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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과 '월북'의 간극…김원봉 유공자 서훈 쟁점은

등록 2019.03.27 15:44:02수정 2019.06.07 15: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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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김원봉 선생에 마음속으로나마 최고급 훈장 드려"

보훈처장 "의견 수렴 중…가능성 있다" 국회 발언 도화선

보훈처 독립유공자 서훈 기준 변경…김원봉 지정 검토

'北정권 수립에 직접 기여하지 않은 인물이어야' 단서

공감대 형성 의견수렴 예고…보수진영 반발 확산될 듯

"아무리 독립운동 참여했어도 北 인사는 절대 안 돼"

【서울=뉴시스】 약산 김원봉. (사진=KBS 캡쳐)

【서울=뉴시스】 약산 김원봉. (사진=KBS 캡쳐)


 = 【서울=뉴시스】 오종택 기자 = 영화 '암살'과 '밀정'에서 일제 강점기 무장 독립운동단체를 이끈 인물로 조명된 약산 김원봉(1898~1958)의 독립유공자 서훈 여부가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은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원봉의 독립유공자 서훈에 대해 "지금 현재 기준으로는 되지 않는다"면서도 "의견 수렴 중이며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현직 보훈처장이 김원봉의 독립유공자 서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파장이 일자 보훈처는 "현재 김원봉의 서훈은 규정상 불가하며 서훈을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김원봉은 과거 독립유공자 서훈 규정에 부합하지 않아 지정 대상으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으나 현 정부 들어 관련 기준이 바뀌면서 독립유공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기 시작했다.

보훈처는 지난해 독립유공자 선정 기준을 개정하면서 '광복 후 행적 불분명자'(사회주의 활동 경력자)도 포상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지만 '북한 정권 수립에 직접 기여하지 않은' 인물이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8월15일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영화 암살을 관람한 뒤 "이제는 남북 간의 체제 경쟁이 끝났으니 독립유공자 포상에서 더 여유를 가져도 되지 않을까? 광복 70주년을 맞아 약산 김원봉 선생에게 마음속으로나마 최고급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술 한잔 바치고 싶다"고 페이스북에 적기도 했다.

이렇듯 현 정부 들어 독립유공자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김원봉에 대한 서훈 검토는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원봉은 일제 강점기 의열단을 조직하고 광복군 부사령관 등을 지내 독립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후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하고 고위직을 지내 현대사에서 그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논쟁이 적지 않았다.

김원봉은 1919년 일제 수탈에 맞서 의열단을 조직해 독립운동을 했다. 1938년 조선의용대장, 1942년 광복군 부사령관, 1944년에는 임시정부 군무부장과 국무위원을 지냈다. 무장 독립투쟁사에 있어 그는 대단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김원봉은 존경하던 여운형이 암살당한 1947년 조선공산당 창당 주역 박헌영 등과 함께 월북했다.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해 국가겸열상에 임명됐고 노동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등 고위직을 역임했다.

6·25 전쟁 발발 당시에도 북한 정권의 수뇌부였던 그는 1958년 전권을 실각한 후 행방이 묘연했다. 김일성에 의해 숙청됐다는 설이 주를 이룬다.

지난달 보훈처의 자문기구인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 역시 3·1 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김원봉 등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독립운동가로 적정한 서훈을 해야 한다고 보훈처에 권고했다.

보훈혁신위원회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군무부장, 광복군 부사령관을 지낸 의열단 단장 김원봉조차 독립유공자로 대우하지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보훈 현실"이라며 "독립운동에 대한 최종적 평가 기준은 1945년 8월15일 시점으로, 그 시점에 독립운동을 했다면 그 사람은 독립유공자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좌익 활동 경험이 있는 손혜원 의원 부친 고(故) 손용우 선생이 여섯 차례 보훈 심사 탈락 끝에 독립유공자로 지정된 사례까지 더해져 김원봉에 대한 서훈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확대됐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2019.03.26.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2019.03.26. [email protected]


이에 보훈처는 "김원봉에 대해 3·1절을 계기로 서훈을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장 북한 정권 관련 인물의 독립유공자 선정을 배제한다는 대원칙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향후 번복될 여지를 남겼다.

그로부터 불과 한 달 만에 보훈처장이 직접 김원봉에 대한 서훈 검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에 보훈처는 김원봉 선생 독립유공자 서훈 질의에 대한 입장을 통해 "김원봉 선생은 1948년 월북 후 북한정권 수립에 참여했기 때문에 현행 심사기준으로는 포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사기준을 개선하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보훈처장이 답변한 내용은 각계의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보훈처가 김원봉의 서훈과 관련해 본격적인 의견 수렴 절차에 돌입할 경우 보수진영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은 명약관화하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피우진 처장에게 "그런 기준이면 김일성과 무슨 차이냐"라며 "북한 정권 수립에 공헌한 사람도 보훈 대상이 되면 김일성도 훈장을 줘야 한다"고 비난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는 지난달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아무리 독립운동에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북한 정권수립에 기여한 인물은 절대 자유 대한민국의 국가유공자가 돼서는 안 된다"며 김원봉의 독립유공자 지정을 반대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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