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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창진 "조현아가 땅콩회항할 때도 나는 애완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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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2-12 16:15:50
사건 전말 담은 '플라이 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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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다. 책을 낼 것이라고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 사회가 평범한 사람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이정표가 되고 알림판이 됐으면 좋겠다."

박창진(48) 전 대한항공 사무장(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이 1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플라이 백' 출간 기념 인터뷰를 했다.

"4년 간의 기록을 되짚어 봤는데 기쁨보다 아픔이 많았다. 처절한 상황에 놓였던 적이 많다. 울분이 되살아나서 고통스러웠는데, 한편으로는 치유의 의미도 있다. 당시의 나처럼 또다른 어려움이 처해있는 사람들에게 힘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 한 인간이 존엄성과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식하게 되는 과정이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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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사무장은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다. 2014년 12월5일 미국 뉴욕발 인천행 항공기 1등석에 탑승한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이륙을 준비하는 항공기를 게이트로 되돌리라고 지시했다. 땅콩을 봉지째 준 여승무원을 질책하고 이를 문제삼아 책임자인 박 전 사무장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후 항공기에서 강제로 내리게 했다.
 
회항 사태가 알려지면서 '갑질' 논란이 일었고, 박 전 사무장은 KBS에 사건의 전모를 털어놓았다. "모든 잘못은 저와 그 비행기에 있던 승무원들의 잘못이었고, 그것을 지적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며 "그러므로 그들은 벌을 받아도 마땅하다는 논리를 폈을때 아 나는 개가 아니었지, 사람이었지, 나의 자존감을 다시 찾아야겠다. 내가 내 모든 것을 잃더라도 이것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전 사무장은 "당시 '개'라는 표현을 쓴 것은 주인에게 오로지 충성을 보여야 하는 입장을 표현한 것"이라며 "땅콩 회항 사건을 겪은 뒤 내가 충실한 애완견의 삶과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조씨가 폭행을 저지르는 순간에도 '미안하다' '죄송하다'라는 말을 연발했다"고 회상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사건을 겪어보니 우리 사회에서 심한 게 여론 조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를 갑자기 비련의 주인공으로 만들기도 한다.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음해하고 가짜뉴스, 지라시 등을 통해 진실을 왜곡한다. 이후에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 단편적인 쾌락만 추구하고 정말 처절한 현실은 눈감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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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2월 대한항공에 승무원으로 입사했다. 능력을 인정받아 VIP 담당 승무원직을 수행하고 회사 홍보모델로도 활동하며 탄탄대로의 삶을 살았다. 2005년 사무장으로 진급했고, 2010년 객실 전체를 책임지는 팀장이 됐다. 하지만 2014년 땅콩 회항 사건 이후 삶이 바뀌어버렸다. 정신적 피해를 입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아 휴직했다. 2016년 5월 복직했으나 기내 상황을 총괄하는 라인팀장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반승무원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사회에서 힘의 우위나 권력에 차이가 있는 사람들이 겪는 큰 문제는 사회적인 압박감인 것 같다. 포기하거나 자신의 권리를 버리게끔 하는 유혹들이 많다. 복직하고 나 같은 사람들을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상황을 많이 느꼈다. 적어도 나라도 저항하겠다고 다짐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양성 종양까지 생겨 수술도 받았다. 회사에 출근해 문을 열었을 때 지옥문을 여는 기분이었다."

책에는 땅콩회항 사건의 전말이 담겼다. 사건 이전 개인적인 삶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약 4년2개월간의 일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비정상적인 갑을 관계에서 오는 권력의 불균형 문제, '피해자다운 피해자'가 되기를 강요하는 사회 풍토 등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병폐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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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수많은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했지만 정작 내 목소리로 땅콩 회항 당일의 일과 그 이후, 내가 싸우는 이유를 온전히 밝힌 적은 없었다. 이제 내 입으로 직접 말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회사 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부조리와 불합리한 일들을 외면하고 살았던 20여년은 대체로 회사에서 인정받아온 세월이었다. 2014년의 그 일만 아니었다면 어쩌면 나는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뼈아픈 경험을 통해 깨달은 사실이지만 이제라도 그런 의식적인 무관심이 나 자신을, 회사를 망가뜨렸다는 것을 잘 알기에 내 얘기를 제대로 하려면 내 직장 생활을 되돌아보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등 회장 일가의 만행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일이라는 것도 입증될 것이다."

박 전 사무장은 "혹자는 내게 약자를 위한 보호막조차 없는 사회에서 왜 굳이 처절하고, 외롭고, 질 게 뻔한 싸움에 나섰냐고 묻는다"며 "내가 아무리 투사가 되어 사회를 변혁하자고 외친들 무엇이 바뀌고,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이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그들에게 말한다. '적어도 나라는 한 사람은 바뀌었다'고. 또 다른 사람들은 다시 그날 그 순간 뉴욕공항의 비행기로 돌아간다 해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냐고 묻는다. 나는 또 그럴 것이라 답한다. 한 인간이 힘의 우위를 내세워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강탈해선 안 된다는 신념이 생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내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248쪽, 1만4000원, 메디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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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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