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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날' 흰 장미로 연대감 나눈 미투…"피해자들 응원"

등록 2018.03.08 1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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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한국여성의 전화 관계자들이 성폭력 저항운동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상징하는 하얀 장미를 시민에게 나눠주고 있다. 2018.03.08.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한국여성의 전화 관계자들이 성폭력 저항운동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상징하는 하얀 장미를 시민에게 나눠주고 있다. 2018.03.08. [email protected]

'3·8 세계여성의날' 맞아 한국여성의전화 캠페인
'미투 운동' 상징이자 지지 표현하는 흰 장미 배포
시민들 "기분 좋아…미투운동 상황 점점 나아지길"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8일 쌀쌀해진 날씨와 계속된 성폭력 폭로로 굳었던 시민들의 얼굴과 마음은 '하얀장미'로 조금씩 풀렸다.

 이날 오전 11시40분께 서울 광화문 일대에 간간이 떨어졌던 빗방울을 대신한 것은 흰 장미였다. 한국여성의전화가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준비한 캠페인에서 성폭력 저항운동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상징하는 흰 장미를 시민들에게 나눠준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세계여성의날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된 장미나눔 행사는 올해로 3년째다. 지난해까지는 여성의날의 상징인 보랏빛 장미를 나눠주다가 올해는 색을 바꿨다.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을 상징하는 흰 장미를 준비한 것이다.

 평화와 저항을 상징하는 하얀장미는 반 성폭력 메시지의 상징으로서 '미투운동'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사용돼 왔다.

 한국여성의전화 조재연 인권문화국 인권팀장은 '현재 미투운동이 활발한 만큼 과거와 다르게 이를 지지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고발한다는 의미로 흰색 비누장미꽃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전국 곳곳에 옅은 비와 눈이 내린 이날은 찬바람까지 불었다. 광화문우체국 건너편 인도를 건너던 시민들은 두툼한 검은색과 회색 등 어두운 겨울 외투를 입었다. 찬 바람이 불 때마다 손은 외투 주머니로 들어갔고 얼굴은 찡그려졌다.

 추운 날씨로 고개를 움츠렸던 시민들은 10명 남짓의 자원봉사자와 활동가들이 "세계여성의 날입니다, 장미 받으세요"라는 말과 함께 건네는 장미를 받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빙그레 웃었다.

 직장인 최누리(32)씨는 "오늘 세계여성의날인 줄 몰랐는데 꽃까지 받아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꽃잎을 만지작거렸다.

 최씨는 흰 장미가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투운동'을 상징한다고 하자 "최근 봇물 터지듯 나오는 성폭력 피해사실 때문에 어지러울 정도였다"며 "이렇게 조금씩 달라지다보면 언젠가 우리도 지금과 달리 세련된 사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날' 흰 장미로 연대감 나눈 미투…"피해자들 응원"


 점심시간을 맞아 삼삼오오 무리 지어가던 여성들은 각자 받은 장미를 모아 다발을 만들어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함박웃음을 띈 채 "다발로 있으면 더 예쁠 것 같다"며 한 두송이를 더 받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장미를 건네려던 자원봉사자를 그대로 지나치려다 '세계여성의날 기념'이라는 남편의 말을 듣고는 발걸음을 돌려 다시 꽃을 건네받은 노인화(57)씨는 "어제 뉴스를 보며 여성의날인 줄은 알았는데 길거리에서 흰 꽃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라며 "기분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미국에서 생활하다가 잠시 고국에 들렀다는 노씨는 "우리나라에서 '미투' 운동에 이런 행사까지 겹쳐져서 더욱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고 오래전부터 있었고 꼭 해결해야 할 문제인 만큼 갑자기 타올랐다가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 여성들이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하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흰 장미의 주인은 꼭 여성만이 아니었다. 남성들도 장미를 받았다. 가던 길을 돌아와 '못받은 동료가 있어서 그런데 몇 송이 더 받을 수 있냐'고 묻는 이들도 있었다.

 출장차 여수에서 서울을 방문한 김동현(50)씨는 "여성의 날이란 것은 알고 있었다"며 함께 있던 여성동료에게 선물을 건네듯 받은 꽃을 주기도 했다.

 김씨는 최근 이어지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백에 "마음이 찡했다"며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관련 성교육 자체가 없지 않았나. 여성이 일방적으로 손해 보고 살면 안 된다. 지금이라도 교육을 통해 인식 자체를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한국여성의 전화 관계자들이 성폭력 저항운동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상징하는 하얀 장미를 시민에게 나눠주고 있다. 2018.03.08.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한국여성의 전화 관계자들이 성폭력 저항운동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상징하는 하얀 장미를 시민에게 나눠주고 있다. 2018.03.08. [email protected]


 이날은 흰 장미와 함께 '폭력과 차별에 침묵하지 않는 당신께 드리는 안내서'도 함께 배포됐다. 서울 은평구청 지원으로 제작된 해당 안내서에는 여성에 대한 폭력의 종류와 피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 등이 설명돼 있다. 

 흰 장미 배포 캠페인은 광화문은 물론 회기,혜화 일대와 함께 여의도와 신촌, 강남 일대에서도 계속됐다.

 캠페인이 마무리된 오후 2시께 날씨는 여전히 흐렸지만 간간이 햇빛이 내리쬐기도 했다. 흰 장미를 건네받은 이들의 표정도 그만큼 밝았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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