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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말단직원 횡령'이라는 다스 120억…특검과 같은 결론 왜?

등록 2018.02.19 18: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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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뉴시스】이명박 전 대통령.

【평창=뉴시스】이명박 전 대통령.


'MB 비자금' 아닌 20대 경리직원의 개인적 '일탈'
회삿돈 거액 빼돌렸는데 해고도, 고소도 안 했다?
"120억 외 다른 비자금 존재 때문에 감싼 것" 추정
정호영은 조직적 조성·조세포탈 인지 못해 무혐의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검찰이 19일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비자금으로 의심받아 온 120억여원의 실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물론 다스 고위 경영진도 범행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냈다.

 엄밀히 따지면 검찰이 120억여원의 성격을 '비자금'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비자금은 맞지만, 돈의 주인은 이 전 대통령이나 그 측근이 아닌 10년 전 다스에서 경리업무를 맡았던 조모씨가 실소유주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결국 말단 경리 여직원의 개인 횡령, 즉 '일탈'로 본 셈이다. 이는 10년 전 정호영 특검팀과 동일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결론을 낸 것과 관련해 "비자금 수사가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검찰의 판단 배경에는 다스 경영진이 비자금 조성 과정에 직접 개입한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조씨는 다스 외환은행 법인계좌에서 출금 업무를 처리하면서 허위출금전표를 몰래 끼워 넣거나 출금액 과다기재 등의 수법으로 상사를 속여 수십억원씩 입·출금이 발생하는 날짜만 골라 매월 1억~2억원을 수표나 현금으로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계좌추적, 회계자료 분석과 함께 조씨와 김성우 전 사장, 권승호 전 전무, 핵심 협력업체 세광 경리직원 이모씨를 비롯해 다스 및 협력업체의 전·현직 직원 등 관련자 50여명을 소환, 비자금 조성 경위 등을 추궁했지만 'MB 흔적'을 찾지 못했다.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는 다스의 회계시스템에 취약해 당시 20대 초반이던 말단 직원이 6년간 매월 1억~2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횡령한 사실을 모른 채 자금 인출을 '결재'만 했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스 회사자금 횡령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생했던 점, 여직원 개인의 범행이더라도 횡령한 돈이 거의 대부분 고스란히 여러 계좌에 남아 있었다는 점에서 제3의 '실소유주'를 의심할 만한데도 10년 전 특검처럼 검찰은 수사의 '깊이'에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조씨가 100억이 넘는 거액의 법인자금을 횡령했는데도 해고나 고소 등과 같은 일반 회사라면 당연한 처분을 받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 근무해오고 있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조씨는 회삿돈 횡령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은 후에도 다스에서 퇴사하지 않고 품질보증팀으로 자리만 옮겼다. 

 이를 두고 다스 측이 120억과는 별개로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조성한 비자금이나, 김 전 사장 등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 및 관리에 '활용'하기 위해 조씨를 징계하지 않고 오히려 감싼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검찰도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가 120억과는 성격이 다른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조씨와 공모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120억원 횡령범인 조씨를 다스가 계속 고용한 이유는 무엇이냐'는 기자 질문에 "다스 비자금이 전체적으로 세 덩어리가 있다. (조씨를 왜 계속 고용했는지 사유는) 그걸로 유추가 될 것이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조씨가 횡령 자금 중 일부를 세광 경리직원 이씨와 함께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도 검찰의 판단에 일정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조씨는 어머니 명의의 계좌로 회삿돈 일부를 보관하면서 주택 구입 자금 등 용도로 쓴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뉴시스】 정호영 전 BBK 특별검사.

【서울=뉴시스】 정호영 전 BBK 특별검사.


 특검 수사를 사실상 재수사한 것과 다름없는 다스 횡령 등 의혹 고발 사건 수사팀(팀장 문찬석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의 성과가 없는 건 아니다.

 2008년 2~3월까지 다스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과 별개로 경영진이 개인적으로 비자금을 만든 사실을 밝혀낸 것은 '소득'이다. 다만 추가로 발견된 이 비자금들이 이 전 대통령과 연관이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문찬석 팀장은 비자금 120억원 조성 당시 권 전 전무나 김 전 사장은 인지하지 못했냐는 질문에 "그렇게 판단된다"며 "120억원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왜 개인 횡령으로 판단했는지에 대한 부분은 수사 종결시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 팀장은 회사 차원에서 만든 비자금이 신원불상의 '실소유주'와 관련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그럴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수사를 더 해봐야 알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검찰이 120억원을 직원 개인의 횡령범행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정호영 전 특검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직무유기죄로 고발당한 사건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했다.

 만약 검찰이 120억원을 'MB 비자금'인 것으로 결론 냈다면 2008년 당시 특검팀이 다스 실소유주의 연결고리로 볼만한 비자금을 알고도 이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수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뭉갠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불거질 법하다.

 문 팀장은 이날 '정 전 특검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오자 "면죄부가 아니라 법리적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전 특검을 불기소 처분한 배경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특가법상 특수직무유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단계를 거쳐야 된다.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조성한 비자금이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특가법에 해당하는 연간 5억원 이상의 조세포탈 범행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충족해야 법리상으로 직무유기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결국 당시 특검법에는 특검 수사 대상이 아닌 사건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었던 상황에서 특검팀이 비자금을 발견하고 관련 수사기록을 검찰에 인계한 만큼 절차상 하자는 없다고 검찰은 본 것이다.
    
 문 팀장은 "당시 계좌자료까지 (수사)기록 전체를 다 살펴보고 지난 두 달 동안 추가적으로 자금 추적을 면밀하게 했어도 개인 횡령 이외에 경영진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자료를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며 "그 당시 수사기록 어디를 봐도 그런 부분에 대한 언급이나 세금 탈루 부분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흔적을 일체 발견할 수 없다. 법리적으로는 명백하게 혐의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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