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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첫발 뗀 건설업…적응까지는 아직 '캄캄'

등록 2018.07.02 16: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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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이인준 김민기 기자 = #1. '주 52시간 근무'가 시작된 2일, G건설사의 용인 소재 한 아파트 현장에서 근무하는 A과장은 평소보다 30분 늦은 오전 8시30분에 일터에 도착했다. 회사가 컴퓨터의 온·오프시간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일찍 출근해봤자 업무를 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대신 업무 집중도는 매우 높아졌다고 했다. A씨는 "하루 근무시간이 8시간으로 단축되면서 기본 근로시간 내에 잔업까지 마무리하려면 어쩔 수 없다"면서 "갑자기 생긴 여가시간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과 기대가 동시에 든다"고 밝혔다.

 #2. H건설사 본사에서 일하는 B과장은 앞으로 업무 스케쥴을 어떻게 짜야 할지 고민이 크다. 외부일정이 많고, 때로 저녁시간에 업계 관계자와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잦았던 그로서는 '주 52시간' 제도 시행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워라밸'(일·가정양립)을 생각하면 바람직한 제도라는 생각이 들지만 업무를 어떻게 시간에 맞출지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

 B씨는 "우리는 이미 8시간 근무가 도입돼 오후 5시만 되면 컴퓨터에 모든 프로그램이 종료된다. 오후 6시 이후에 저녁 약속을 잡으면 한 시간동안 회사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2일 '주 52시간 근무' 제도 시행 첫 날, 지난 한 달여간 계획해온 대로 차분하게 업무를 이행했다.

 현대건설 역시 "탄력근무제 등을 통해 현장에서 주52시간제 도입을 진행 중"이라면서 "해외건설현장의 경우도 지역마다 현장 상황과 발주처의 컨디션에 맞춰 탄력 근무 등을 통해 주 52시간제 도입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도 "국내외 현장 모두 시차근무제, 잔업사전허가제, 잔업초과사전관리제 등을 시행하면서 주52시간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중견건설 업체인 한양 관계자는 "본사의 경우 5월부터 주 52시간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이미 많이 적응 한 상태"라면서 "현장 역시 주 52시간제 도입을 앞두고 직원 교육 등을 진행한터라 큰 무리 없리 잘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사들은 이미 사무직 등을 중심으로 주 52시간 수준의 근무 체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제도 이행에 따른 "큰 변화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제도 개선의 영향을 크게 받는 공사관리·분양 등 국내외 현장의 경우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현장 관리가 강화됐다.

 특히 국내외 현장에 대한 근무 스케쥴 재편성되는 등 업무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장마다 탄력 근무제를 중심으로 한 제도 이행 계획이 개별적으로 마련된 상태"라며 "해외 건설현장의 경우 '4개월 근무-2주 휴가'에서 '3개월 근무-2주 휴가' 체제로 전환하는 등 근무 일정이 조정됐다"고 밝혔다.

 대림산업 관계자도 "본사에서 마련한 유연근무제, 탄력근무제를 현장에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현장 상황과 공정률에 맞게 이행계획을 수립해서 추진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연장근로 사전 신청제', '야근신고제'도 운영된다.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서 야근을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보니 근로시간에 맞춰 공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직원마다 자율적으로 업무시간을 운영할 것을 지시한 상태"라고 밝혔다.

 건설 업계는 일단 그동안 주 52시간 근무제도에 앞서 차질 없이 준비해왔다는 점에서 제도 이행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단 고용노동부의 사업장 지도·감독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크다. 한 중견업계 건설사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초기 분위기가 떠오른다. '본보기로 걸리지만 말자'는 얘기를 서로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직 근무시간으로 볼 것인지 논란이 진행 중인 회식이나 접대, 업체 미팅, 행사 참석 등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현장에서 갈등이 생길지 노심초사다.

  현재 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회식은 근로시간 인정이 어렵고, 영업직의 소위 '접대'는 "사용자의 지시 또는 최소한 승인이 있는 경우에 한해 근로시간으로 인정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야간·휴일 등에 이뤄지는 워크숍, 세미나 등도 '직원간 단합차원' 여부에 따라 근로시간 인정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다만 대부분의 기업이 구체적인 내용까지 고려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지는 못하다.
 
 일부는 아예 접대 등 저녁식사를 가이드라인에 '추가 12시간 근무시간'에 포함하기로 곳도 있다. 다만 이 건설사조차 직원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만약 추가 근로시간을 다 썼을 때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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