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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희생자 재심 확정…71년 만에 다시 재판(종합)

등록 2019.03.21 15: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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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원합의체 재심인용 결정 재항고 기각

1948년 내란죄로 사형…과거사위 불법 인정

"연행과정 목격자 진술 등과 부합…불법 체포"

4명 반대의견…재심, 광주지법 순천지원 예정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여순사건 재심 인용 결정에 대한 재항고 등 전원합의체 판결을 위해 앉아 있다. 2019.03.21.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여순사건 재심 인용 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 등 선고를 위해 앉아 있다. 2019.03.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1948년 여순사건 당시 처형된 민간인 희생자들이 71년 만에 다시 재판을 받아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고(故) 이모씨 등 3명의 재심 인용 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에서 재심 개시를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증거 취사선택과 증명력은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 영역이고, 형사재판에서 심증 형성은 반드시 직접 증거로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검사는 원심의 사실인정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재항고했는데,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록에 따르면 여순사건 당시 군경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민간인 체포·감금이 이뤄졌고, 이씨 등이 연행되는 과정을 목격한 사람들의 진술도 이에 부합한다"며 "구속영장 발부 없이 불법 체포·감금했다고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판결서가 남아있지 않아 재심할 수 있는 대상 사건이 없다는 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판결서가 판결 자체인 것은 아니고, 판결서가 미작성됐거나 없어졌더라도 선고된 이상 판결은 성립한 것"이라며 "유죄 확정판결인 이상 재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씨 등의 판결이 선고되고 확정·집행된 사실은 판결 내용과 이름 등이 기재된 판결집행명령서, 당시 언론보도로 알 수 있다"며 "판결서 원본 작성과 보존 책임은 국가에 있다"고 판단했다.

또 "계엄령에 따라 설치된 군법회의에 대해 위헌·위법 논란이 있지만, 국가공권력의 사법작용으로 군법회의를 통해 판결이 선고된 이상 판결 성립은 인정된다"면서 "재심을 통한 구제를 긍정하는 게 재심제도 목적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여수=뉴시스】김석훈 기자 = 여수시의회 여순사건 특별위원회(위원장 전창곤)가 11일 국회 앞에서 여순사건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여수지역구 국회의원과 전남도의원, 시의원, 시민단체 등이 기자회견을 통해 특별법의 연내 통과를 다짐했다. 2019.02.12. (사진=여수시의회 제공)  kim@newsis.com

【여수=뉴시스】김석훈 기자 = 여수시의회 여순사건 특별위원회(위원장 전창곤)가 지난달 11일 국회 앞에서 여순사건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9.02.12. (사진=여수시의회 제공) [email protected]

다만 조희대·이동원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형사소송법은 검사나 경찰이 직무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재심사유로 규정하되, 증명방법을 확정판결로 제한했다"며 "확정판결을 대신하는 증명도 직무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여지가 없을 만큼 증명돼야 하는데, 이 사건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상옥·이기택 대법관도 "재판이 실제로 있었는지, 이씨 등이 사형판결 집행으로 사망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설령 재판이 있었다 하더라도 절차적 하자가 매우 중대해 규범적 의미에선 재판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이와 함께 "판결 존재를 인정하더라도 공소사실을 알 수 없는 이상 형사재판은 불가능하고 따라서 재심도 가능하지 않다"며 "재심을 허용하더라도 충분한 구제가 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여수·순천 지역에 주둔하던 14연대 군인들이 제주 4·3사건을 진압하라는 이승만 대통령 지시를 거부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국군은 지역을 탈환한 뒤 반란군에 협조·가담했다는 이유로 민간인들을 내란죄로 군사재판에 넘겨 사형을 선고했고, 이 과정에서 다수 희생자가 발생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조사를 통해 1948년 10월 말부터 1950년 2월까지 순천지역에서 민간인 438명이 군과 경찰에 자의적이고 무리하게 연행돼 살해당했다며 이들을 민간인 희생자로 확인했다.

이후 이씨 등의 유족들은 군과 경찰이 고인을 불법 체포·감금한 뒤 사형을 선고했다며 2013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1심은 유족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검찰은 "과거사위 결정은 포괄적인 불법 체포·감금이 있었다는 취지에 불과해, 구체적으로 이들에 대해 불법 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수사·공판 기록이 없는데 유족들 주장과 역사적 정황을 근거로 직무상 범죄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항고했다.

2심도 "판결문에 내란 및 국권문란죄라고만 기재됐을 뿐, 구체적인 범죄사실 내용과 증거 요지가 없다"면서 "영장 발부를 추단할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춰 이씨 등은 법원이 발부한 사전·사후 구속영장 없이 체포·구속됐다"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 등의 재심은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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