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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개그맨들, 포화된 TV시장 유튜브로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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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1-2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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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일본의 유튜버 개그맨 헤이지이가 특대형 사이즈의 우동을 소개하는 장면. (사진출처:하이지이 유튜브 영상 캡쳐) 2019.01.23.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신이 제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튜버' 또는 ‘크리에이터’ 열풍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일반인은 물론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인까지 '잘만하면 그야말로 대박나는' 유튜버 대열에 합류하는 현상은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일본 야후재팬은 특집기사를 통해 텔레비전이 아닌 유튜브를 활동무대로 하는 일본 개그맨들을 소개했다. 개그맨 지망생부터 TV에서 설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들, 그리고 노장 개그맨들까지 유튜버에서 활동하는 일본 개그맨들은 수백명에 이른다. 물론 이 가운데 성공한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유튜브가 아니었더라면 개그맨이라는 꿈 자체를 포기했을 것이란 이들이 유튜버라는 새로운 활동무대에서 꿈을 펼치고 있다.

▶재미있는 식당 소개로 성공한 개그맨

손님이 뜸한 평일 오후 4시.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가부키초(歌舞伎町)에 위치한 한 우동 전문점. 식당 구석 테이블에 검은 뿔테안경을 쓴 한 남성이 앉아있다. 그는 음식이 나오자, 손에 든 휴대폰 모니터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한다.

 "반짝이는 달걀물을 부은 우동이 나왔습니다. 잘 먹겠습니다!"라고 외치고는 맛있게 우동을 먹는다. 우동을 먹으면서도 연신 스마트폰을 보며 중얼거린다. 젓가락으로 면발을 높이 들어올려 보여주기도 한다. “말도 안 된다! 맛의 껍질을 깨고 나온 느낌 입니다!" 그는 흥분에 휩싸인 듯 말을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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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일본의 유튜버 개그맨 헤이지이가 우동을 먹으면 유튜브 방송을 하는 장면.(사진출처:하이지이 유튜브 영상 캡쳐) 2019.01.23.

식당 구석자리에 혼자 앉아 스마트폰에 대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이 남성은 유튜브 개그맨 하이지이(はいじぃ·43)이다.그는 일본의 유명 코미디 프로덕션사인 요시모토흥업의 자회사인 '요시모토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이지이는 식당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맛보고 이 모습을 촬영해 매일 유튜브에 업데이트 하고 있다.

하이지이처럼 요시모토 소속으로 활동하는 유튜브 개그맨은 현재 500명이 넘는다. 각각 개인 채널을 가지고 있다. 하이지이의 경우 구독자 수가 약 58만 3000명으로, 요시모토 소속 유튜브 예능인 중 톱 클래스다. 물론 일본 최고 인기 유튜버인 히카킨(Hikakin·구독자 695만여명) 및 하지메샤쵸(はじめしゃちょー·구독자 734만명)에는 한참 못미치지만, 그는 유튜브 광고 수입만으로 맞벌이 아내 및 딸과 안정된 생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이지이는 가끔 공연을 하거나 TV 출연 등도 하지만, 주된 수입원은 유튜브 방송이다. 5년 전 유튜버 활동을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제작한 동영상은 2221개로, 내용의 90%는 위와 같은 식당 소개다. 일종의 '맛집' 소개라고 할 수 있지만, 맛있는 식당을 소개한다기 보다 재미있는 식당을 소개한다.

그의 채널에서 가장 큰 조횟수를 올리며 인기를 끈 영상은 '주문 후 9초 안에 음식이 안나오면 환불해 주는 카레집'이나 '한 접시 100원 초밥집', '1800원 라면집' 등이다. 이외에도 라면이나, 우동, 다코야키 등을 저렴한 값에 무한리필해 먹는 식당부터, 양 많은 우동이 나오는 자판기, 전국에 1개 밖에 없는 치킨 자판기, 1000원 햄버거 자판기 등의 소개가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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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일본의 유튜버 개그맨 헤이지이가 소개한 햄버거 자판기의 모습. (사진출처:하이지이 유튜브 영상 캡쳐) 2019.01.23.

그는 유튜브가 아니었다면 개그맨의 꿈을 접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학 졸업 후 소극장 개그무대 등에서 개그맨으로 활동했지만 벌이가 시원치 않아,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하며 생활을 꾸려가던 중 2013년 전환기를 맞이했다. 소속사이던 요시모토흥업이 유튜브 연예인 양성에 나서면서다.

 유튜브 방송으로 수입을 올리게 된 것은 방송 시작 약 1년 후부터다. 처음에는 연간 수입이 수백만 원에 불과했지만, 구독자수가 증가하면서 현재는 유튜브 방송 수입 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그는 "유튜버를 하지 않았다면, 예능인의 길을 포기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 하고싶다"라고 말했다. "무리하면서 까지 TV에 출연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방송사 측에서 계약하지 않으면 일이 끊기는 불안정한 삶은 두렵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불안정성은 유튜버 세계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유튜버를 선택하는 것은 TV출연에 비해 개인의 재량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TV 보다 유튜브' 세대 잡기 

예능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이지만 개그맨으로 성공을 거두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 만담 개그가 붐을 일으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현재 TV 개그시장은 포화상태에 빠졌다. 이에 유튜브로 눈길을 돌리는 개그맨 지망생 및 전현직 개그맨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회학자 오타 쇼이치(太田省一·58)는 일본 개그맨들의 유튜버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과거 일본에서는 개그맨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꼭 TV에 출연해야 했다", "그러나 현재도 유명 개그맨 3인방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편성되는 등 시간이 지나도 개그계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신인 개그맨이 설자리가 없는 것이다"라고 오타는 지적했다. TV 개그계가 포화상태에 빠져 개그맨들이 유튜브라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TV와 멀어지는 세대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도 개그맨의 유튜버화와 관련이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일본 총무성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10~20대에 있어서의 텔레비전 시청률 저하는 현저할분 아니라 40대에서도 인터넷 이용 시간이 텔레비전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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