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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더블데이트]김수정·이기쁨 "'국민대통합' 연극판도 변화 기회"

등록 2017.05.17 15:09:01수정 2017.11.14 11: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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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제38회 서울연극제에 참여한 창작집단 'LAS' 이기쁨(왼쪽), 극단 '신세계' 김수정 연극 연출가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5.17.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제38회 서울연극제에 참여한 창작집단 'LAS'  이기쁨(왼쪽), 극단 '신세계' 김수정 연극 연출가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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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로서 보기드문 30대 여성 연출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지난달 26일 개막한 '제38회 서울연극제'는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이중 초청작 10편중 눈길을 끄는 두 사람이 있다.

 극단 신세계의 상임 연출가 김수정과 창작집단 라스(LAS)의 연출가 이기쁨이다. 각각 창작 초연 '말 잘 듣는 사람들'(18~28일 대학로 알과핵소극장), 번역 재연 '손'(18~28일 드림아트센터 4관)을 올린다.

 두 사람은 남성중심의 대학로에서 보기 드문 30대 여성 연출가여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김수정 연출은 "한국에서 여성이 부정시되는 건 뿌리가 박혀 있고 비단 대학로의 일만이 아니다"라면서 "그런 타이틀로라도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으면 거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런 남성중심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여전히 소수에요. 주목 받는다고 해도 존재감이 미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제38회 서울연극제에 참여한 창작집단 'LAS' 이기쁨(왼쪽), 극단 '신세계' 김수정 연극 연출가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5.17.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제38회 서울연극제에 참여한 창작집단 'LAS'  이기쁨(왼쪽), 극단 '신세계' 김수정 연극 연출가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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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쁨 연출은 "여성이라는 테두리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고 선을 그었다. "나이가 먹고 흘러가는 대로 꾸준히 잘 하고 있으면 나중에 40대 여성 연출가가 돼 있겠죠"라며 담담함을 보였다.

 '말 잘 듣는 사람들'과 '손'은 열악한 여성 연출가의 환경을 고려해 호의를 더하지 않고도, 작품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연극들이다.

 '말 잘 듣는 사람들'은 극단 신세계다운 블랙코미디다. 2004년 미국 켄터키 주 마운트 워싱턴의 패스트푸드점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여성의 성폭행 사건을 한국의 삼계탕 집으로 옮겼다.  

 삼계탕 집에 경찰이라고 자칭하는 사람의 전화가 걸려오는데 식당 구성원들은 스스로 공권력에 복종하고 결국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된다.

 실화에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김 연출은 소재를 찾고 각색을 하는 과정에서 "지금 관객에게 와닿아야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꼽았다. "패스드푸드점의 열악한 노동 상황을 한국적으로 변형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제38회 서울연극제에 참여한 극단 '신세계' 김수정 연극 연출가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5.17.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제38회 서울연극제에 참여한 극단 '신세계' 김수정 연극 연출가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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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신세계는 혜화동1번지 6기동인 김 연출을 중심으로 2009년부터 활동해오다 2015년 지금의 이름을 내건 젊은 극단이다. 이 극단의 작품에는 항상 도발, 파격이 따라 붙는다.

 성적인 건 물론 모든 분야에서 자극적인 포르노에 노출된 한국 사회를 까발린 '그러므로 포르노', 집단주의의 광기를 그린 '파란나라' 등이 대표적이다.

 '말 잘 듣는 사람'처럼 공권력에 대한 도전도 이 극단의 성격을 규정하는 수식어다. 하지만 순한 웃음과 느릿한 말투가 인상적인 김 연출은 "공권력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도 부러 할 생각은 없다면서 "모든 이야기는 저, 가족, 그리고 제가 속한 집단에 대한 이야기인데 하지만 모든 것은 사람이 만든 거라 자연스레 모순 덩어리가 된다"고 했다.

 배우, 무용수 출신인 그녀는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싶거든요. 초반에 연출을 시작할 때는 화가 나서 많이 그런지 소통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계속 관객을 만나면서 소통해나가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부터 전국의 참사 현장을 도는 거리예술 '망각댄스 - 세월호편'을 선보이고 있는 이유 역시 "극장만이 아닌 바깥에서 더 관객들을 만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저희끼리 친목 클럽처럼 공연하면서 찾아오는 관객만 만나기보다 좀 더 범위를 넓히고 싶었습니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제38회 서울연극제에 참여한 창작집단 'LAS' 이기쁨 연극 연출가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5.17.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제38회 서울연극제에 참여한 창작집단 'LAS' 이기쁨 연극 연출가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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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쁨 연출한 라스의 '손'은 일본 작가 겸 연출가 이와이 히데토의 작품이다. 손에 붙어 있는 손가락을 잘라낼 수 없듯이,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가족의 이야기다.

 놀이를 기반으로 하는 젊은 창작집단답게 라스는 음울한 에피소드을 통해 가정 비극으로 보일 수 있는 작품을 유머를 통해 영민하게 피해간다.

 2009년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들이 주축이 돼 창단된 라스는 산스크리트어로 '반짝임'이라는 뜻이다. 

 이기쁨 연출은 "연습하면서 배우들과 가족 간의 갈등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어느 집 하나 멀쩡한 곳이 없더라"고 웃었다.

 "'손'의 가정은 더 해요. 아들이 아빠에게 폭행당한 뒤 아빠랑 싸우는 장면에서 밉고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어 부들부들 떨기만 하는데 결국은 엉켜서 버둥거리고. 그런 장면들이 모아져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인 셈이죠."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제38회 서울연극제에 참여한 창작집단 'LAS' 이기쁨(왼쪽), 극단 '신세계' 김수정 연극 연출가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5.17.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제38회 서울연극제에 참여한 창작집단 'LAS'  이기쁨(왼쪽), 극단 '신세계' 김수정 연극 연출가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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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작품의 공연화를 꺼리기로 유명한 이와이 히데토의 흔쾌한 허락을 받아 2015년 겨울 초연했다. 이와이 히데토의 작품 중 국내에 소개된 건 '손'과 박근형 연출의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뿐이다.

 "허락을 받았다기보다는 저희가 작가님을 너무 좋아해 매달렸어요. 초연 때 작품을 보시고 다행히 좋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하고 기뻤죠."

 '손'은 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덤불 속'을 영화화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처럼 같은 장면을 다르게 기억하는 등장인물의 모습들도 흥미롭다.

 "엄마와 아들이 장례식장에 가서 울었는지, 가기 전부터 울었는지에 대해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장면이 있어요. 현실에서도 그렇잖아요. 관계에 따라 달리 보고 기억하는 재미가 있어요."

 끊임없이 작품을 올리고 연극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지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 검열로 대표되는 몇년 동안의 연극계는 이들 젊은 연극인들에게도 혹독했다.

 "최근에 터진 일련의 일들에 가까이 가는 것이 무서웠어요. 겉에서 보고 듣기만 했죠. 연극계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겁내하지 않아요.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어서예요.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한창 고민 중이거든요. 궁극적으로는 상식적이고, 예술계 또는 사회가 자유롭고 나라의 지원 형태가 공정하기를 원하는 이상을 꿈꾸는 것인데 그걸 이루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이 쉽지 않은 거죠. 과정 중에 제 힘이 필요하면 기꺼이 동참할 생각은 있어요."(이기쁨)

 "연극인 전체 판이 움직이는 결과가 생겨서 이전보다는 판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극뿐만 아니죠. 전 대통령이 사회적인 업적을 이룬 거죠. '국민 대통합'이요. 연극계가 연대하는 듯하지만 작업을 개별적으로 하니 개인주의적인 생각이 강하거든요. 명확한 것은 연극판 전체에게 기회일 수 있다는 거예요."(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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