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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유니폼 안 버린 KTX 해고 승무원···내일부터 '집중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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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7-09 15: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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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4월1일 서울역 앞에서 열린 '철도안전 위협 외주화 중단 및 간접고용 KTX 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김승하 지부장이 대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공기업 정규직 약속에 속은 '지상의 스튜어디스'
대법 판결로 복직 꿈 좌절···빚만 떠안고 동료 잃어
"복직 때 입으려고 승무원 유니폼 여태 안 버려"
"죽는 것 빼고 다 해봤다···암담하지만 꼭 명예회복"
10일부터 기도회, 문화제, 토크콘서트 등 '집중행동'
 
 【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여자가 독하다." "나라면 살 길 찾겠다." "KTX에 꿀단지라도 묻어놨냐?"

 지난 11년간 전국철도노조 KTX 열차승무지부장 김승하(38·여)씨가 진절머리 나도록 들은 말이다. 수없이 듣고도, 들을 때마다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김씨는 2004년 KTX 개통 당시 공채 1기 여승무원이 됐다. 무려 13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땅 위의 스튜어디스'라 불리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받았다.

 그러나 철도청(현 코레일) 자회사인 홍익회(현 코레일유통)의 위탁계약직이었다. 철도청은 2년 후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김씨는 140만원 남짓 급여를 받고도 일했다. 세금과 보험료를 빼면 손에 쥐는 돈은 고작 125만원에 법정휴가인 생리휴가조차 제대로 쓸 수 없었지만 참았다.

 2년이 지나자 회사는 정규직 전환을 해야하는 법망을 피하려고 계열사인 KTX관광레저로 이적 계약을 제안했다. 이 곳은 감사원으로부터 매각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부실기업이었다.

 김씨는 280여명의 동료들과 함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으나, 결국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고됐다. 당시 27세였다. 김씨는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고 입사했지만 감감 무소식이었다. 공기업이 약속을 어기리라곤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 너무 어렸다. 돌이켜보면 취업준비생을 상대로 공기업이 사기를 친 셈"이라고 토로했다.

 일자리를 잃은 승무원들은 복직을 요구하며 3년을 보내다 2008년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김씨를 포함해 34명(1기 31명·2기 1명·4기 2명)이 나섰다. 다른 동료들은 가족의 반대와 결혼·출산·육아 등 제각각 이유로 떠났다.

 1·2심은 "코레일과의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인정된다"며 해고 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이 뒤집었다. 1·2심 승소 때 받은 급여는 고스란히 부채가 됐다. 1인당 8640만원이던 금액은 지난해 4월부터 연 5%의 이자가 붙고 올 들어서는 연 15%로 상향돼 1억원을 넘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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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7월 김승하 지부장이 재판부의 양심적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발언 모습.
  김씨 동료 중 한 명은 "세 살 아이에게 빚만 남기고 가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터뷰를 하던 김씨의 눈이 붉어지더니 이내 눈물이 고였다.

 김씨는 "믿기지 않았다. 10년 넘게 파업과 법정 싸움을 하던 중 심리적 타격이 가장 컸던 때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집회 연단에 서기로 용기를 냈던 이유도 "지금은 다섯 살이 된 동료의 딸에게 엄마는 정당한 일을 했고 반드시 명예회복을 시켜주겠노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곧 감정을 추스린 김씨는 자신을 '거리의 투사'로 내몬 사회와 사측에 대한 분노, 그리고 끝까지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노조와 파업, 그리고 소송. 모든 게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만 알았다. 내 생활과 직결될 것이란 상상도 못했다. 일반인 상식만도 못한 대법원 판결로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갔을 때는 다 포기하려고 해봤다. 하지만 말장난 같은 판결이 다른 서비스 분야에도 미칠 영향을 생각하니 반드시 바로 잡아야겠다고 확신했다. 때문에 돈도 갚을 수 없었다. 돈을 갚는 순간 나의 활동이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꼴이 된다. 지금은 갚을 돈도 없다."
 
 김씨는 급여지급분 환수조치 철회와 복직을 관철시키기 위해 죽는 것 빼고는 다 해봤다고 한다. 김씨는 "노동계에서 썼던 모든 투쟁 방식을 다 해봤다. '대법 판결 후 무엇을 해서 해결할 수 있을까'하면서 암담하게 보낸 적도 있지만 사태 해결이 답인 만큼 닥치는대로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새로 들어서자 김씨가 지부장으로 있는 '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찾아가 정책제안서를 전달했다.

 대책위는 7월을 'KTX 해고승무원 복직을 위한 집중행동 기간'으로 정한 상태다. 다양한 활동이 예정돼 있는데 우선 10일부터 나흘간 연속 천주교 미사, 개신교 기도회, 성공회 기도회, 불교계 법회를 차례로 열기로 했다. 17일에는 대책위 주관으로 야간문화제를 개최해 시민들과 함께 해고승무원 복직을 호소할 계획이다. 18일부터 20일까지는 각계 유명인사를 초청해 'KTX 해고승무원과 함께 하는 토크 콘서트'를 진행한다. 박원순 서울시장(18일)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19일), '새가 날아든다' 팟캐스트 사회자인 푸른나무(20일) 등이 선뜻 나와주기로 약속했다.

 월 100만원에 못 미치는 최저생계비로 버티는 김씨는 생활고보다 '잊혀지는 것'이 더 힘들다.

 김씨는 "복직 투쟁이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몰랐다. (복직 때 입으려고) 유니폼도 여태 버리지 않았다"면서 "많은 국민들이 대법 판결 후 문제가 끝난 줄 알더라. 잊혀졌더라. 그만 매달리고 살 길 찾으라고 말해 상처받기도 하지만 명예회복을 하는 날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hjp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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