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종합2보]물대포 맞았던 그 장소…백남기 1주기 추모집회 줄이어

등록 2017.09.23 21:18:0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안채원 기자 =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4개 농민단체가 모인 '농민의 길'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르메이르빌딩 앞에서 '백남기 농민 뜻 관철과 농정개혁을 위한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2017.09.23 newkid@newsis.com

【서울=뉴시스】 안채원 기자 =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4개 농민단체가 모인 '농민의 길'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르메이르빌딩 앞에서 '백남기 농민 뜻 관철과 농정개혁을 위한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2017.09.23 [email protected]

사전집회서 정부 농업정책 비판···"文정부도 농업 찬밥"
"쌀값 보장하고 농민헌법 제정하자···농업 대개혁해야"
저녁 광화문서 추모제 본대회···각계 추모사·공연 열려
"민중 곁에서 정의 실천···민주주의의 밀알을 뿌려 싹 틔워"
백남기 딸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고발 후 기소안 돼 속 탄다"

【서울=뉴시스】박준호·안채원 기자 = 고(故) 백남기 농민의 넋을 기리는 추모제가 23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렸다. 백남기 농민 사건이 일어난 지 670일, 사망한 지 363일 만이다.

 농민·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백남기투쟁본부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와 광화문 일대에서 주최측 추산 3000여명(경찰추산 약 1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백남기 농민 1주기 추모 전국 농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농민대회는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 대해 정부로부터 공식 사과를 받아냈지만 아직 책임자 처벌이나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의 과제가 이행되지 않아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이 재발하지 않도록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백남기 농민은 지난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하던 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의식불명상태에 빠진 뒤 317일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지난해 9월25일 숨을 거뒀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4개 농민단체가 모인 '농민의 길'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농민대회 사전집회를 열고 하나로마트 등 농협판매장에서 수입 농산물을 판매하는 행위를 규탄하고 "농림축산식품부는 1㎏당 쌀값 3000원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수확기 쌀대책이 축소되고 시기가 늦어지면 정부는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면서도 농민들은 소득감소로 피해를 입게 된다"며 "본격적인 수확철을 앞둔 9월 중에 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해 10월 중 100만톤 수매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안채원 기자 =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4개 농민단체가 모인 '농민의 길'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르메이르빌딩 앞에서 '백남기 농민 뜻 관철과 농정개혁을 위한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2017.09.23 newkid@newsis.com

【서울=뉴시스】 안채원 기자 =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4개 농민단체가 모인 '농민의 길'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르메이르빌딩 앞에서 '백남기 농민 뜻 관철과 농정개혁을 위한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2017.09.23 [email protected]

또 "쌀값 하락을 부추기는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을 폐지하고 (공공비축미)수매가는 장관이 약속한 쌀값 15만원을 벼값으로 환산한 5만1415원을 보장하라"면서 "공공비축미는 농협 등에서 계약재배를 통해 수매하고 공공급식을 확대해 우리쌀 및 농산물에 대한 소비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사전집회를 마친 농민들은 광화문 중앙광장을 거쳐 종로1가 서린로터리(르메이르빌딩 옆)까지 대형트랙터를 앞세워 가두행진한 뒤 오후 4시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뜻 관철과 농정개혁을 위한 전국농민대회'에 참여했다.

 농민들은 정부의 농업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농민헌법운동본부의 발족을 선언하고 "헌법 전문에 식량 주권의 문제 및 먹을거리의 기본권,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다원적 가치를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의 최저임금이 헌법에 명시되듯 농산물에 대한 최저가격을 법률로 보장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농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민들은 결의문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우리 쌀 농업을 지키고자 했던 백남기 농민의 뜻을 받들어 농정대개혁을 실시하라"며 "수천만 촛불로 이룬 정권교체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농민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쌀값을 보장하고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한 공약이 하루빨리 실현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호소했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새 정부 들어서도 쌀값 폭락은 그대로인데 쌀값을 올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내년도 농업예산 인상폭은 0.8%에 지나지 않는다. 해마다 농업예산이 상대적으로 감축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더욱 심화됐고, 국정과제에서도 농업분야는 찬밥, 농업개혁 말만 요란하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집회 참가자들은 농민의 절규가 담긴 목소리를 전한다는 의미로 '벼'를 흔들었다. 일부는 '농정대개혁', '농민헌법' 등이 적힌 피켓문구를 손에 들고 "쌀값을 보장하라", "농민헌법 제정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농민대회 직후에는 곧바로 같은 장소에서 '백남기 농민 1주기 민중대회'가 진행됐다.

 김순애 전국여성농민회 회장은 "농촌은 곧 다가오는 추석을 준비하느라 손가마를 동동 굴린다. 없는 일손까지 동원해 일 한다고 하지만 힘에 부친다"며 "농사를 위한 농업의 대개혁을 요구한다. 신명나는 노동을 위해 사회 대개혁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안채원 기자 =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4개 농민단체가 모인 '농민의 길'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르메이르빌딩 앞에서 '백남기 농민 뜻 관철과 농정개혁을 위한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2017.09.23 newkid@newsis.com

【서울=뉴시스】 안채원 기자 =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4개 농민단체가 모인 '농민의 길'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르메이르빌딩 앞에서 '백남기 농민 뜻 관철과 농정개혁을 위한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2017.09.23 [email protected]

민중대회에서는 백남기투쟁본부, 민중총궐기투쟁본부에서 언론 파업 및 사드배치 저지 활동 등에 관한 현안 발언도 쏟아졌다. 최진미 전국여성연대 대표는 "한미동맹 굳건 운운하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다"며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했다.

 주최측은 농민대회를 마무리한 뒤 오후 7시 광화문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추모행사를 계속 이어갔다.
 
 백 농민이 재학했던 중앙대학교 학생 김윤진씨가 약력 보고를 맡고 김영호 전농 의장과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등 각계의 추모사가 잇따랐다. 이날 저녁 추모행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직접 찾았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우리가 백남기 농민을 사랑하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추모하는 것은 그 분이 박근혜 정권의 폭력에 억울하게 돌아가셨기 때문만이 아닐 것"이라며 "백 농민의 삶과 정신이 우리사회를 깨끗하게 하고 사람사는 세상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분은 불의 앞에 항거하고 진리 앞에 주저함이 없었다"고 희생을 기렸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우리는 그 날의 차벽이, 물대포가 국민의 생명과 생활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무를 배반하고 공권력을 불법사용한 것임을, 그로 인해 안타까운 죽음이 일어났음을 확인했다"며 "이제 남은 것은 책임자 처벌과 확실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검찰은 더 미루지 말고 물대포 국가폭력살인사건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백남기 농민은 민주주의의 밀알을 뿌려 싹을 틔워내셨다"며 "민주주의와 평등, 생명과 평화가 숨쉬는 세상을 만들고자 평생을 노력하셨던 당신의 뜻을 쉼 없이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문화계에서는 송경동 시인이 추모시를 낭송하고 가수 문진오씨와 이상은씨가 추모공연을 선보였다.

 송 시인은 "그런 어른이 없는 거 같다. 일흔이 되셔도 민중과 함께 하는 총궐기 현장에 맨 앞에 서시는 분, 소박하고 사심 없는 삶을 산 어른들이 많지 않다"고 씁쓸해하며 "선생님의 삶을 우리 모두가 잊지 않고 잘 기억했으면 좋겠다. 평생 민주주의 위해서 헌신하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실천하는 영웅, 민중의 곁에서 평범하게 정의를 실천해온 그런 선생님의 삶을 우리 모두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추모시를 썼다"고 말했다.

 추모제를 찾은 백남기씨의 딸 백도라지씨는 "열달 투병 끝에 돌아가신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해결된 것도 없는데 아버지를 기억하시고 많은 분들이 모여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총리의 사과말씀 등 국가의 인권 문제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봤지만 7명을 고발한지 2년이 돼가는데 아직 기소조차 안 돼서 속 타들어간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라고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故백남기농민 1주기 추모대회.2017.09.23 newkid@newsis.com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故백남기농민 1주기 추모대회.2017.09.23 [email protected]

세월호참사 유가족인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다시는 공권력에 의해 국민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 없도록 하는 재발방지를 요구하면서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보다 구체적으로 집요하게 크게 외치면서 기소하고 처벌하라는 싸움을 우리 모두 함께 해야하고 그 싸움에 저와 세월호 유가족이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저녁 들어 기온이 떨어지며 쌀쌀한 날씨임에도 많은 시민들은 추모제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대학생 김민석(19)·백노을(18)씨는 "촛불집회에 참가했는데 그때 작년 광장에서 외쳤던 것을 1년 전 먼저 외쳤던 분이 물대포 맞고 돌아가셔서 빚진 기분이었다"며 "작년 영결식에도 못갔는데 올해는 한 번 직접 찾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찾아 왔다"고 말했다.

 최나영(41·여성)씨는"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외인사로 바꾼 것은 다행이지만 진상규명을 해야 하는데 정부가 미온적"이라며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 등이 안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그저 촛불을 믿고 촛불이 하라는대로 하면 된다. 100대 과제를 한 개도 빼놓지 않고 하는 게 임무"라고 당부했다.

 이날 백남기 농민 추모행사가 열리는 동안 비슷한 시각 대한문, 보신각 등 부근에서는 친박 성향의 보수단체가 개최하는 집회가 열렸지만 양측간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차벽이나 살수차는 배치하지 않고 경비인력도 최소 수준으로 운용했다.

 한편 이날 오전 청와대와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는 사드 철회를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재독 망명가 고(故) 조영삼(58)씨의 영결식과 노제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학생 조은화·허다윤양의 유해는 이날 오후 서울시청 본청 다목적홀로 옮겨져 24일까지 이별식이 마련된다. 가족들의 뜻에 따라 정식 장례식은 치르지 않는다. 유족들은 이별식을 마치면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유골을 안치하고 가족들이 희망하는 장지에 유해를 안장할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