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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처 없이 쫓겨나는 '재건축 도시 빈민'…대책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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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12-06 15:55:04
아현뉴타운 유일 재건축 구역서 철거민 사망
재건축, 재개발 같은 도시정비사업 중 하나
재개발은 '공공사업', 재건축 '민간사업' 인식
임대주택·이주비 제공 등 세입자 대책 없어
재건축 효과로 시세↑…주변 이전도 어려워
"재건축도 공공사업…보상책 법적 마련해야"
"과도한 세입자 보상이 역효과 초래"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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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지난 3월 장위7구역 재개발지역 강제집행이 시도됐던 주택과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 2018.03.2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김병문 수습기자 = 최근 서울 마포구 아현동 뉴타운 재건축 구역 30대 세입자가 "겨울에 갈 곳이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재건축 세입자에 대한 보상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한강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서 박준경(3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에는 "추운 겨울에 씻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갈 곳도 없다. 3일 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한다. 저는 이렇게 가더라도 저희 어머니께는 임대아파트를 드려서 저와 같이 되지 않게 해달라"고 적혀 있었다.

숨진 박씨의 어머니 등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7월26일 최초 강제집행 이후 9월6일 강제집행으로 거주할 곳을 잃고 개발지구 내 빈집을 전전했다. 이후 지난달 30일 기거하던 공간마저 또 한 번의 강제집행으로 잃게 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아현재정비촉진지구', 일명 아현 뉴타운 8개 구역 중 유일한 재건축 사업 구역인 아현2구역에서 거주했다. 나머지는 주택재개발(6개 구역)구역과 도시환경정비사업(1개 구역)구역이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모두 도시정비사업이다. 재개발과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에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임대주택이나 이주비 제공 등 나름의 세입자 보상대책이 마련돼있다.

반면 재건축은 예외다. 도시환경 전반을 개선할 공공의 필요성에 의해 시행하는 사업보다는 노후 건물 현대화에 집중하는 민간사업 성격이 짙다고 보는 것이다.

이 같은 차이는 두 사업의 역사적 출발에 따른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재개발은 달동네 같은 노후불량건축물 지구 개선을 위해 시작됐다. 사회적인 수혜대상자들이 많은 곳"이라며 "재건축 사업은 지어진 아파트가 노후화되면서 시작한 민간의 개발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사회 취약계층과 중산층으로 대상이 갈렸던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경계는 단독주택 재건축 제도가 추가되면서 모호해졌다. 단독주택에 주거 취약층이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아현동이 그 경계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보상 대상이 아닌 재건축 세입자들은 조합의 '배려'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아현2구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세입자 일부가 조합 측에) 5년 넘게 산 이들을 대상으로 임대주택이라도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며 "90대 노모를 데리고 사는 50대 아들을 보름 전 일주일 치 여관비만 주고 밤에 나가도록 했다"고 말했다.

아현2구역은 조합이 배려 차원에서 준 보상비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조합 측은 임대인들에 '세입자에게 주라'며 1000만원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00~500만원만이 세입자에게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살던 곳에서 주변으로 거처를 옮기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숨진 박씨도 2008년 이곳에 보증금 220만원짜리 월세로 들어왔다. 그러나 주변은 재건축 효과로 시세가 오른다. 아현 뉴타운의 경우 주변지역 집값이 다른 재건축 지역 정도로 많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이 대부분인 세입자들이 월세를 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주변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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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빈민해방실천연대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구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거민 박준경씨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지난 3일 한강변에 투신해 이튿날인 4일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18.12.05
시민단체는 재건축 또한 도시정비사업인 만큼 그 보상책을 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팀장은 "도시정비사업 자체가 '공공성'에 가장 큰 목적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강제수용권을 주고 있다는 게 그 방증"이라고 했다.

남 팀장은 "재개발, 재건축은 주민 4분의3이 동의하면 조합 설립이 가능하고 반대자들은 명도소송 등을 통해 강제집행이 가능한데, 이는 공공적 차원에서 도시정비의 필요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라며 "공공사업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재건축 세입자 대책 또한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건축 세입자에 무조건적인 보상을 해주는 것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교수는 "주택시장에서 살던 사람에게만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재건축 지역 세입자에 주거이전비를 줬다면 재건축 지역이 아닌 곳에서 사는 세입자들보다 그 이전비만큼 더 많은 돈을 가진 채로 시작하게 된다. 주변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결국 '밀어내기'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세입자 보상 규정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입자 보상대책을 의무화한다면 임대인들의 부담은 커진다. 결국 재건축 결정이 난 뒤 세입자들에 대한 계약기간 연장 등을 꺼리게 될 수 있고 이는 결국 세입자들에게 피해"라며 "다각도로 대책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newkid@newsis.com
 dadaz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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