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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책'에도 증시 패닉…연기금 '구원투수論' 대두

등록 2018.10.29 1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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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원 금투협회장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소통할 것"

"다만 투자 강요는 어려워…투자 시점에 대해 긴밀히 논의할 것"

'정부대책'에도 증시 패닉…연기금 '구원투수論' 대두


【서울=뉴시스】하종민 기자 = 국내 증시의 연저점 경신속에 29일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이 무너지는 등 사실상 '패닉장세'를 보이자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의 구원투수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스피의 평가가치가 역사적 저평가 국면까지 하락한 만큼 국내 주식의 비중을 늘려 증시 약세 방어와 수익률 제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국민연금의 투자수익률을 고려할 때 무조건적인 주식비중 확대를 요구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전 거래일보다 1.36% 하락한 1999.61을 기록하며 최근 5거래일 연속 연저점을 경신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6년 12월 이후 약 22개월 만이다.

이같은 패닉장세는 이날 정부와 증권사 수장들이 잇따라 긴급 회동, 관련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벌어졌다는 점에서 시장 충격은 훨씬 커지고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이날 최근 증시 악화 등과 관련해 증권유관기관을 중심으로 5000억원 이상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당초 올해 2000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던 코스닥 스케일업 펀드 규모를 3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저평가된 코스닥 기업에 대해 11월 초부터 투자하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했다.

금투협도 이날 증권사 사장단 긴급 대책회의를 통해 ▲코스닥 스케일업 펀드 규모를 3000억원 수준 확대 ▲2000억원 규모 증시안정 자금 조성 등을 추진키로 했으며 향후 협회 차원에서의 대책반 가동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이날 대책 발표 이후에도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80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도 같은 기간 1500억원어치 매도 우위를 보였다.

과거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지수가 급락했을 때 매수에 나서며 국내 증시의 방어선 역할을 했다. 연기금 내 투자 운용 메커니즘에 따라 증시 밸류에이션이 저평가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되면 주식의 비중을 늘린 것이다.

연기금은 그러나 최근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매수세로 돌아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3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8배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장중 코스피 지수가 22개월만에 2000선이 붕괴된 29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2018.10.2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장중 코스피 지수가 22개월만에 2000선이 붕괴된 29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2018.10.29.  [email protected]


이에 시장 참여자들을 중심으로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긴급 자본시장 점검회의'에서도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과거 주식시장 불안 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중심을 잡고 시장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며 "연기금과의 소통 및 협의 채널을 가동해 시장의 자율 안정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권용원 회장은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며 "과거부터 있었던 주장이며 이를 위해 함께 소통하고 의논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상반기 운용수익률을 분석해본 결과 캐나다 공적연기금(CPPIB)가 6개월 누적 6.6%로 가장 우수했고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캘퍼스)은 전체 1.2%로 추정된다"며 "한국의 국민연금 역시 0.9%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높은 주식비중이 반드시 높은 정도의 리스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장기투자자는 구조적으로 위험자산의 높은 기대수익률을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도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국민연금에 종사했던 업계 관계자도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판단은 기계적으로 이뤄진다"며 "일정 수준 이하로 밸류에이션이 하락하면 투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가치를 고려하면 저평가 국면인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국민연금의 투자수익률 등을 고려할 때 무작정 주식 비중을 늘리라고 강요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권용원 회장은 "주식시장이 지나치게 하락할 경우 연기금 손실률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연기금에 '지금이 투자할 시점이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판단은 연기금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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