있다.

청와대는 더 심하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조원동 전 경제수석,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제1부속비서관, 총무비서관 등은 줄줄이 구속되거나 특검 조사를 앞둔 처지다.

이들이 펼쳤던 각양의 국정농단 행동과 결정들을 살펴보면 '공직자'라는 명칭을 붙여주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사사롭다.

바로 곁에서 이들을 지켜봤을 숱한 엘리트 관료들의 침묵은 그래서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의 경우 기본적으로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했다가는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해소해줄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침묵의 카르텔'이 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 사회의 정치·행정·문화적 특성에 비춰볼 때 엘리트 관료들에게 직을 걸고 내부 감시나 고발을 해달라는 것은 '묶인 소가 스스로 고삐를 풀어야 한다'는 당위론일뿐이라는 의미다.

김 교수는 또 "상명하복이라는 관료집단의 정책결정 구조 때문에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단지 상부의 지시가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는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일단은 시키는 대로 하게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양한 의견을 놓고 다수가 납득하는 선에서 정책 결정이 이뤄지는 투명한 정책결정시스템. 외부 심의과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감시와 통제가 작동하는 시스템. 결국 상명하복의 공직사회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관료들에겐 암묵적인 지침같은 '침묵의 카르텔'이 깨질 때 뿌리깊은 부패의 연결고리도 가닥가닥 끊어질 수 있다.

jikim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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