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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F 매몰에 6천억"…정부 '실패한 쓰레기 정책' 책임론 대두

등록 2019.04.28 09:00:00수정 2019.04.28 10: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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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6개 도시 쓰레기(SRF) 나주 한 곳서 처리…갈등 유발

'대기환경 오염' 우려 주민 집단 반발 "LNG 100% 전환"요구

갈등 해결 위해 꾸린 '민관협력 거버넌스' 합의안 도출 '난항'

천문학적인 'SF매몰비용' 문제 대두…주민들 '정부 결자해지'해야 촉구

【나주=뉴시스】= 그래픽은 전남 나주혁신도시 SRF열병합발전설비와 얽히고설킨 이해당사자 간 관계도. 2019.04.28. (그래픽=뉴시스DB)

【나주=뉴시스】= 그래픽은 전남 나주혁신도시 SRF열병합발전설비와 얽히고설킨 이해당사자 간 관계도. 2019.04.28. (그래픽=뉴시스DB)

【나주=뉴시스】이창우 기자 = '쓰레기 배출지 처리 원칙'을 무시한 균형감 잃은 '광역쓰레기 자원화(SRF) 정책'이 주민 집단 반발에 부딪혀 천문학적인 매몰처리 비용 과제만 남긴 채 사실상 실패의 길로 접어들어 정부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광주전남공동(나주)혁신도시는 강원도 원주 기업도시를 제외한 전국 혁신도시 10곳 중 유일하게 'SRF(Solid Refuse Fuel·생활쓰레기로 만든 고형폐기물 연료) 열병합발전소'가 준공돼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12월 발전소 준공 시점에 앞서 3개월여 간 이뤄진 시험가동 당시 법적 기준치 이하이지만 대기환경 오염 물질이 배출됐다는 이유에서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2년째 정상 가동을 못하고 있다. 

나주혁신도시 열방합발전소는 'SRF 열병합 발전설비'와 'LNG 첨두부하 보일러 설비' 2기를 갖추고 있다. 혁신도시 공공기관과 공동주택(아파트)에 난방용 열원을 공급하고 생산된 전기는 판매한다.

현재 SRF열병합 발전설비는 주민 집단 민원으로 가동을 멈춘 채 열공급 전용 LNG 보일러만 가동되고 있다.

문제는 주민들이 1일 최대 440t(5t 트럭기준 88대 분량)의 SRF연료 사용은 사실상 '쓰레기 소각'으로 규정하고,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배출로 주거지 대기환경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면서 갈등이 정점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목포·신안, 순천·구례, 나주·화순 등 전남 6개 시·군 쓰레기 연료에 이어 지난 2013년 당시 나주시의 미숙한 공문 대응으로 광주권 생활쓰레기 연료까지 떠안아 처리해야 되는 현실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특히 전체 사용 연료(SRF)의 97%가 광주 등 타 지역 생활쓰레기가 차지하고 있는 반면 나주지역 쓰레기로 만든 연료는 3%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정서적 반감이 크다.

주민들은 발전소 사용연료를 친환경적인 'LNG 100%' 내지는 '수소 연료전지'로 전환할 것과 '타 지역 쓰레기 연료 반입 금지'등을 요구하고 있다.

◇타 도시 쓰레기 한 곳에서 집약 처리…첫 단추부터 잘못 꿴 정부 쓰레기 자원화 정책

나주시는 혁신도시 준공 이전인 지난 2009년 3월 정부 정책에 따라 환경부, 전남도, 나주시·화순군, 목포시·신안군, 순천시·구례군 등 전남지역 6개 시·군 지자체가 참여하는 '혁신도시 자원순환형 에너지도시 조성을 위한 생활폐기물 에너지화 사업 업무협력 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에 따라 나주를 포함한 전남 6개 시·군은 나주·목포·순천 등 현지 거점 도시 3곳에 설치된 전처리시설에서 생산한 고형연료를 나주열병합발전소에 5년간 무상 공급키로 했다.

정부가 나주혁신도시를 광역쓰레기 처리·자원화의 성공 모델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에서 비롯됐다.

문제는 집단난방 열공급 수요자인 한전을 비롯한 16개 이전 공공기관 가족과 주민들의 '동의 여부를 묻는 절차'도 없이 혁신도시 준공 전에 'SRF열병합 발전소' 설치·가동이 결정 된데 있다.

신도시에 주민들이 입주도하기 전에 충분한 주민 수용성 조사 없이 당시 법적인 기준으로 SRF를 '신재생 연료'라는 명분만으로 타 도시로 반출시켜 '집중 처리'하는 방식을 선택한 결과 현재 갈등과 반발, 행정력 낭비, 이해당사자 간 줄 소송을 불러오고 있다.

◇SRF갈등 해결 위해 꾸린 '민관협력 거버넌스'도 사실상 합의안 도출 '실패'

'SRF열병합발전소' 가동을 둘러싼 갈등이 2년 넘게 장기화로 치 닫으면서 손해배상 줄 소송이 이어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자 지난 1월 이를 해결할 '민관협력 거버넌스'가 꾸려져 가동되고 있지만 이해 당사자 간 이견으로 합의안 도출에 난항이 거듭되고 있다.

전남도가 주관하는 거버넌스에는 쓰레기연료 사용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산업통상자원부, 전남도, 나주시,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5개 이해 당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26일까지 6차례 회의를 거듭한 끝에 발전소를 중심으로 5㎞ 반경 내 주민들을 대상으로 SRF발전소 가동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 수용성 조사'를 실시하기로 잠정 합의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 했지만 '발전소 시험가동' 소식에 반발한 주민 반대로 합의가 무산됐다.

주민들은 수용성 조사의 기준점이 될 발전소 대기 배출물 환경영향성조사 데이터 확보를 위한 '60일 시험가동'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2017년 발전소 준공 시점에 이뤄진 시험가동 때 처럼 대기 중에 유해 물질이 배출돼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주=뉴시스】 = 사진은 지난 11일 전남 나주시 산포면 한국지역난방공사 나주SRF열병합 발전소 앞에서 주민 2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발전소 시험가동과 쓰레기 연료 사용 반대 집회 모습. 2019.04.11 (사진=뉴시스DB)

【나주=뉴시스】 = 사진은 지난 11일 전남 나주시 산포면 한국지역난방공사 나주SRF열병합 발전소 앞에서 주민 2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발전소 시험가동과 쓰레기 연료 사용 반대 집회 모습. 2019.04.11 (사진=뉴시스DB)

또 그동안 침묵을 지켰던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노조협의회(광전노협)에 참여 중인 10개 기관 노조까지 '시험 가동'에 결사반대하고 나서면서 앞서 제6차 거버넌스에서 도출된 잠정 합의는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이다.

범대위와 광전노협, 주민들은 추가 시험가동 대신 난방공사가 발전소 준공 시점에 실시한 자체 시험가동 데이터를 활용해 주민수용성 조사를 즉시 실시 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산자부와 전남도, 나주시는 주민 직접투표까지 붙이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한 객관적인 데이터 확보를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검증기관을 통해 환경영향성조사를 다시 실시해야 된다는 점에서 수용 불가 입장을 되풀이 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는 5월9일 열릴 예정인 제7차 거버넌스가 사실상 5개 이해당사자 간 마지막 만남의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날도 합의안 도출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종 합의에 실패할 경우 '민관협력 거버넌스'는 해체 수순을 밟아야 된다. 이는 갈등을 조정할 마지막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의미한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산자부가 나주혁신도시 집단에너지사업 시행자인 정부를 대표해  거버넌스에 참여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회의 참석 보다는 보다 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주민 요구 수용 위해선 'SRF에 매몰비용만 6000억원 소요
  
민관협력 거버넌스에서 극적인 타결을 통해 '주민수용조사'가 실시되더라도 '발전소 가동 반대' 의견이 높게 나올 경우 나주SRF 발전설비는 매몰처리 해야 된다.

문제는 매몰처리시 나주SRF발전소와 연계된 시설 처리, 또 그동안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금액까지 합산할 경우 6000억원대의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 한 지자체의 예산 범위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주민수용성 조사를 통해 '발전소 가동 반대'로 결정 날 경우 사업 전면 철수를 예고하고 있다.

나주SRF열병합발전소 건설에 투입된 2800억원(SRF발전설비 1600억원+LNG설비 1200억원)과 그동안 가동을 못해 입은 손해배상금 250억원을 나주시에 배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남도와 나주시가 떠안아야 할 매몰처리 비용과 손배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나주SRF발전소에 연료를 공급하기로 전남도와 나주시로부터 동의를 받고 난방공사와 광주시 등이 지분 참여를 통해 남구 양과동에 946억원을 들여 준공한 'SRF연료 생산시설'인 광주청정빛고을㈜ 시설 매몰처리 비용과 발전소 연료공급 중단으로 입은 1차 손배금 133억원도 떠안아야 된다.

또 나주SRF열병합발전소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준공된 목포(신안군) 전처리시설 345억원, 순천(구례) 전처리시설 330억원, 나주(화순) 전처리시설 195억원 등 3곳의 시설 매몰에만 총 870억원이 소요된다.

산출된 예상 비용은 현재까지 표면적으로 드러난 금액에 불과하다. 나주SRF열병합발전소를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민간 사업자들이 '미래 이익 기대금'까지 손배소에 추가할 경우 매몰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주혁신도시 주민 김모(42)씨는 28일 "정부가 나주혁신도시를 광역쓰레기 자원화의 성공 모델로 만들려고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난방공사를 통해 사업을 추진했지만, 쓰레기 연료 사용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를 얻어내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쓰레기 문제는 배출지 해결 원칙을 적용해 해당 도시에서 소각하든지 자원화 하는 것만이 유사한 갈등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나주SRF 문제는 사업시행자인 정부가 결자해지해야 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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