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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길동무와 함께 시대의 슬픔에 손 내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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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4-26 20:24:53  |  수정 2018-05-08 09: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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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동우, 가수 겸 개그맨. 2018.04.26. (사진 = SM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문화예술인이 장기자랑을 하는 사람으로 그치거나 전락해서는 안 됩니다. 예전 제 모습을 돌아보니 유쾌하고 보람되고 뿌듯한 순간이 있었어요. 저 자신이 자랑스러울 때도 분명히 있었고요. 그런데 냉정하게 평가하면 어쭙잖은 제 재능을 과시하고 대접받으려는 심리가 매우 강했죠. 소신과 철학이 부재했습니다."

이동우(48)는 왕년에 잘 나가는 개그맨이었다. 1993년 SBS 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뒤 개그 그룹 '틴틴파이브' 등으로 인기를 누렸다.

그러다 2004년 망막색소변성증 판정을 받고 시력을 잃은 뒤 좌절이 찾아왔다. 그러나 삶은 지속했다. '철인 3종 경기' 완주, 재즈 보컬 웅산과 솔로 재즈 앨범 발매, 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 출연 등 오히려 과거보다 활동 보폭을 넓혔다. 연예인으로서 제2 인생을 살고 있다.

23일부터 5월7일까지 서울 중구 다동 CKL 스테이지에서 총 20회 공연하는 드라마 콘서트 '눈부신 길'은 특히 그의 소신과 철학이 배인 무대다.

'고단한 우리 삶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라는 주제를 내세웠다. 주제와 관련한 본인 주연 다큐멘터리 영화 '시소'를 상영하고, 영화를 모티브로 마임 연기를 선보인다. 양희은 '그대가 있음에', 한영애 '누구 없소?' 등 커버 곡과 이번 콘서트를 위해 준비한 '눈부신 길' '위대한 당신' 등 신곡 2곡도 들려준다.

레이 찰스, 스티비 원더, 호세 펠리시아노, 전제덕 등 대중음악가나 안드레아 보첼리 등 성악가처럼 시력을 잃고도 자기 분야에서 이미 스타가 된 이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예술적 성취와 장르의 결이 다른, 자신만의 소신과 철학이 있다. 그는 "소신과 철학을 번드르르하게 포장된 말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워요. 다만 '이 길이 옳은 방향으로 나 있느냐'고 스스로 질문할 때 확신이 있다면 그저 걸어나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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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동우, 가수 겸 개그맨. 2018.04.26. (사진 = SM 제공) photo@newsis.com
이번 콘서트가 특기할 만한 점은 매번 '길동무'라는 이름의 게스트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정재환, 유해진, 안재욱, 이승철, 정성화, 이휘향, 문소리, 강타, 송은이, 윤종신, 소유진, 허지웅, 서명숙, 알베르토 몬디, 구경선, 한지민, 신현준, 최수영, 그룹 '샤이니' 태민 등 초호화 게스트가 릴레이로 출연한다. 모두 이동우의 청을 1분도 안 돼 흔쾌히 받아들였다.

"'어떻게 이분들을 섭외했냐?' '어렵지 않았냐?'고 하시는데 가장 쉬웠던 부분이에요. 저와 제작진이 다 놀랐죠. 이번에 큰 교훈을 얻었어요. 결국 사람이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일들을 해나가는 데 있어 가슴이 움직이는 일이라면 조율할 수 있다는 것을요. 제가 살면서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고,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준 멋진 선후배들입니다."

섭외 기준은 '화려한 스타'가 아니다. "문화인으로, 예술인으로서 어떤 분들인지 공부하고 관찰했어요. 소신과 철학을 갖고, 시대와 손을 잡은 채 앞으로 꾸준히 걸어 나갈 깊이가 느껴진 분들입니다. 단순히 저와 우정을 과시하는 존재들이 아니에요. 제 길동무 자격이 아닌, 지금까지 이 시대와 함께 걸어주신 분들이죠."

이 부분이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이들 역시 이번에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는다. 수익금 모두를 청소년 자살 예방 단체에 기부하는 공연이다.

"예상치 못한 슬픔에 처하면 보통 그 순간을 빨리 탈출하거나 외면하거나 부정해버리죠. 저는 그것은 아니라고 봐요. 외로움, 슬픔, 상처를 갖고 내게는 어떤 장래가 있는지를 들여다보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그러한 의지를 가진 존재들이 바로 이번 길동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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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드라마 콘서트 '눈부신 길'. 2018.04.26. (사진 = SM 제공) photo@newsis.com
이동우가 시력 대신 갖게 된 '심안(心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들인 셈이다. 이날 저녁 이동우와 함께하는 양희은은 이 부분에 있어 대표적인 인물이다. 대표곡 '아침이슬' 녹음의 기타 연주자는 시각장애를 가진 이용복이었다.

"양희은 선배님은 장애·비장애를 구분 짓는 분이 아니에요. 그 지점에서 매력을 느낍니다. 그것은 용기와 너그러움이죠. 양희은 선배님을 '너의 이름이 뭐니'라는 성대모사로만 기억하는 분들에게 양희은이라는 사람의 본질적인 성격과 성향, 인성이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죠."

본인의 본질은 길동무들의 삶의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도 안 된다는 이동우는 그래서 계속 이들의 삶을 흉내 내야 한다고 웃었다. "그러면 저도 멋을 갖추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보통 이야기하는 연예인의 반짝이는 멋이 아니에요. 이번 공연이 '고난은 누구에게나 있다. 극복하고 나면 밝은 날이 오고 성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죠. 시대가 빠진 우울함과 슬픔에 빨리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직 자신은 그런 존재가 되지 못했다고 겸손해했다. 하지만 계속 걸어 나가야 한다며 웃음을 머금은 여유로운 표정을 짐짓 지으며 말했다. "앞으로는 눈부신 길을 자주 만날 것 같은데 지금까지 걸은 '어둡고 냄새나는 길'도 나타날 것입니다. 이제는 크게 상관 없어요."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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