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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5.18 기념식 찾은 文…"광주 시민들께 미안" 울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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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5-18 12:52:54
"내년 참석하란 의견 있었지만 올해 꼭 오고싶었다"
"광주 시민들께 너무 미안하다"며 잠시 울먹이기도
무대 오른 5·18 피해자·유족들 손 잡고 위로의 말
기념식 후 김완봉·조사천·안종필 등 희생자 묘역 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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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희생자 안종필의 묘를 찾아 참배하고 어머니 이정임씨를 위로하고 있다. 2019.05.1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 2017년 이후 2년 만에 광주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1980년 5월 광주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2년 만에 5·18 기념식을 찾은 이유에 대해 "내년이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그때 그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올해 기념식에 꼭 참석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광주 시민들께 너무나 미안하고, 너무나 부끄러웠고, 국민들께 호소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광주 시민들은 박수로 문 대통령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떨리는 목소리로 "80년 5월 광주가 피 흘리고 죽어갈 때 광주와 함께하지 못했던 것이 그 시대를 살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정말 미안하다"며 "그 때 공권력이 광주에서 자행한 야만적인 폭력과 학살에 대하여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표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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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치고 5·18희생자 묘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9.05.18.  pak7130@newsis.com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5·18에 대한 논란들이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며 "개인적으로는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담겠다고 한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송구스럽다"고 언급했다.

이날 행사에는 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각계 대표와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유족, 일반 시민, 학생 등 5000여명이 참석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주요 정당 대표도 모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각당 대표들 앞에서 "진실을 통한 화해만이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이라며 아직 규명되지 않은 진실들을 밝혀내는 데 정치권이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학살의 책임자, 암매장과 성폭력 문제, 헬기 사격 등 밝혀내야 할 진실이 여전히 많다. 아직까지 규명되지 못한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지난해 3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아직도 진상조사규명위원회가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국회와 정치권이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 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특히 한국당을 향한 요구이자 호소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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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여 기념사를 하던 중 감정이 북받쳐 목이 메여 생각에 잠겨 있다. 2019.05.18.  pak7130@newsis.com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행사에 참석한 5·18 피생자·유족들과도 함께 슬픔을 공유했다.

1980년 광주 시내 가두방송 주인공인 박영순씨는 당시 상황을 소개하는 '그날 5·18'이라는 영상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박씨는 당시 현장에서 체포돼 모진 고문을 받고 '계엄법 위반, 내란부화 수행죄'로 투옥됐다. 1987년 사면복권을 받은 박씨는 2016년에 재심 청구를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박씨는 영상이 진행되는 동안 몇 차례 북받치는 감정에 내레이션을 이어가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김 여사도 영상을 보며 연신 눈물을 닦았다. 문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며 자리로 돌아오는 박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5·18 당시 16살의 나이로 시민군 활동을 돕다 사망한 안종필씨의 조카 안혜진씨도 무대 위에 올랐다. 혜진씨는 그동안 안 열사의 가족들이 겪었던 아픔에 대한 사연을 소개하며 눈물을 흘렸다. 문 대통령은 혜진씨가 무대에서 내려와 자리로 돌아오자 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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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희생자 안종필의 묘를 찾아 참배하고 어머니 이정임씨를 위로하고 있다. 2019.05.18. pak7130@newsis.com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을 마치고 5·18 희생자 3명의 묘역을 참배하며 유족들의 아픔을 보듬었다.

문 대통령은 5·18 때 광주 무등중 3학년생이던 고 김완봉씨의 묘역을 참배했다. 당시 15살이었던 김씨는 계엄군의 집단발포가 시작된 1980년 5월21일 금남로에 나갔다가 목에 총탄을 맞고 숨졌다.

김씨의 가족들은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의해 다시 한번 아픔을 겪기도 했다. 지난 2013년 일베 이용자들이 김씨의 어머니가 아들의 관 앞에서 오열하는 사진을 게시하고 '아이고 우리 아들 택배왔다. 착불이요'라는 조롱성 글을 올리면서다.

'꼬마 상주' 사진으로 널리 알려진 고 조사천(당시 34세)씨 묘역도 참배했다. 건축업을 하던 조씨는 5월20일 광주교육대 정문 앞에서 공수부대원들이 학생들을 구타하는 것을 말리다가 시위에 참여하게 됐다.

조씨는 5월21일 동부청 근처에서 시위 도중 가슴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5살이던 조씨의 아들이 영정을 들고 있던 사진은 광주의 아픔을 전해주는 상징이 됐다.

문 대통령은 또 안종필씨의 묘역도 참배했다. 광주상업고(현 광주동성고)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안씨는 시민군에 합류해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키다 5월 27일 오전 무차별 진압에 나선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안씨의 어머니 이정임씨는 이날 묘역을 참배하면서 서러운 눈물을 흘렸다. 문 대통령도 비통한 표정으로 이씨를 위로했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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