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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지나서야 오게 됐네요"…고국땅 밟은 국외이북도민들

등록 2018.05.2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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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국외이북도민 고국방문단 초청행사

국외 이북도민 107명 참석…현충원 등 방문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안충준 이북5도위원회 위원장과 국외이북도민 고국방문단이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는 14일부터 18일까지 6개국 23개 지역 107명의 국외 이북도민을 초청해 '2018년 국외이북도민 고국방문단 초청행사'를 한다. 2018.05.15.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안충준 이북5도위원회 위원장과 국외이북도민 고국방문단이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는 14일부터 18일까지 6개국 23개 지역 107명의 국외 이북도민을 초청해 '2018년 국외이북도민 고국방문단 초청행사'를 한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20년이 지나서야 조국에 올 수 있게 됐네요."

 국외 이북도민들이 그리운 고국땅을 밟았다. 독일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평안남도 출신 김효성(73)씨, 아르헨티나에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평안북도 출신 남혜영(62)씨, 호주에서 태권도 세계화에 앞장서는 함경남도 출신 전순자(60)씨 등 107명이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의 '2018년 국외이북도민 고국방문단 초청행사'를 통해 고국을 찾아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국외 이북도민 고국방문 초청행사는 지난 1996년에 시작돼 올해로 24번째를 맞았다. 그동안의 초청인원은 4200여명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6개국 23개 지역 107명의 국외 이북도민을 초청해 고국방문단 행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오전 9시40분 독일 베를린을 시작으로 오후 9시40분 캐나다 밴쿠버에 이르기까지 107명의 국외이북도민이 인천공항에 도착해 따뜻한 환영속에서 고국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고국 땅을 밟은 베를린에서 온 평안남도 출신 박정애(70)씨는 "첫번째로 입국하게 돼 기쁨이 더한 것 같다"며 "우리를 초청해준 대한민국 정부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온 함경북도 출신 김창식(78)씨는 "오고 싶어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 오지 못하는 국외 이북도민을 위한 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고국방문단은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청와대 예방을 시작으로 판문점, 오두산통일전망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경복궁, 문화비축기지 등을 방문했다.

 고국에서 여장을 푼 고국방문단은 15일 첫번째 공식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평안북도 정주 출신 김일선(71)씨는 "나는 1·4후퇴 때 남한으로 내려왔다. 1966년에 해병대에 자원입대했고 1968년에는 청룡부대로 베트남에 파병됐다. 1977년부터는 파독광부로 오바하우젠에서 3년, 캄프린드포드에서 20년을 근무했다"며 "생사의 고비를 넘긴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때마다 나를 지켜주고 붙잡아 준 것이 조국이었다. 현충원에서 오늘의 조국이 있기까지 흘린 피와 땀을 생각하니 숙연해진다"고 밝혔다.

 이어 이북5도청에서 이북5도위원회와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의 환영행사가 열렸다. 이북5도청은 지난 70여년 동안 국내·외 이북도민의 정신적 지주이자 마음의 고향이 되어왔다.

 하와이에서 온 평안북도 출신 김철훈(72)씨는 "우리는 두번의 이별을 겪었다. 나는 1946년 부모님 등에 업힌 채로 고향을 떠났고 인천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두번째로 고향을 떠났다"며 "같은 사연을 가진 분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반갑고 고맙다"고 말했다.

 청와대를 찾은 고국방문단은 한병도 정무수석 주재로 영빈관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또 녹지원 등 청와대 경내를 둘러보며 매순간 민주주의와 평화의 새 역사가 펼쳐지는 현장을 두루 살폈다. 이후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김효성씨는 "때마침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이 발표된 봄에 고국을 방문하게 됐다"며 "국내·외 모든 국민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시대를 여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남혜영씨는 "나는 아르헨티나에서 한복을 만든다. 우리 옷의 아름다움을 전세계에 알리는 것이 내 꿈"이라며 "우리 한복의 곱디고운 선처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물결이 펼쳐져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16일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현대모터스튜디오를 견학하면서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긍지를 키우고 발달한 산업현장을 둘러 보는 시간을 가졌다.

 전순자씨는 "나는 남편과 같이 교민 자녀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친다"며 "유구한 민족의 역사가 담긴 국립중앙박물관과 최첨단 산업시설을 함께 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들은 17일 문화비축기지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18일 판문점과 오두산 통일전망대 방문 일정이 이어지고 오후 2시 코리아나호텔에서의 해단식을 마지막으로 아쉬운 작별을 했다.

 안충준 이북5도위원회위원장은 "모처럼 이뤄진 남북회담을 계기로 가족 상봉, 고향 방문, 경제·문화 등 각 분야에서의 자유로운 교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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