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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국 영화계 현실이 '기생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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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6-17 14: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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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상반기 영화계 결산에서 봉준호(50) 감독의 '기생충'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감독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 영화계, 문화예술계에 큰 획을 그었다.

빈부격차 문제를 다룬 블랙코미디 장르의 영화다. 식구들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선생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의 집에 발을 들이게 되고, 두 가족의 만남은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간다는 내용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임승차'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기택네는 노력하지 않고 박사장 부부가 이뤄놓은 재산에 기대려고 한다. 부유층의 삶에 기생하지 않고는 사람답게 살아갈 수 없는, 척박한 현실도 돌아보게 만든다.

영화 제목도 중의적 의미를 지녔다. 부자에게 빌붙어 사는 빈자를 낮잡아 부른 것일 수 있지만, 부유층도 자신들의 삶을 유지하려고 서민들에게 기생하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영화 속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계가 처한 현실도 마찬가지다. 힘있는 자들이 약자들에게 빌붙어 살아가는 구조다.

한국 영화시장은 지난해 미국영화협회(MPAA) 기준 세계 5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을 거듭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영화 누적 관객은 2억1639만명이다. 연간 누적관객은 6년 연속 2억명을 넘겼다. 한국영화와 감독의 세계적 위상도 높아졌다. 매년 2~3편이 칸영화제 등 유명 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받고 있다. 판권 계약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하지만 혜택은 대기업 배급사와 톱스타, 스타감독에게만 쏠리고 있다. 영화는 수많은 사람들의 협업이 필요한 예술이라는 사실이 무색하다. 시나리오 작가들의 월급은 200만원을 약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본이 영화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박한 대우다. 생계난 탓에 시나리오 집필에만 열중할 수 없는 환경이다보니 작가들의 환멸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한국영화는 감독이 연출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인기 만화·소설이 영화화되는 경우가 늘고, 스토리를 등한시한 채 기술·영상 효과에만 치중한 영화가 많아지면서 시나리오 작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형국이다.

결국 돈이 돈을 벌게 만드는 구조다. 대작들이 스크린을 독점하고 장기 상영된다. 저예산영화는 제작도 어렵지만 극장을 파고들 틈이 없다.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들고 감독으로 데뷔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톱스타들은 억대 출연료는 물론, 작품 흥행성적에 따라 러닝개런티까지 챙긴다. 각자의 역할과 기여도에 따라 받는 돈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가 어느정도 균형있게 분배되어야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이고, 영화계 발전도 가능할 것이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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