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심각한 생명과학연구 '서울대 카르텔'…교육부 내주부터 특별조사

등록 2019.06.02 09:56:4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교육부, 내주부터 서울대 중심 특별사안조사에 착수

편입학 청탁·임용 품앗이·논문 실적 부풀리기 여전해

학문적 근친교배 막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개선 필요

같은 학부 출신 3분의2 못 넘게 한 법령 더 강화해야

심각한 생명과학연구 '서울대 카르텔'…교육부 내주부터 특별조사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최근 일부 대학 이공계 교수들의 자녀 논문 공저자 문제 등 연구윤리 위반 사례가 다수 적발된 가운데, 이 같은 연구부정·비리가 가능했던 이유가 출신대학, 특히 뿌리 깊은 '서울대 카르텔'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일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대는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자정 노력이 부족했다는 의혹을 받아 다음주부터 교육부의 특별 사안조사를 받는다. 학계에서는 벌써부터 교육부의 조사결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연구 건전성과 다양성을 위해 국가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녀 수의대 편입학 부정청탁·서울대 대학원 입학이 가능했던 이유

교육부는 최근 지난 10년간 50개 대학 교수 87명이 자신의 미성년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올렸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동시에 각 대학의 부실학회 참석자 또는 미성년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게재한 연구자가 다수이거나 자체조사 결과가 부실했다고 판단되는 15개 대학 명단을 공개했는데 서울대가 포함됐다.

최근 불법 동물실험·학대 논란이 일었던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가 집중 타깃이다. 이 교수는 고교생이었던 자녀를 SCI급 국제학술지 논문 공저자로 등록한데 이어 2015학년도 강원대 수의대 편입 당시에도 부정청탁이 있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당시 강원대 수의대 일반편입학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교수는 면접 전날 이 교수의 아들을 합격시켜 달라는 청탁 전화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청탁 전화를 한 교수는 석·박사학위 논문을 지도받았던 지방 국립대 교수로 알려졌다.

이 교수의 자녀는 2015학년도 2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강원대 수의대 편입학에 성공했으며, 2019학년도 전기 서울대 수의대학원에 입학해 부친인 이 교수와 같은 전공을 이수하고 있다.

편입학 당시 면접위원 5명 중 3명은 이 교수와 같은 서울대 수의대 출신이었으며, 서로 동기 또는 선·후배 및 논문 공저자 등 관계로 얽혀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대 출신 교수들이 학생 편·입학이나 임용에서 서로의 제자나 자녀를 끌어주는 카르텔이 암암리에 만연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국에 수의대는 10곳으로 이른바 '좁은 바닥'이다.

한 지방국립대 수의대에 근무하고 있는 A교수에 따르면 이 수의대는 지금까지 학장과 학과장을 서울대 출신 교수들이 독점하고 주류를 형성해왔다. A교수는 "서울대 카르텔에 포함된 교수들은 신임교수를 임용할 때에도 서울대 출신을 꼭 뽑도록 하고, 비서울대 출신 교수들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비서울대 출신 신임교수 임용도 무효화시키기 일쑤였다"고 밝혔다. .

지난 2005년 개정된 교육공무원법과 대통령령인 교육공무원임용령에 따르면 국립대 교수를 신규채용할 때 특정 대학 학사 출신이 편중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채용인원의 3분의 2를 초과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어기더라도 사실상 제재할 방안은 없다. 또한 출신학교가 같더라도 전공이 다르면 문제가 없을 경우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나머지 3분의 1을 비서울대 출신 교수로 임용할 때에도 역시 서울대 카르텔이 적용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A교수는 "다른 대학교 수의대에 재직 중인 서울대 출신 교수의 제자를 뽑아주는 식으로 실력보다 인맥으로 임용이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A 교수는 "편입학이나 임용 외에도 서울대는 대학원생 수가 많기 때문에 논문 기여도가 적어도 관행처럼 서로 이름을 올려주는 식으로 실적을 부풀려 쌓고 이를 교수임용 등에 활용한다"고 비판했다.

◇'학문적 근친교배'로 연구 고인 물...제도개선 필요

학계에서는 이처럼 대학 교수를 뽑거나 대학원생을 선발할 때 같은 대학 또는 같은 지도교수의 제자들을 발탁하는 행위를 '학문적 근친교배'(academic inbreeding)이라고 부른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익히 알려져 있듯 근친교배는 반복될 수록 유전병을 유발하며 열성유전자가 구현돼 멸종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금기시된다. 학계에서도 마찬가지로, 같은 학문 내에서도 학파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유지하려면 상호 이질적인 연구자 간 교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이미 학문적 근친교배를 엄격히 차단하기 위한 제도를 두고 있다. 학문적 근친교배로 인한 임용 배제 기준을 판단할 때 학부 외에도 석사나 박사·박사후 과정까지 폭넓게 살핀다. 근친교배를 피하기 위해서는 일부러 국내외 다른 대학에 박사후과정 등 다른 연구환경에 속해야 한다는 인식이 넓게 퍼져있다.

국내에서도 근본적으로 서울대 카르텔을 깨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령상 3분의 2로 제한한 단일대학 출신 교수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제한하고 나아가 논문실적 부풀리기를 줄이기 위해 공저자·복수저자 게재 기준 정비, 각 대학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심의과정을 더 투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교육계 원로는 "이 같은 근본적인 카르텔 혁파 없이는 각 대학의 연구윤리 자정능력도 떨어지기 쉽고, 결과적으로 해외에서 한국의 연구 신뢰도가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육부도 제도 개선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이다. 그러나 대학의 연구 기능은 특히 자율성과 전문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국가가 섣불리 개입하기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우선 8월까지 실시하는 연구윤리 자체조사에 대한 특별 사안조사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각 대학의 자정능력을 검증하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대학의 연구윤리 관련 책무성을 높이고 공정하고 투명한 연구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절감한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