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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 암 투병 간호사→호스피스 병동 배치 논란

등록 2019.06.03 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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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간호사는 전임 노조 위원장 출신

"병동 문 앞에서 부들부들 떨린다고 해"

병원 "암 진단, 심각한 수준으로 안 봐"

"공식적으로 암 판정 보고 안 해" 해명

【서울=뉴시스】서울의료원 전경. 2019.5.24(사진=서울의료원 홈페이지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서울의료원 전경. 2019.5.24(사진=서울의료원 홈페이지 캡처)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간호사 '태움' 의혹으로 진상대책위가 꾸려져 조사를 받고 있는 서울의료원이 암 판정을 받은 간호사를 말기 암 환자들이 주로 있는 호스피스 병동에 배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이 간호사는 진상대책위 구성을 이끌어 낸 2노조의 전임 노조위원장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3일 서울의료원과 2노조 등에 따르면 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황선이(여·53) 간호사는 지난해 12월 서울의료원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다음 달인 올해 1월1일자로 주로 말기 암 환자 등이 남은 생을 보내는 호스피스 병동으로 배치됐다. 암 판정을 받은 간호사에게 말기 암 환자들을 돌봐야 하는 일을 맡긴 것이다.

황 간호사는 올해 2월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지만 심리적 상처가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2노조 관계자는 "(황 간호사가 호스피스 병동) 문 앞에서 부들부들 떨린다고 했다"면서 "암 진단을 받고 1년 만에 완전 전이가 돼서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을 한 환자 같은 분들을 보면서 역지사지가 어떻게 안 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수술 스케줄이 잡혀 있는 것을 알면서도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원 측은 황 간호사에 대한 이번 발령과 관련, 암 진단이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다고 판단해 이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해명했다. 또 황 간호사가 병원 측에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적이 없어 정확한 파악이 힘들었다고도 전했다.

병원 관계자는 "암 진단이 크게 걱정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병원은 판단한 것 같다"면서 "1월 인사는 한 사람을 바꾸면 6~7명이 바뀐다고 봐야하기 때문에 변동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인사 발표를 며칠 앞두고 전달 받았으니 보고를 하면 의견을 들어봐야겠다고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암 판정 사실) 전달도 비공식적으로 전달됐다"면서 "회사에다 문제제기 한 번도 안하고 바로 지방노동위원회로 갔다. 보고를 했으면 바로 뭔가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노조에 따르면 황 간호사는 2014년에도 수술실 파트장(병동 최고 선임) 발령과 동시에 수술실 내부에 창고처럼 쓰이던 방을 쓰도록 하는 조치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당시 시점은 황 간호사가 맡았던 2노조 위원장 임기가 거의 끝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황 간호사 측은 노조 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병원 측은 당시 조치에 대해 황 간호사가 수술실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전임 파트장과 병동을 공동 관리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오해라고 설명했다. 전임 파트장에게 기존 파트장실을 주고 황 간호사에게 해당 공간을 준 것일 뿐, 일부 짐이 덜 치워진 것 외에 냉난방 등 기본적인 방의 상태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2노조 측은 "이번 (1월) 발령에서 수술실 파트장으로 간 사람은 수술실 경험이 전무한데도 파트장실에 들어갔다"고 반박했다.

한편 서울의료원은 이곳에서 근무했던 고(故) 서지윤 간호사가 지난 1월 '병원 직원에게 조문도 받지말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태움(간호사 선·후배 특유의 괴롭힘 문화) 자살'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1노조·2노조·유족 추천 전문가로 구성된 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조사는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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