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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늙고 시설도 늙고'…서울, '낡음'과의 전쟁 개시

등록 2017.01.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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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시 부양식 수중점검선 안전진단 모습. 2017.01.25.  (사진 = 서울시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서울시 부양식 수중점검선 안전진단 모습. 2017.01.25.  (사진 = 서울시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서울시가 늙고 있다. 교량 등 도시기반시설을 비롯해 주택, 차량·전동차 등 운송수단까지 다방면에서 노후화되면서 더 이상 서울을 '젊은 도시'라고 부르기 어렵게 됐다. 이에따라 서울시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70~80년대 급속한 도시화, 30년 지나 급격한 노후화로 귀결

 서울의 교량과 상하수도 등 도시기반시설 대부분이 급속도의 경제성장을 경험하던 1970년대 조성돼 노후시설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10년후인 2027년이 되면 30년이상 노후시설이 50%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각종 건축물과 도시기반시설 역시 빠른 속도로 지어졌다. 급속한 도시화의 최정점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한 시기였다. 이 때문에 3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현 시점에서 건축물과 도시기반시설의 노후화가 마치 파도처럼 한꺼번에 문제시 되고 있다. 이는 노후화로 인한 각종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도 문제지만 관리·보수에 소요되는 비용이 급증한다는 점에서 서울시에는 부담이다.  

 김준기 서울시 안전총괄본부장은 "서울의 노후화는 시간 경과에 따른 필연적 요소지만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안전·재정적 결과는 달라진다"며 "단기적인 계획 수립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유지관리계획을 통해 사용수명을 연장하고 예산을 절감하는 등 노후인프라시설의 안전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15만여대가 오가는 한강 교량 32개 역시 노후화를 피하지 못했다. 특히 수중구조물 1373기는 깊은 수심과 빠른 유속 때문에 접근이 어렵다는 이유로 안전진단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수중점검선 2대를 동원해 하루 평균 1~2개의 수중구조물에 손상부가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수중구조물 303기를 점검한 결과 긴급보수가 필요한 구간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21기에서 침식과 부유물 충돌에 의한 콘크리트 부분손상이 발견됐다. 올해도 천호대교 등 7개 교량과 465기의 수중구조물을 정밀점검할 예정이다.

 주택 노후화 역시 심각하다.

 15년이상 노후주택 해소를 위해 서울시가 지정한 리모델링지원구역(14개 구역)중 뉴타운·재개발 해제구역 등 노후불량 주택이 밀집한 6개 구역은 ▲봉천동 892-28일대(1만6000㎡) ▲봉천동 14일대(3만2605㎡) ▲장충동2가 112일대(4만468.1㎡) ▲용두동 102-1일대(5만3000㎡) ▲광희동2가 160일대(1만6745㎡) ▲황학동 267일대(19만9300㎡)다.

 도시재생사업지역 8개 구역은 ▲가리봉동 125번지 일대(33만2929㎡) ▲용산2가동 일원(33만2000㎡) ▲창신1동 일부, 창신2·3동, 숭인1동 일원(83만130㎡) ▲성수동 일원(88만6560㎡) ▲장위동 232-17번지 일대(31만8415㎡) ▲신촌동 일원(40만7600㎡) ▲상도4동 일원(72만6000㎡) ▲암사1동 일원(63만5000㎡)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15년이상된 개인 소유 노후주택에 단열공사, 보일러 공사, 상하수도 배관교체 등 리모델링 비용을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해주는 '리모델링지원형 장기안심주택' 25호를 모집하는 등 노후주택 교체를 유도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서울환경운동연합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 촉구 시민 캠페인 및 경유차 활성화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2016.05.26.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서울환경운동연합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 촉구 시민 캠페인 및 경유차 활성화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2016.05.26. [email protected]

 서울시내 차량의 노후화는 대기오염의 주요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서울시 초미세먼지의 50%는 국외, 30%는 타 지역에서 유입되며 20%는 서울시에서 배출된다. 서울시의 초미세먼지 배출원을 살펴보면 자동차가 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난방·발전(27%), 건설기계(17%), 비산먼지(12%) 등이 뒤를 이었다.

 자동차중에서도 휘발유차보다 경유차가 초미세먼지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특히 경유차 신차에 비해 노후차에서 초미세먼지 유발 물질이 최대 6배까지 더 나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서울시는 노후 경유차의 폐차를 유도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모두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오염물질 배출 기준이 미비했던 2005년 이전 제작 2.5t 이상 경유차의 경우 서울시 전역에서 운행을 제한하고 있다. 위반시 최고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동시에 서울시는 해당 경유차 차주에게 저공해 장비 장착을 위한 보조금을 지급한다. 장비 장착이 불가능한 차종에 대해선 조기 폐차 보조금을 준다.

 임미경 서울시 운행차관리팀장은 "노후 경유차를 가진 분들은 이 시기에 조기폐차하고 차를 바꾸면 여러 경제적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22일 발생한 잠실새내역 전동차 고장사고에선 서울시 노후 전동차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사고차량이 도입된 시점은 1990년 11월. 일반적으로 전동차의 기대수명을 25년으로 본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5년에 이미 폐차됐어야 하지만 계속 운행을 하면서 결국 사고를 내고 말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4호선을 운행하는 전동차 총 1954량 중 20년 넘게 운행한 차량은 1184량으로 60.6%에 달했다. 기대수명(사용내구연한) 25년을 초과한 차량도 268량(13.7%)이었다.

 기대수명을 넘어선 전동차들은 모두 최근 5년간 정밀진단과 정밀안전진단평가 등을 통해 5~15년 연장사용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으며 폐차된 차량은 1대도 없었다.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예산 문제 때문에 노후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에서 역관계자들이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오늘 오전 6시 30분쯤 서울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에서 강남 방향으로 향하던 전동차 외벽에 화재가 발생해 잠실에서 강남역 방면 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2017.01.22.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에서 역관계자들이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오늘 오전 6시 30분쯤 서울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에서 강남 방향으로 향하던 전동차 외벽에 화재가 발생해 잠실에서 강남역 방면 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2017.01.22. [email protected]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시민들에게 받는 운임이 원가의 70% 수준이고 국가정책 차원에서 이뤄지는 노인·장애인·유공자 무임수송에서 매년 1800억원 가까이 손실을 본다"며 "이 때문에 노후화 문제 관련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동차 등 서울시의 각종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우리 나름대로 계획을 잡아 2022년까지 8000억원 가까이 예산을 단계적으로 확보하려 하지만 여러모로 어렵다"며 "(전동차 노후화는) 국민안전과 직결된 사안이므로 도시 운영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봐야한다"고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개발에서 유지·관리로 패러다임 전환 받아들여야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개발 위주에서 유지·관리 위주로 도시계획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전환시킬 시점이 됐다고 지적한다. 사회·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성장세가 꺾여 청년기에서 장년기로 접어든 서울시가 30년전 식으로 개발에만 집중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신상영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는 새로 건설하는데 예산을 썼지 유지·관리·보수는 등한시했다"며 "앞으로의 시대는 신축보다 유지·관리·보수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축물과 도시기반시설을 서울시의 자산으로 보고 중장기적 자산관리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시설의 생애주기를 점검해서 노후도에 따라 유지·관리·보수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관련 예산을 해마다 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후화과정에서 특정시점을 넘기면 아무리 많은 비용을 들여도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인기영합적인 개발사업에만 몰두하지 말고 유지·관리·보수 사업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조언을 하고 있다.

 신 연구위원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들은 땅 속에 있어서 안 보인다. (유지·관리·보수를 해도) 표시가 안 나니 시민들에게는 안 와닿고 그러다보니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분야다. 그러다보니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메리트가 없다"며 "지금까지는 공무원들도 인기영합적인 접근을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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