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전문가들 "트럼프, 준비부족으로 북미회담 어렵다 판단한듯"

등록 2018.05.25 10:33:4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힐 차관보 "역사상 가장 준비 부족한 정상회담 진행"

루이스 "볼턴 '리비아모델' 언급 실책…北 수용 못해"

"북미 시간 필요…CVID와 리비아모델 간극 좁혀야"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이유 중 하나는 준비 부족으로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낼만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상당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한 북한을 상대로 한 비핵화 논의는 난이도가 높은 협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정상회담이 3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양측이 비핵화의 개념이나 방식, 수위 등에 전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어 회담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얘기다.

 24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자신의 역량을 과신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느낄 수 있는 당혹감을 피하기 위해 회담을 취소했다고 지적했다.

 2005년 6자회담에서 미국 대표단을 이끌었던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역사상 가장 준비가 부족한 정상회담으로 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힐 전 차관보는 특히 양국 정상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담이 준비되고 있었다고 일갈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이 비핵화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이라며 "어느 쪽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동의하거나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9일 백악관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면담한 뒤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어진 3개월이라는 시간은 복잡한 북핵 문제를 풀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입장 발표 만으로 자신이 대단한 성공을 이뤄냈다고 생각했겠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린 부소장은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비핵화를)절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눈을 뜨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외교·안보 참모들도 트럼프 대통령과 미 대표단이 이번 협상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전했다.

 최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리비아식 비핵화 일괄타결을 거론하고 나선 것도 전략적 실책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온라인매체 복스(VOX)에 "난 볼턴에게 1점을 주고 싶다. 그는 계속해서 리비아 모델을 언급해 위기를 자초했다"며 "이것은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루이스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북한의 요청으로 성사됐다고 말했지만 결국 이 과정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자아에 의해 주도됐다"며 "하지만 김 위원장도 자아를 갖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두 나라를 모두 수용할 만큼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실무 논의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고 일정 수준의 합의를 이뤄야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왔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아직 정상회담에서 철수하진 않았지만 '조건 없는 항복'으로 간주되는 리비아 모델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미 양측의 인식차는 6월 12일 정상회담이 시기상조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양측은 CVID와 리비아 모델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