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상반기 실적]무역분쟁·정책리스크 '암초'…하반기 이익 증가 둔화 '먹구름'

등록 2018.08.16 12: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하반기 어닝 작년보다 증가 전망...대형주<중소형주"

"폭발적인 성장 어려워...연간 이익성장세 둔화 발견"


【서울=뉴시스】이국현 장서우 하종민 기자 = 올해 2분기 상장사 실적에 경고등이 커진 가운데 하반기에는 실적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무역분쟁 등 악재가 국내 기업의 경영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대내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시행 등 정책 리스크가 발목을 잡으며 내수 소비 위축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16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 상장법인 641개사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92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84조원, 63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6%, 1.3% 증가했다. 다만 분기별로 보면 2분기 매출액은 소폭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감소했다.

외형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이 악화되며 기업들의 실적에도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문제는 하반기다. 증권가에서는 수출 증가와 환율 효과 등으로 기업의 실적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하반기 이익 기대감이 낮아지는 등 실적 증가폭이 축소되며 내년에는 기업 실적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곳 이상 실적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294개 기업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209조919억원으로 지난해 181조9463억원에 비해 14.5%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1938조6786억원, 158조6241억원으로 각각 5.5%, 15.8%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어닝 역시 지난해 하반기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대형주보다 코스닥, 중소형주의 증가세가 더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코스닥의 제약·바이오 업종은 상반기 연구개발비를 비용 처리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후퇴한 실적을 기록했으나 하반기는 불확실성 해소로 인식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요인"이라고 밝혔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에도 수출 성장세 유지, 환율 효과 등 기업들의 실적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만큼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해 기업들의 실적이 30%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지만 이제는 그런 속도로 성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상반기까지 견고했던 IT에 대해서 보수적 시각이 커지고 있고, IT를 제외한 다른 산업의 정상화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연간으로 보면 이익 성장세에 대한 둔화가 발견됐다"며 "정책 당국 입장에서 보면 올해는 연간 이익 성장세가 담보돼 있지만 내년에는 상당한 의문을 갖게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관전 포인트는 미중 무역분쟁과 정책 리스크가 얼마나 해소될 지에 달려 있다. 증권가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이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지만 무역분쟁이 가속화될 경우에는 수출 기업의 실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는 IT 업종과 경기순환매 업종이 성수기인 반면 내수 업종의 경우는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터키 이슈, 무역분쟁 이슈, 금리 인상 등 대외적인 요인이 산재해 있다. 하반기 실적도 지난해처럼 크게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 양기인 리서치센터장은 "대외적으로 보면 미중 패권전쟁이 하루 이틀 만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미국이 소련이나 일본을 상대로 벌였던 패권전쟁은 3,4년 지속됐다. 무역분쟁이 가속화하면 중국 매크로 지표들이 망가진다. 우리나라는 수출 품목 4개 중 1개를 중국에 수출하는데 중국 성장률이 둔화하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도 실적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내·대외적 여건을 모두 봤을 때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패권전쟁이 장기화하면 기업 실적에 반드시 영향을 미치고 성장이 정체 구간으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2분기보다 3분기가, 3분기보다 4분기가 어려울 수 있다. 패권전쟁의 종료 시점, 언제쯤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해결을 볼 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밝혔다.

최근 내수기업의 실적에 이상 조짐이 관측되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과  정책 리스크도 내수 기업의 실적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도 걱정꺼리다.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실제 투자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증권사 한 리서치센터장은 "2주전 상장 여행사들이 발표한 여행객 3개월 예약률 데이터를 보면 연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농심이나 하이트진로 등 음식료 업체들의 2분기 실적도 좋지 않다"며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든 상황이다. 사상 초유의 사태로 내수경기가 불안해서 사람들이 술, 라면, 과자 등을 소비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 정책도 소비를 위축시키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형렬 센터장은 "최근 정부 정책을 보면 반기업 정서가 많다는 분석이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기업 실적에도 시간이 흐르면 녹아들 가능성이 크다"며 "이익 성장세 둔화를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부에 대한 분배 관점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소득 분배 카드를 쓰고 있지만 기업의 영업 환경을 지지하기 위해선 다양한 정책 카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