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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의회 "직원성금 유용한 집행부는 사과하라"

등록 2019.02.20 16: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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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달서구청장 "소통의 부재로 벌어진 일"

언론의 왜곡보도에 달서구만 피해 봤다?

【대구=뉴시스】박준 기자 = 대구시 달서구가 직원들이 불우이웃돕기 등을 위해 마련한 성금 1000만원을 악성 민원인을 위한 합의금으로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달서구의회와 집행부 간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달서구의회는 20일 제260회 달서구의회 임시회를 열고 구정질문을 통해 직원성금 유용 의혹에 대한 사실여부를 확인했다.

특히 구정질문에 나선 안영란 구의원과 정창근 구의원, 김귀화 구의원의 날선 질문에 이태훈 달서구청장을 비롯한 간부 공무원들은 명확한 답을 회피한 채 변명을 일삼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달서구 나눔운동 성금 1000만원 유용 논란은?

달서구는 지난해 9월 직원들이 모은 1% 나눔운동 성금 800만원과 월광수변공원 자판기 수익금 200만원을 합한 1000만원을 상습적으로 민원을 제기해온 주민 A씨에게 전달했다.

1% 나눔운동은 달서구 공무원들이 2009년부터 자발적으로 불우이웃 등을 돕기 위해 성금을 모으고 있는 운동이다.

달서구가 A씨에게 전달한 1000만원은 직원들이 모금한 이웃돕기 성금 800만원에 월광수변공원자율회비(자판기 수입) 200만원 등이 합쳐진 돈이다.

기초수급자도 아닌 A씨에게 성금이 전달된 데에는 A씨의 지속적인 민원 제기로 달서구가 수년간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월성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A씨는 2015년 도로확장 공사로 자신의 가게가 철거되면서 달서구로부터 3900만원을 보상비로 받았다. 하지만 A씨는 더 많은 보상비를 요구했다.

A씨는 '해당 합의내용을 발설하지 않을 것과 다시는 보상문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작성하고 1000만원을 수표로 받았다.

당시 달서구는 이 사례를 행정모범사례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 "소통의 부재로 벌어진 일"

이태훈 달서구청장을 비롯한 간부공무원들은 구정질문이 진행되는 1시간여동안 사건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구의원들과 시민단체, 직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구청장은 이 사건은 소통의 부재로 인해 벌어진 일이며 사건에 대해 어느 것도 개입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사건 해결을 위해 돈을 줄 것을 지시했느냐?"는 구의원들의 질문에 "직접 지시한 사실도 사건 해결을 위해 압력을 가한 사실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이 사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구청장으로서 직원들에게 사과를 할 마음이 있느냐?"는 구의원들의 질문에 "소통의 부재로 인해 벌어진 일이고 민원인의 입막음용으로 돈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특히 이 구청장은 "이 사건은 사실이 왜곡된 부분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 구청장은 "이 사건이 행정 모범사례로 표현된 것은 개인적인 견해인 것으로 보인다"며 "직원들이 마련한 성금은 자발적인 모금으로 조성된 것이고 사용 또한 회의를 통해 전달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A씨의 상황이 생계를 지원해야 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성금을 사용하는 것이 운동의 목적에 맞다고 판단해 사용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구의원들은 이 구청장이 1200명의 공직자들을 이끌고 있는 만큼 이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창근 달서구의원은 "집행부는 직원들의 반대를 묵살하고 통제하며 언론의 질타에 귀를 닫았다"며 "잘못이 있다면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고 꼬집었다.

안영란 달서구의원은 "공무원들은 비밀은 지키되 비리는 제보하는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의 왜곡보도에 달서구만 피해 봤다?

달서구 B간부공무원은 구의원들에게 "언론의 왜곡보도로 인해 달서구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A씨의 지속적인 악성 민원으로 인해 부서 담당자가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힘들어 했다"며 "언론이 A씨의 입장에서만 보도를 하다보니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구의원들도 이 사건의 사실은 외면한 채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으로만 집행부를 질타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사건에 대한 진실을 말할 기회를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구의원들은 "달서구가 악성민원인 문제를 돈으로 해결했기 때문에 '달서구는 떼쓰면 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박혀 버렸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A씨는 생계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다"며 "악성 민원인에게 돈이 지급됐으니 앞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했을 때 달서구는 매번 돈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 "충분히 A씨가 벌인 악성 민원에 대한 증거를 수집해 사법처리를 할 수 있었음에도 집행부는 하지 않았다"며 "오로지 돈으로만 일 처리하려는 집행부의 행정에는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시민단체 "가증스러운 대답만 일삼았다"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도 달서구의회 구정질문을 관심있게 지켜봤다.

시민단체들은 이 사건이 불거진 직후 달서구에 사건에 대한 명백한 진위여부 파악 및 대시민 사과, 관련자 문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달서구의원과 이태훈 달서구청장, 간부공무원들 간 진실공방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민단체들은 이 구청장이나 간부공무원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사과할 것을 예상했지만 공식적인 사과 등은 없었기 때문이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사과나 반성없는 달서구의 행태가 참으로 뻔뻔하다"며 "구의원들에게 한 대답은 모두 가증스러운 답들 뿐이었다"고 꼬집었다.

특히 대구 달서경찰서와 대구시선관위는 이 사건의 대한 진위여부 판단을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대구선관위는 지난달 말부터 성금을 민원인에게 준 게 사실이라면 선거법이 금지한 기부행위에 해당하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도 현재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은 내사단계 수준이다.

김귀화 달서구의원은 "이번 사건은 달서구민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라며 "책임을 미루지 말고 구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집행부는 이 사건의 진위여부를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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