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사진작가 황규태 "난 궁금증 환자..픽셀을 확대 확대했다"

등록 2019.03.07 16:54:58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7일부터 개인전

2년간 작업 신작 '픽셀' 시리즈 30점 전시

"오방색 색면추상화같은...인위적 조작 안해"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한국 아방가르드 사진 선구자인 황규태 작가가 7일 오후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삼청에서 개최한 개인전 '픽셀(Pixel)' 전시 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황규태 '픽셀' 사진전은 7일부터 4월 21일까지 열린다. 2019.03.07.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한국 아방가르드 사진 선구자인 황규태 작가가 7일 오후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삼청에서 개최한 개인전 '픽셀(Pixel)' 전시 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황규태 '픽셀' 사진전은 7일부터 4월 21일까지 열린다. 2019.03.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나는 궁금증 환자다. 그 궁금증이 루페(Lupe)를 들여다보게 했고 계속 추적했다. 이번 작품은 그 궁금증의 결과다"

사진작가 황규태(81)의 '픽셀(Pixel)시리즈'다. 그 궁금증의 욕망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빛 화려한 색빛으로 해소됐다. 궁금증의 끝에서 길어 올린 '색의 정수'는 경계를 허물며 '포토 색면화'로 재탄생했다.

'픽셀'시리즈는 우연한 발견의 뫼비우스 띠다. 1997년 TV 모니터를 루페로 우연히 들여다 보면서 시작됐다. 픽셀들. 그걸 촬영해, 확대했다. 수많은 색들과 무늬, 그것을 또 다시 확대 확대한다. 또 그 사진을 몇천배까지 확대한다.

7일 서울 삼청로 아라리오갤러리에서 만난 사진작가 황규태는 "나는 발견하고 취사선택했을 뿐"라며 픽셀이 만들어낸 화려한 색감의 놀라움을 잠재웠다.

그는 "나도 이런 색이, 이런 무늬가 나올줄 예상도 못한다"며 "이번에 나온 작품들도 되어있는 것을 선택했을 뿐이지, 인위적으로 형태를 조정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아라리오갤러리에 걸린 사진은 화려한 색면 추상화같다. 사각형, 원 등의 기본적인 형태와 순수한 색채의 '픽셀 시리즈' 30점을 걸었다. 이번 전시 중심이 되는 작품을 확대 확대해 나온 작품들로, 확대하고 확대해서 커팅한 그의 '픽셀 시리즈' 의미를 함축한다.

일반적으로 확대, 확대하면 깨질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깬다. 작가는 "확대하면 할수록 색이 선명해진다"며 특별한 컴퓨터를 가지고 작업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한국 아방가르드 사진 선구자인 황규태 작가가 7일 오후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삼청에서 개최한 개인전 '픽셀(Pixel)' 전시 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황규태 '픽셀' 사진전은 7일부터 4월 21일까지 열린다. 2019.03.07.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한국 아방가르드 사진 선구자인 황규태 작가가 7일 오후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삼청에서 개최한 개인전 '픽셀(Pixel)' 전시 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황규태 '픽셀' 사진전은 7일부터 4월 21일까지 열린다. 2019.03.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픽셀을 확대해 색면추상화같은 포토 미니멀을 만들어낸 사진작가 황규태 개인전이 아라리오갤러리서울에서 열린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픽셀을 확대해 색면추상화같은 포토 미니멀을 만들어낸 사진작가 황규태 개인전이 아라리오갤러리서울에서 열린다.



작가는 '픽셀 시리즈'를 작업하면서 러시아 미술가 ‘카시미르 말레비치(Kazimir Malevich) 작품을 생각했다고 한다. 자신이 찾아낸 전자 이미지들 속에서 말레비치가 손수 그린 극한의 미니멀한 하드엣지 작품과의 유사성을 발견했다.

100년의 간극을 넘어 디지털 시대에서의 절대주의 조형성의 철학을 다시 논한다.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회화처럼, 원본 이미지에서 확대에 확대를 거듭해 도달한 픽셀들의 미니멀한 추상 색면의 세계는 디지털 시대에 가능한 이미지의 무한 시공간을 현시하고 순수 추상을 탐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포스트 하드엣지’라고 일컬었다. 이번 전시는 '픽셀' 시리즈를 시작한 지 약 2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 간의 치열했던 고민과 연구가 응축된 지난 2년간의 작품을 선별한 작품이다.

전시장 지하 1층은 오방색의 빛이 압도한다. 마치 단청같은 분위기를 전하는 작품은 280 x 650cm(5pcs) 크기로 'bit의 제전'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작가는 "무엇을 찍었는지, 무슨 이미지인지도 의미없다"면서 "확대하고 확대하면 나오는 이미지는 내가, 딱 마음에 들때 스톱한다"고 했다. 

"어떤 픽셀이 나오는지는 모르지만, 작가의 감으로 멈춰진 픽셀들은 또다른 이미지와 해석을 불러낸다.

단청같은 색감을 뿜어내는 작품앞에서 작가는 "이런 색이 나올줄은 나도 생각도 못했다"며 "작업 하면서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bit의 제전' 옆에 검은 바탕의 거대한 작품도 픽셀을 쪼개 만들었다. 무지개빛 무늬와 형태가 메트릭스기호처럼 쏟아지는 화면은 SF영화 배경같은 분위기도 난다. 작가는 "이걸 뽑아놓고 보니 디지털시대 상형문자 같더라. 스페이스에서 온 편지, 미래에서 온 편지 같다"며 "앞으로 우리 인간들이 쓰고 있는 문자들이 다 없어지고 기계에 의해 사용되는 문자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한국 아방가르드 사진 선구자인 황규태 작가 개인전 '픽셀(Pixel)' 전시 간담회가 열린 7일 오후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삼청에서 한 참석자가 작품을 보고 있다. 황규태 '픽셀' 사진전은 7일부터 4월 21일까지 열린다. 2019.03.07.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한국 아방가르드 사진 선구자인 황규태 작가 개인전 '픽셀(Pixel)' 전시 간담회가 열린 7일 오후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삼청에서 한 참석자가 작품을 보고 있다. 황규태 '픽셀' 사진전은 7일부터 4월 21일까지 열린다. 2019.03.07. [email protected]


그는 "다행히 아직까지 눈이 좋아 안경도 안쓰고 작업한다"며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취해있다.

그는 한국 아방가르드 사진의 선구자로 불린다. 1938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경향신문사 사진기자를 거치며 본격적으로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50년대 말부터 독자적으로 사진을 연구하고 사진가로 활동하던 그는 1963년 'US 카메라 콘테스트' 수상을 시작으로 본격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그는 데뷔 이래 언제나 실험 사진의 최전방에서 다양한 시도들, 예를 들어 60년대에 이미 필름 태우기, 차용과 합성, 아날로그 몽타주, 이중 노출 등을 시도해 문제적 작가로 그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후 80년대부터 시작된 디지털이미지에 대한 관심은 디지털 몽타주, 꼴라주, 합성 등의 다양한 실험으로 이어졌다. 그 긴 과정의 끝에서 이미지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네모 모양의 작은 점들을 일컫는 ‘픽셀’을 디지털 이미지들 속에서 발견했고, 그 기하학적 이미지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시각적 유희에 매몰되었다. 그렇게 '픽셀'시리즈가 시작되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픽셀을 확대해 색면추상화같은 포토 미니멀을 만들어낸 사진작가 황규태 개인전이 아라리오갤러리서울에서 열린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픽셀을 확대해 색면추상화같은 포토 미니멀을 만들어낸 사진작가 황규태 개인전이 아라리오갤러리서울에서 열린다.


이미지나 모니터 등을 자유 자재로 선택하고 확대할 때 발현되는 다양한 형태와 색상의 픽셀을 집요하게 발견하고 기록, 그리고 여러 방식으로 시각화, 물질화 하는 것이 기본 골자다. 그 과정에서 전통 사진의 주요 쟁점인 ‘지표성’의 가치는 희소해지고, ‘선택’과 ‘확대’라는 방법의 특성상 원본 이미지에서 파생되는 결과물들은 무한해진다.

이 모든 과정을 사진으로 보느냐 마느냐는 문제의 핵심이 되지 않는다. “나는 만들지 않았고, 픽셀들을 선택할 뿐”이라고 말하는 그의 전방위적 작품들은 ‘예술’의 전통적인 범주나 양식사적 접근으로 축소해서 볼 게 아니라, ‘이미지’ 연구의 관점에서 조금 더 넓게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건 없다. 이미 존재하는 것이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모든 존재는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팔순에도 여전히 소년같은 그는 그러한 의미도 불허한다. 자신의 작품은 "본 그대로 즐겨라"며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다들 내가 작업한다고 대단하다고 하는데. 내 나이 돼봐. 할 일이 없어. 하하하~" 전시는 4월21일까지.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